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이미향 작가, “도자기는 오롯이 나의 삶”, 전통과 현대, 예술과 대중을 잇는 ‘꽃다기’

이근영 기자 승인 2022.05.03 08:52 의견 0
도예가 이미향 작가

[포스트21 뉴스=이근영 기자] 누군가는 도예가 이미향 작가의 작품에 ‘연속성의 철학’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그의 작품 세계가 전통과 현대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는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미향 작가는 독자적인 기술과 감각을 통해 전통적인 도자기의 조형성을, 현대적 감성을 지닌 예술 작품으로 재해석한다. ‘꽃다기’는 이러한 예술관이 녹아든 대표적인 작품이다. 도예가이자 도자갤러리(애토도자기) 대표인 이미향 작가의 작품 세계와 이를 구현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해 살펴보았다.

일상과 예술을 잇는 도예

도자기는 부피를 갖고 공간을 점유하는 조소와 같은 입체예술의 특성을 가지면서도, 상감이나 유약으로 문양을 그려 넣거나 특유의 빛깔과 질감으로 조형미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회화와도 가깝다. 회화의 질료가 물감이라면, 도자기는 유약과 불, 시간의 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약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불의 온도와 굽는 시간, 방법 등에 따라 그 결과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예가는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복잡한 변수를 헤아리며 깊이 품은 심상(心象)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낚는다. 매일 반복되는 작업에도 매번 도예가의 가슴이 설레는 이유는 이것이다. 가마에 불을 지핀 지 30여 년이 넘은 도예가도 “여전히 흙을 만질 때마다 새롭다”고 말한다.

도예가 이미향 작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면서 부전공으로 도예를 접했다. 대학 졸업 후 대구에서 입시 미술학원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이 작가의 마음에는 도자기에 대한 열망이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비교적 늦은 삼십 대에 도예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미향 작가를 끌어들인 도자기의 매력은 무엇보다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훌륭한 매체라는 점이었다. 도자기는 일상적인 집기면서 입체적이고 회화적인 조형미를 담는 예술작품이기 때문이다. 흙으로 그릇을 빚은 역사가 수 만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도자기는 공예품이자,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예술인 셈이다. 그래서 이미향 작가는 “차 한 잔의 여유만 있다면 누구나 일상을 예술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전통과 현대 미(美)를 아우르는 작품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는 점에서 다기(茶器)는 상징적이다. 이 작가는 다기에 특별한 애정을 표현하며 “다기는 몸통과 뚜껑, 손잡이까지 도자기의 정수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고 강조한다. 또, 다기는 시대를 타지 않는 전통문화로서 선조들이 추구했던 조형미를 간직하고 있다.

이 작가는 그러한 전통미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창조한다. 이미향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인 ‘꽃다기’는 전통 도자기의 단아함과 현대적 감성이 잘 표현 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아르누보(Art Nouveau) 풍의 장식과 문양은 이 작가가 지닌 회화적 토대를 보여준다.

한편, 생활 속 예술작품으로서 다기가 빛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아름다움 못지않게 실용성과 사용성을 겸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작가는 화성 용주사를 찾아가 제대로 된 차 문화를 익히고, 바리스타 자격을 취득하기까지 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다

일상과 예술의 거리를 좁히는 이미향 작가의 작품 활동이 씨실이라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품 연구는 날실처럼 촘촘하게 작품 세계를 구성한다. 이러한 고민은 전통적인 모티브에 현대적인 감각을 발전시킨 여러 도예작품으로 그리고 독자적인 유약 개발로 이어졌다. 옛것에 대한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전통적인 조형성에 지속적인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이미향 작가는 “도예가에게 있어 유약은 자신만의 특색을 만드는 것”이라며 독자적인 유약을 갖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주로 가마의 온도 변차가 유약의 주요 변인으로 작용한다. 이 작가는 “이 결정이 도예가 고유의 기술이 된다”면서 “유약만 보고도 그 도자기의 작가를 알 수 있다”고 부연한다.

그러나 유약을 개발하는 과정은 지난하다. 나무와 벼, 낙엽 등과 같은 자연 소재를 오랜 시간 숙성시킨 다음, 장석과 규석 등을 최적의 비율로 혼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이를 토기에 발라 구워 그 색과 질감을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 이 과정은 수년에 걸쳐 진행된다고 한다. 그러니 도자기는 곧 작가가 들인 세월이자 인생인 셈이다. 이처럼 도예가로서 이미향 작가의 열정은 다양한 연구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이 작가는 대중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치기 위해 이미향 작가는 ‘이미향 도자갤러리’를 열었다.

이곳에서 이 작가는 작품을 전시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어느 새 다양한 수상경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8년에는 한국예술문화원의 ‘통일미술대축전’에서 ‘결정항아리’로 우수 작가상을, 2019년에는 제40회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에서 ‘찻잔 세트’로 대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2019년 중국에서 열린 ‘경덕진 국제도자박람회’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예가 중 한 사람으로 참여했으며, 2021년 12월 수원시미술전시관에서 열린 ‘2021 오늘의 수원: 한·중 국제교류 주하이 15주년 초청작가전’에 초대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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