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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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0 13:28 | 최종 수정 2023.01.2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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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21 뉴스 = 김민진 기자] 사람들은 무슨 물건이든 이왕 사는 거라면 품질이 좋고 저렴한 제품, 서비스를 구매하려 합니다. 저렴하고 좋은 제품은 구매하는 일이 소비자들의 당연한 권리였다면 최근에는 여기에 한가지 요소가 더 추가되었는데요. 바로 착한 기업, 착한 상품을 구매하겠다는 마인드입니다.
착한 소비 트렌드는 기업들이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공정무역을 통해 상생하는 착한 기업으로 거듭나게 만들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이런 노력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를 더욱 살기 좋은 사회로 만든다고 여겨지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만약, 기업이 이런 착한 마케팅, 착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의 대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면, 소비자는 이런 착한 소비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실제로 공정무역을 통해 착한 유통과정을 통해 아메리카노를 만든다고 홍보하는 업체의 경우, 주변의 일반적인 카페에 비해 제품 가격이 비교적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착한 소비에 동참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문제 삼지 않고 구매를 결정하고는 합니다.
물론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함에 있어서 비용이 높아지게 된다면 그중 일부는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착한 경영에 대한 비용들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시작한다면, 결국 소비자들은 높아지는 물가로 인해 부담감을 느끼고 예전과 마찬가지로 가성비가 좋은 제품만을 찾게 될 겁니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바로 ‘그린마케팅’입니다. 친환경을 위해 기업이 노력하는 활동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 사업 분야의 극히 일부만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외의 사업 부문에서는 여전히 환경을 파괴하는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기업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극히 일부의 그 활동을 부풀리며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더욱 많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이미지 마케팅에 속아서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는 가격을 착한 소비에 동참하기 위해 지불하고 있으며, 기업은 이 돈을 가지고 사업을 확장시키며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착한 소비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의 행태
착한 소비를 하겠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결정이기에 당연히 그들 스스로 높아지는 비용이나 불편함에 대해서는 감수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착한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우리 역시 착한 경영을 실천하며 착한 소비에 동참하고 있다.’고 홍보하면서 해당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는 기업이라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착한 소비를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하며 효율성을 계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게 된다면 결국 착한 소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만 철저하게 이용당하는 상황이 반복될 겁니다.
기업들이 진심으로 사회를 위한 경영을 하고 싶어 하고 이를 제품이나 서비스로 내놓는다면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그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더욱 높게 평가할 겁니다. 여기에 더해 가치관이 맞는 이들은 기업의 평생 충성 고객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여 기업의 이윤만을 추구한다면, 향후 그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을 때 기업과 상품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고 그동안 벌어들였던 수익 이상의 피해를 입게 될 지도 모른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단기간의 이익에 눈을 빼앗겨 장기적인 성장 기회를 내버리는 기업은 결코 오래갈 수 없습니다. 기업은 항상 자신들이 착한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과 동행할 수 있는 기업인가에 대한 자아성찰과 고민을 이어가며 진정성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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