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출 챌린지’ 과시적 비소비, 창과 방패의 싸움

최현종 기자 승인 2023.05.13 19:57 의견 0

[포스트21 뉴스=최현종 기자] 자신이 소비하지 않는 것을 과시한다. ‘과시적 비소비’라는 용어는 그 단어 자체가 모순되는 느낌을 주는 단어이다. 자신의 경제적인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명품이나 외제차, 혹은 호캉스나 여행을 떠난 모습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SNS 등에 과시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자신이 절약하고 있고, 소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굳이 주변에 자랑하는 이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자랑할 이유도 없고, 반대로 너무 돈을 아끼는 듯한 이미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에 있는 것을 자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 없는 것을 굳이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해서 최근 ‘무지출 챌린지’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까운 거리는 차를 운전하거나 버스, 지하철을 이용하기 보다 직접 걸어서 이동하는 것을 인증하면서 소비를 하지 않고 돈을 아꼈다는 것을, 회식이 있을 때나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있을 때 지하철을 놓치지 않고 탑승함으로써 택시비를 아꼈다는 것을 인증하면서, 자신들의 지갑을 쉽게 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근검절약하는 모습은 ‘짠돌이’라고 평가 받는 경우가 많았고 오히려 자신에게 투자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이들은 멋있는 사람, 통이 큰 사람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하면서 과소비 하는 이들은 오히려 경제관념이 없고, 과시욕이 많은 사람으로 여겨지고 불필요한 지출을 아끼는 이들이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이 얼마나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MZ세대’, ‘욜로족’들은 어디로···. ‘무지출 챌린지’ 동참 증가 이유는?

다른 이들처럼 맛있는 디저트를 먹고,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서 멋있고 예쁜 사진들을 남기고 다른 이들에게 그 추억을 공유하지 못하는 현실. 매일 올라가는 가스비, 전기세 등을 걱정하고 매일 점심 값이 올라가는 것에 걱정하며 식당에서 제대로 된 밥을 챙겨 먹기 보다는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도시락 등으로 대충 끼니를 때워가며 아낄 수 있었던 돈을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과시적 비소비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라고 비명을 지르는 듯하다.

‘소비는 확실한 행복’이라고 말하며 자기 스스로에게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특징으로 여겨졌던 MZ세대. 나중을 걱정하기 보단 현재를 즐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던 욜로족 들은 어디로 사라지고 ‘무지출 챌린지’에 동참하는 이들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이런 ‘무지출 챌린지’는 결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리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의 매출 역시 하락하고, 소상공인들 역시 점점 힘들어 지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경제가 힘들 때마다 국가적으로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적정한 소비가 이루어져야 경제에 활기가 돌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어려운 경제 상황은 서로 무지출을 격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에게 아무리 물가가 올라서 힘들다고 하더라도 소비를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거시적인 관점으로 소비를 해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말을 하기에는, 당장 눈 앞에 놓여 있는 공과금 고지서가, 매달 빠져 나가는 생활비가 더욱 현실적인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과시적 비소비’는 계속해서 이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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