세필 명인 일충 송병주 선생, “글씨는 수학 방정식과 같아서 기본만 알면 누구나 명필가가 될 수 있다”

글씨는 그 사람의 얼굴, 글씨체는 그 사람의 첫인상과도 같은 이미지를 남긴다

구원진 기자 승인 2021.05.29 15:35 | 최종 수정 2021.06.01 08:28 의견 0
세필 명인 일충 송병주 선생 수상 이미지


[포스트21 뉴스=구원진 기자] 스마트 폰과 SNS가 발달하며 손글씨를 쓰는 경우가 더 줄어들었다. 몇 날 며 칠 걸려야 받을 수 있는 설레는 손편지보다 단숨에 보낼 수 있는 메일이 활발해졌고, 작은 메모나 쪽지도 문자로 전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력서를 비롯해 각종 문서들도 손글씨보다 전자로 처리한다. 내 글씨체보다 컴퓨터 글꼴이 더 중요해졌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그리고 스마트 폰 세대로까지 이어오며 손글씨에 대한 인식은 점차 희미해져 간다.

단지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과 글씨체에 대한 아날로그적 향수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최근 유행하는 캘리그라피에 빠져 한글을 예술로 승화하고 있을 뿐이다.

시대적 흐름이 이러하다 보니 대부분 손글씨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상에서 손글씨를 써야 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글씨는 그 사람의 얼굴이라고, 글씨체는 그 사람의 첫인상과도 같은 이미지를 남긴다.

교육 현장의 문제로 대두되는 ‘악필’

글씨는 보통 어린 시절 한글을 배우며 함께 익힌다. 네모난 칸에 자음과 모음이 적당한 간격으로 쓰여져 있는 글씨를, 기름종이를 대고 써보기도 하고 따라 쓰기도 하고 흉내 내기도 하며 배운다. 모든 숙제는 손으로 작성하고, 매일매일 검사하는 일기 쓰기는 작문력도 키우지만, 바른 글씨체를 쓰도록 하는 연습의 일환이기도 했다.

세필 명인 일충 송병주 선생 작품 이미지

요즘 학교에선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이미 한글을 익혀 오고, 하교 후 학원가기 바쁜 아이들에게 숙제는 사치가 되었다. 학생들의 인권을 운운하며 일기 검사도 사라졌다. 안타깝게도 아이들의 바른 글씨 쓰기 교육은 요원해진 셈이다.

자신이 써놓고도 자신이 읽을 수 없는 악필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이 교육 현장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때, 악필 교정을 위해 재능기부에 나선 이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악필교정 전문가(펜글씨, 세필<작은 붓글씨>) 명인 일충 송병주 선생이다.

국내 유일한 세필 분야 명인, 악필 교정사로 활약

일충 송병주 선생은 ‘펜글씨’, ‘세필’, ‘차트’ 등 대한글씨검정교육회에서 발행하는 모든 자격증을 취득하고, 1990년 필경사 특채로 국토교통부 산하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입사해 지금까지 공직자의 길을 걷고 있다.

보다 나은 필체를 위해 끊임없이 글씨 연마를 수행한 끝에 지난 2014년 (사)대한민국명인회로부터 대한민국 대한명인 제415호로 선정돼 국내 유일한 세필 분야의 명인이 되었다.

국무총리 표창, 국토교통부 표창, 국토해양부 장관 표창, 대전광역시장 표창,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 한국의 아름다운 얼굴, 한국을 빛낸 사람들 대상 등을 수상했고 월드마스터위원회(*세계명인회)로부터 감사장을 받으며 세필 분야에서 화려한 수상 이력과 업적을 남겼다.

세필 명인 일충 송병주 선생 저서


대한글씨검정교육회 대전·세종 지부장, 대한민국 안견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한국 매죽헌 서화협회 초대작가, 한국서예협회 초대작가, 한국서도협회 초대작가, 대한민국 공무원 미술협의회 충청지회장으로 활동 중이고, 재능기부로 대전 평생교육진흥원 ‘대전시민대학’과 대전광역시 ‘배달강좌’에서 악필교정 교수로 맹활약 중이며, 악필교정 출장지도 홈페이지도 운영중이다.

글씨교정 전문가의 지도하에 교정을 받아야 하는 이유

일충 선생은 최근 악필 교정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대전국토관리청 퇴근 후 재능기부로 시작한 일인데, 다양한 악필 사례를 분석해, 교정률을 높여주는 예문으로 글씨교정이 이루어지도록 지도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집필법, 자세, 악력의 세기, 마음가짐 등 상세한 강의로 수강생들이 올바른 글씨체를 완성할 수 있도록 교정해 주고 있다. 송 선생은 “글씨는 수학 방정식과 같아서 기본만 알면 누구나 잘 쓸 수 있다”며 “다만, 글씨 쓰기 전 필기구 잡는 방법과 자세부터 바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이 부분을 먼저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필 명인 일충 송병주 선생 작품 이미지

또 “글씨체는 습관을 반영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혼자서 연습을 강행하면 도리어 새로운 악필 습관을 만들 수도 있다”며 “될 수 있다면 전문가의 지도하에 악필 교정 받기”를 추천했다.

도서 <대한명인이 알려주는 악필 교정 노트> 출간

일충 선생은 손글씨로 고생하는 이들이 쉽게 교정받을 수 있도록 그간의 강의와 노하우를 집대성한 <대한 명인이 알려주는 악필 교정 노트>를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현재 4쇄까지 인쇄하며 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악필 사례를 분석해 교정률을 높여주고 각 단계에 걸쳐 교정이 이뤄지도록 돕는 책이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 일상이 된 현대인들에게 아날로그 감성에 인성교육까지 제시해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필 명인 일충 송병주 선생 작품 이미지

송 선생은 “글쓰기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임과 동시에 정신수양의 일환이기도 하다”며 “각지고 삐뚤삐뚤한 글씨를 교정하다 보면 자신의 내면에 있는 모난 부분도 부드럽게 다듬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손글씨에는 손글씨만의 인간적인 감성과 품격이 묻어 있어, 모든 문서를 전자로 처리하는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손글씨와 비슷한 폰트를 찾아 헤매고 있고, 예술작품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된 캘리그라피에 매료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충 선생의 글씨는 대나무다. 대나무의 곧은 기상과 대나무 잎의 여린 곡선이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간결하면서도 아름답다. 글쓰임과 동시에 예술이다.

일충 선생은 “35년이 넘게 글씨 활동을 해오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서예학원에서 대필(*큰 붓글씨) 위주의 강의를 진행하다 보니 실생활에 활용이 되지 않는 점이었다”며 “세필, 펜글씨, 챠트, POP 광고 글씨 위주로 활동해 온 경험을 살려 강의를 진행해 수강생들이 악필을 넘어 세필, 서각, 수석 돌 글씨 등 작품 활동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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