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판 모형 건축물 100여 점 제작
[포스트21 뉴스=구원진 기자] 모형 건축물은 실사의 1/10 축소판으로 한국 전통의 건축미와 조형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국보 1호 숭례문’과 ‘보물 1호 동대문’을 시작으로 ‘국보 제15호 봉정사 극락전’, ‘국보 제19호 부석사 무량수전’, ‘국보 제52호 해인사 장경판전 동사 간판전’, ‘국보 제55호 법주사 팔상전’, ‘보물 제1563호 동화사 대웅전’ 등 총 100여 점에 달한다.
모두 고증학적 자료로 인정받은 국보들로 건축계에서는 주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김범식 대목장은 “건축은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으로 전통 건축을 세심히 들여다보면 당시 선조들의 농밀한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간을 향하되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합일되어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가옥을 만든 것”이라며 “나는 이것을 다시금 조망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옥에 깃든 조상들의 지혜
전통가옥 하면 ‘한옥’이다. 큰 나무를 기둥으로 그 위에 보를 얹고 서까래를 걸어 못 하나 없이 조립식으로 뼈대를 만든다. 이는 현대식 철물 구조보다 견고하고 단단하다고 한다. 지붕은 적심재와 보토를 깐 후 흙 반죽을 얹고 그 위에 기와를 올려 단단히 고정한다.
암키와와 수키와로 지붕을 잇고 가로형의 암막새와 동그란 수막새로 지붕 끝을 마무리한다. 역사 발굴 현장에서 자주 발견되는 암막새와 수막새는 새겨진 모양과 그림을 통해 당시 시대적 상황과 건축물의 용도를 확인하는 주요한 단서가 된다.
아랫목에서 윗목으로 온기를 전달하는 온돌은 이미 온 세계가 인정한 난방 시설이고, 고온 다습한 여름을 나기 위한 처마의 기울기와 대청마루까지 돌아보면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감탄하게 된다.
현대미술진흥원, 온라인 전시로 항시 관람 가능
코로나19가 오기 전인 지난해 1월 13일 대구 문화예술회관에서 ‘제47회 김범식 대목장 개인전’이 7일간 열렸다. 1/10 축소판 전통 건축물로 지붕 일부를 개방해 건축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관람객들은 건축물의 유연한 곡선과 섬세한 이음을 눈앞에서 자세히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평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현장 전시가 어려워 온라인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미술진흥원에서 기획전으로 진행하는 ‘김범식 대목장 전통 건축 미술전’으로 올 연말까지 관람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만큼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벗어나 언제 어느 때고 관람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현대미술진흥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관람이 제한적이었는데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어 다소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며 “최대한 현장감 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무형문화재 제37호 대목장 등재
김범식 대목장은 충남 서산의 한 목공소 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가구 공장을 운영하던 소목장으로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목공을 접했다. 1964년 당대 최고의 대목수였던 김윤원 대목장을 만나 대패질부터 시작한 그는 이후 조원재, 이광규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실전 경험과 경력을 쌓게 된다.
‘경복궁’을 시작으로 ‘청도 운문사’, ‘김천 직지사’, ‘문경 봉암사’, ‘무안 미륵사’, ‘진주 촉석루’, ‘경주 불국사’ 등 전국의 사찰과 문화제 200여 곳을 돌며 복구 및 복원 공사에 참여했다. 1977년 문화재청 문화재 수리 기능자 목공 제383호로 이름을 올리고, 이후 설계부터 감리까지 도맡아 하는 도편수로 활동했다.
그리고 2015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7호 대목장에 이름을 등재하게 된다. 김범식 대목장은 “훌륭한 스승들을 많이 만나 배울 수 있었던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정말로 감사한 하루하루였다.”고 술회했다. 아울러 “이제는 대목장으로서 마지막 임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우리의 기술과 정신을 후학에 남기기 위한 실사판 모형 제작에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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