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좋소’ 뺨치는 중소기업에 다닌 김도비 씨의 이야기, 저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이근영 기자 승인 2021.04.25 17:10 | 최종 수정 2021.05.04 16:12 의견 0
사진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
사진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

[포스트21 뉴스=이근영 기자] 화제의 드라마 ‘좋좋소’를 아시나요? ‘좋좋소’는 한 29세 백수가 언제 망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중소기업에 취직하여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웹드라마입니다.

누적 조회 수 1,500만을 기록하는 인지도를 자랑하며 2021년 유튜브 최고의 화제작으로 불리는데요. 매 회차가 업로드 될 때마다 전국 많은 이들이 ‘리얼’, ‘다큐’, ‘PTSD(외상 후 스트레스)’를 외치며 크게 공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한편 집에서 놀면 놀았지 중소기업에는 안 가려고 하는 2030 젊은이들을 보며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과거 한 정치인은 이러한 현실을 두고 “다들 대기업, 공무원만 되려고 하니 중소기업은 안중에도 없다”, “중소기업도 사내 카페를 멋지게 만들어 회사 가는 게 즐겁도록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발언한 적이 있습니다.

과연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안 가는 건 예쁜 카페가 없어서일까요? 중소기업 측에서도 어딘가 억울합니다. 작년 ‘잡코리아’에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388명을 대상으로 ‘직원 채용이 어려운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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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로 ‘낮은 연봉 수준’(43.0%), 2위로 ‘높은 구직자들의 눈높이’(37.1%)가 상위 답변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당장 개선이 어려운 이유입니다. 기업 측은 노력해서 좀 더 쉽게 바꿀 수 있는 요인들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실제 중소기업 퇴사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현 중소기업의 상황을 에피소드로 각색하여 담아보았습니다. 주로 기업 문화에 관한 것으로, 사측이 문제라고 인식한다면 비교적 빠르게 개선해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서울에 사는 30대 초반 남자 김도비 씨의 이야기

김도비 씨(가명) 는 사정상 준비하던 진로를 그만두게 되어 갑자기 구직 시장에 뛰어들어야 했습니다. 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스펙도 전무하고 나이도 많았던 그에게는 달리 선택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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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행동력이 뛰어났던 그는 작은 회사 안에서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비전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앞으로도 수요가 클 것 같은 ‘마케터’로 커리어를 결정했죠. 관련 직무 교육을 이수한 뒤 중소기업에 취업했는데요. 하지만 결국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어떠한 사연일까요?

회사 비전 공유? 대표의 이상한 철학이 곧 기업문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도비 씨에게 대표는 앞으로 매주 주말에 나와서 특정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면접 때 고지되지 않았던 사항이었습니다. 당황한 도비 씨가 ‘생각해보겠다’고 답변하자 대표는 ‘사회생활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전 직원 다 듣는 교육인데 왜 유난이냐’고 윽박지릅니다.

그리고 부대표를 불러 ‘신입 교육 제대로 안 했냐’고 혼냅니다. 들어보면 나름의 철학이 있습니다. “마케터는 리더 옆에서, 현장 옆에서 발로 뛰어야 해. 내가 원하는 건 의욕적인 장군 같은 마케터인데 도비 씨는 그 자세가 부족해.”

도비 씨는 의아합니다. 대체 진취적인 마케터와 주말에 듣는 교육과정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고민하던 도비 씨는 대표에게 사과 메일을 보내 우선 상황을 수습합니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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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대표가 이상한 것에 꽂히면 바로 기업 문화가 바뀌기도 합니다. 하루는 대표가 무슨 교육을 듣고 왔는지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를 위해 회사에서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자고 제안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마이크’로 칭합니다.

또 앞으로 캐쥬얼로 입고 출근하자고 합니다. 그러더니 세미 양복 스타일로 입는 것을 좋아하는 직원에게 저건 너무 과하다고 복장을 지적합니다. 도비 씨는 도저히 대표에게 ‘마이크’라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

아니, 대표 혼자 사내 모든 의사결정을 다 하는 구조입니다. 수직적이고 경직된 문화가 지배적인데, 영어 이름과 자유 복장 같은 것들을 도입한다고 해서 사내 분위기가 자유로워지나요?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대표, 쉽게 바뀌지 않겠죠?

도비 씨의 회사는 대표가 광고주에게 일감을 따와서 사원들에게 뿌리는 방식이었는데요. 실제 업무량을 체감하지 못한 대표가 더 많은 성과를 요구하자 사원들은 입을 모아 일을 줄여달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대표는 말합니다.

“너희가 일이 많은 게 아니라 시스템의 부재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거야. 이제부터 시스템을 구축해봐.”

그리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업무를 새로 줍니다. 말이 안 통한다고 느낀 사원들은 줄줄이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대표는 그들을 두고 ‘우리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저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또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합니다. 스스로 딱히 바뀔 마음이 없다는 뜻이죠.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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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수당 없이 매일 야근하던 직원들을 두고 ‘버티지 못하는 그릇’이라고 칭하는 대표를 보고 도비 씨는 충격을 받습니다. 기존에 직원들이 분담하던 업무는 곧 도비 씨에게 돌아올 것이란 예감이 듭니다. 결국 도비 씨도 퇴사를 결정합니다.

이렇듯 소통 능력이 부족한 대표 아래에서 일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업무량 조절이 어렵고, 스트레스가 가중된 동료들이 떠나고, 그에 따라 사람이 부족하니 또 개인이 분담해야 할 업무량이 늘어나죠.

도비 씨는 이제 어디로 갈까요? 퇴사를 결심하며 ‘Doby is free’를 외치지만 또 다른 중소기업에 면접을 봐야 합니다. 경험을 발판 삼아 좀 더 나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만 쉽지 않을 듯합니다.

이제는 중소기업이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해 ‘사람인’이 45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MZ세대가 회사에 바라는 점으로 ‘워라밸 보장’이 62.1%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조직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59%), ‘개인의 개성 존중받기 원함’(36.4%),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24.4%)가 차례로 그 뒤를 이었는데요. 대체로 기업 문화와 관련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입니다. 전체 근로자의 약 83%가 중소기업에 종사합니다. 결국 우리 사회 내 노동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나 다름없습니다. 드라마 ‘좋좋소’의 큰 화제가 점차 중소기업의 현실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는데요. 김도비 씨처럼 고민하고 방황하는 근로자들의 수가 줄어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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