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둘러싼 공룡싸움... 애플 vs 페이스북 전면전

최은경 기자 승인 2020.12.23 09:41 | 최종 수정 2020.12.23 09:44 의견 0
애플 / 사진 픽사베이
애플 / 사진 픽사베이

[포스트21 뉴스=최은경 기자] 미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인 애플과 페이스북이 ‘빅테크(거대 기술)’ 관련 내부 싸움이 시작됐다. 애플이 사생활 보호 기능이 강화된 새 아이폰 운영체제(iOS)에서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지능형 추적 방지(intelligent tracking prevention)’라는 새 정책을 도입한 데 대해 페이스북은 이에 따라 자신들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해진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두 기업의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들 갈등이 어떻게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생활 보호 기능 대폭 강화 

애플이 지난 6월 발표한 프라이버시 규정은 지능형 추적 방지다. 애플의 새 정책 핵심은 앱이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해당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점이다. 

새 정책은 ‘앱 추적 투명성’(ATT)으로 이름이 붙여졌고, 이용자들이 앱을 실행하면 개인정보(IDFA)에 접근해도 될지 묻는 팝업창을 띄워 이용자의 승인을 받게 한다. IDFA는 애플 제품 (아이패드, 아이폰 등)에 부여된 고유한 식별을 뜻한다. 광고주들은 이를 이용하며 이용자의 검색 활동과 앱 이용 기록 등을 추적하고 맞춤형 광고를 띄우고 있다. 

실제 애플은 해당 규정을 운영체제 iOS 14가 도입되는 올 가을 적용한다고 당초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측 판단에 따라 내년 초로 한 차례 적용일을 미룬 상태였다. 새 규정이 시작되면 상당수 애플 제품 이용자들은 자신의 정보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맞춤형인 '표적광고'를 선호하는 광고주들과 이들을 상대하는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애플이 내년부터 새 규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페이스북도 애플의 강화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사실상 정면대결을 선포한 것이다.

애플 비난 전면 광고를 낸 이유 

페이스북은 애플의 조치에 대해 주요 수익원인 ‘맞춤형 광고’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용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비롯한 개인 정보를 무작위로 수집하는 앱에 대해 승인 절차를 추가할 경우 앱의 사용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페이스 북 / 사진 픽사베이
페이스 북 / 사진 픽사베이

결국 사용자 정보를 이용한 페이스북의 ‘맞춤형 광고’가 매출 측면에서 직격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다. 페이스북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일간지에 애플을 비판하는 지면 광고를 게재해 내년부터 적용되는 애플의 새 프라이버시 규정이 “개발자와 중소기업을 힘들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자사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도 애플의 새로운 조치가 “이익에 관한 것이지 사생활 보호에 관한 게 아니다”라며 “반경쟁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의 중대함을 소상공인들에게 적극 알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특히 페이스북은 애플의 정책이 기업들의 개인화된 광고를 운영하고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개인화된 광고가 없다면 많은 중소기업 광고주가 광고비 1달러당 60% 이상의 매출 하락을 겪을 수도 있다고도 강조했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애플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스를 지원하겠다고 나서 화제를 모았다. 

애플과 에픽게임스는 앱스토어의 결제 수수료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는 중이다. 페이스북 공공정책 책임자인 스티브 새터필드는 에픽게임즈 지지를 확인하면서 “애플 정책이 수백만 사람과 기업에 피해를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 에픽게임즈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언급했다. 

외신 및 관련 전문가들은 양대 기업 간 전쟁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핵심인 데이터 확보 및 유용 여부는 디지털 산업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역전의 기회로도 여겨지기 때문이다. 시장 전반적인 지배구조의 변동 가능성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한 가운데 당분간 관련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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