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사 최종 합의...“세심한 실천이 필요한 때”

최은경 기자 승인 2021.01.25 21:32 | 최종 수정 2021.01.25 21:35 의견 0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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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21 뉴스=최은경 기자] 택배노동자의 고된 노동이 그나마 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과로사의 주범으로 꼽혀온 택배 분류작업이 택배사가 투입하는 전담인력이 맡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가피한 경우 제외에서 택배 노동자의 심야 배송은 밤 9시까지로 제한될 예정이다. 

총파업 피한 택배업계 한시름 놓아 

최근 전국택배노조가 오는 27일 총파업을 예고해 ‘택배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지난 21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분류작업 책임 문제 등을 다룬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에 서명함에 따라 극적인 타결이 이뤄졌다. 

결국 총파업 사태는 피하게 된 것이다. 이번 과로사 대책을 담은 1차 합의문에 따르면 택배 분류작업 명확화 △택배기사의 작업범위 및 분류전담인력의 투입 △택배기사가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의 수수료 △택배비·택배요금 거래구조 개선 △ 택배기사의 적정 작업조건△설 명절 성수기 특별대책 마련 △표준계약서 등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합의문의 핵심은 택배 분류작업을 노동자가 아닌 택배사 책임으로 가져가게 됐다는 점이다. 앞서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가 배송 업무와 함께 책임져 과로사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혀왔다. 

이날 합의는 분류작업을 택배노동자의 기본 작업범위에서 제외함은 물론, 택배사가 분류작업 전담인력을 투입시켜 그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또 택배 노동자의 분류작업이 불가피할 경우 택배사는 적정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택배 노동자의 적정 작업시간도 보장한다. 최대 작업시간은 주 60시간, 일 최대 12시간 이내를 목표로 하기로 했다. 밤 9시 이후 심야 배송도 제한한다. 아울러 다가오는 설 명절 대책 에 택배 물량 폭증에 대비한 내용도 담겼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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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5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를 ‘택배 종사자 보호 특별관리 기간’으로 정해 택배기사 보호를 위한 일일 관리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해당 기간 사업자, 영업점은 심야 배송을 초래하는 과도한 배송물량이 할당되지 않도록 확인하며 일일 물량 분배, 대체 배송인력 투입 등을 통해 적정 배송물량이 유지되도록 조정할 계획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택배 거래구조 개선을 위해서 1분기 내에 관련 연구에 착수하며 화주가 소비자로부터 받는 택배비가 택배사업자에게 온전히 지급될 수 있도록 협력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사 양보가 함께 있었기에 합의 가능”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에 대해 택배 근로자 과로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던 문제들을 타결했다는 점에서 기대된다고 설명한다. 이번 합의를 이끌어온 우원식 민주당 민생연석회의 수석부의장은 “합의기구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의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특히 과로사대책위(택배노조)와 택배사가 양보해가며 타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1차 합의안을 토대로 추가 과제도 충분히 토론하면서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합의가 꾸준히 제대로 실천되는지가 관건이다. 실제 현장에서 근무가 이뤄지는 경우를 보면 합의 내용에 변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존재한다. 

앞서 주요 굵직한 택배사들이 분류인력의 증원에 힘쓰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아 노조 불만을 키우기도 했다. 다만 이번 합의로 인해 예고됐던 총파업은 피하게 됐지만 택배료 인상과 이에 따라 소비자의 부담 증가도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택배업계 구조에 따르면 택배사와 온라인쇼핑몰이 운임을 나눠 갖기 때문에 택배 비용이 증가하면 온라인쇼핑몰이나 입점 점포에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택배업계의 열악한 상황은 끊임없이 고질병처럼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택배 물량이 급증하며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연이어 발생했다. 택배산업 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이나 제도 관리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택배 근로자 과로사 대책 합의기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택배 노동자 잔혹사가 끝이 나기 위해 차질없이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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