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백희영 기자]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약주는 전통 발효식품으로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좋은 술은 제조 방식과 원재료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물 좋고 평야가 넓어 양질의 쌀을 생산하기로 유명한 충청북도 진천에서 10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4대에 걸쳐 전통 양조방법으로 술을 빚어 온 유서 깊은 양조장이 있다. ‘진천덕산양조(주)’(대표 이방희)는 문화재청 지정 등록문화재 제58호로 등록되어 가업을 넘어 후세에 전해줄 유서 깊은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
전통주로 빚은 100년 근대문화유산
인류와 함께 발전해 온 술은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전통적으로 이름난 브랜드가 많다. 위스키나 와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가 있는 곳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지역의 자랑거리다.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읍의 한 자락에 있는 진천덕산양조(주)는 전통주의 맛을 아는 애주가라면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이다.
술을 즐기지 않아도 덕산양조장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진천덕산양조(주) 이방희 대표는 “덕산양조장은 지난 2003년 등록문화재 제58호로 지정된 유서 깊은 건물로 옛 전통 명주 산실의 본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에서 형성된 지 50년 이상 지난 것으로 역사·문화·예술 등 각 분야에서 기념이 되거나 그 시대를 반영하는 중요한 상징적 가치가 있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덕산양조장은 단층의 합각함석지붕 목조 건축물로 4대가 이어 전통주를 생산하는 곳이다. 진천덕산양조(주)의 4대 대표인 이방희 대표는 “옛 덕산 양조장은 1930년에 완공되었는데 상량문에 건립 시기가 기록되어 있다”라며 “건축에 쓰인 전나무와 삼나무는 압록강 제재소에서 다듬어 수로를 이용해 공수해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덕산양조장의 건축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가가 더욱 발휘된다. 덕산양조장 건물 정면으로 측백나무 화단을 조성해 해충을 방지하고, 하천에서 바람이 불어와 실내의 더운 공기를 건물 바깥으로 배출시켜 주기 때문에 여름에도 건물 안은 시원하게 유지된다. 특히 나무의 진액은 해충 방지 및 천연 락카 역할을 하므로 100년이 다 된 건물임에도 해충의 피해가 없이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
술에 대한 신념과 진심을 4대가 빚어내다
진천덕산양조(주)은 단순히 술을 빚는 공간만이 아니라 술을 매개로 한 전통을 빚는 문화유산이다. 지난 2016년 문화재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 약 반년에 걸쳐 복원 공사를 한 후로 언제든지 방문객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아이들에게는 우리나라 전통주 역사 공부를, 어른들은 옛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나들이 가기 좋은 곳이다. 진천덕산양조장 입구에 들어서면 ‘약주치성(藥酒致誠) 천감지응(天感地應)’이라는 비문이 맞이한다. “약주를 정성 들여 빚으면 하늘이 감동하고 땅이 응한다”라는 뜻으로 “좋은 술을 빚도록 치성을 드리는 제단 앞에 30여 년 전에 만들어 놓은 곳”이라고 한다.
비석에 술을 주제로 한 비문은 희소성이 있어 이 비석 또한 몇 대를 걸치면 문화재로 인정받지 않을까 싶다. 양조장 간판은 2005년과 2006년에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촬영하고 남긴 소품이다. 그 옆에 걸린 양철로 된 주류 제조업 면허 간판이 마치 우리를 20세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술 내음이 잔잔하게 배어오는 양조장에 들어서면 전시장이 눈에 띈다. 허영만 화백이 진천덕산양조장을 소재로 ‘식객’ 100화를 집필한 만화 속 모습이 담겨 있다.
지역과 함께 공존하고 전통을 계승하는 ‘덕산生막걸리’
진천덕산양조장의 전시장과 사무실 풍경만 구경해도 충분하지만, 이곳의 진가는 ‘덕산生막걸리’ 등 진천덕산양조(주)의 대표 제품을 생산하는 발효실을 보아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이방희 대표는 “진천덕산양조(주)의 가장 큰 특징은 발효실 내벽과 외벽, 천장까지 왕겨를 사용한 것”이라며, “발효식품인 막걸리와 약주는 온도 조절이 매우 중요한데 왕겨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대대손손 내려온 전통 양조 방식으로 제조한 진천덕산양조(주)의 ‘덕산生막걸리’는 요구르트의 100배가 넘는 유산균과 다량의 식이섬유 등이 함유되어 그야말로 ‘약주’인 셈이다.
이 대표는 “덕산生막걸리의 유통기한을 30일로 표기한 이유도 싱싱한 효모의 생명력을 최대한 유지하는 최적의 시간이기 때문”이라며 “막걸리를 잘 흔들어서 끝까지 마시기를” 당부했다.
진천덕산양조(주)의 술은 용기를 담는 공정을 제외하고 전 제조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전통기술은 대외적으로 인정받아 다량의 특허를 보유하고, 막걸리를 비롯한 수십 건의 천년주 상표 등록 및 장미 라이스와인 ‘로즈앙’, ‘천년오자주’까지 개발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양한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방희 대표는 이태백의 ‘월하독작’을 읊으며 “하늘과 땅이 술을 사랑하듯 진천덕산양조(주)의 술 한잔으로 시름을 덜고 마치 세상이치를 깨달은 신선처럼 즐거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라고 했다.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술을 빚는 진천덕산양조(주)의 역사가 오래도록 계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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