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김지연 기자] 우리 부모님 세대까지만 하더라도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성립되었다. 한 직장에서 20년, 30년간 근속하면서 처음 신입으로서 몸 담았던 직장을 위해 평생 동안 헌신하고, 은퇴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취업을 하는 이들에게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은 있을 수 없는 개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직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선택하게 된 첫 직장이 자신의 마음에 쏙 들어올 가능성은 크지 않기에, 그들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신만의 기준을 하나씩 마련해 가고, 그 기준에 적합한 회사를 찾아서 떠나간다. 그렇게 이직을 하면서 조금씩 자신과 잘 맞는 회사를 찾아가고, 처우를 높여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이직률은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사실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걱정을 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도 이직률이 상당히 높지만, 기업과 국가가 존속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직률이 높은 현상은 노동의 유연성이 높다라는 말로 평가되고 있으며, 직장인들은 한 직장에 평생 구속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한다면 더 좋은 직장을 찾아 다닐 수 있는 자유를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직장인들의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기업들이 현재에 안주하기 보다 더욱 많은 직장인들이 다니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근속과 이직의 딜레마, 선택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
한번 취업하면 자연스럽게 평생 그곳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이 아니기에, 기업들은 많은 인재들이 자신들의 회사에 남아있도록 복지 제도를 개편하고, 처우를 높이고,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다른 기업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근무 환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본인이 원해서 하는 이직이 아닌,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환경이 너무 불안정해서 계속해서 이직을 해야 하는 경우는 이와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스타트업 중에서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기업들이 상당히 많고, 그런 기업들은 투자를 받지 못한다면 당장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렇게 기업이 불안정한 상황이 된다면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새로운 직장을 찾아 떠나야만 한다.
다행히 이직을 한 곳에 정착하여 잘 적응하게 된다면 좋겠지만, 그곳 역시 불안정한 상황으로 인해 같은 상황들이 반복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처럼 생계를 위한, 타의적인 이직이 늘어나는 것은 노동의 유연성이 아닌 노동의 불안정성이라는 관점으로 해석되어야만 한다. 이직을 하든, 아니면 한 직장에 남아서 그곳에서 근속연수를 쌓아가면서 직장 생활을 하든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각자의 성향에 맞게 이직을 하거나,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면 되는 일이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것은 자의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본인은 이직을 하고 싶지만, 이직을 할 수가 없는 환경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 직장에 구속되어 있어야 하는 경우, 혹은 한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오래 근무하고 싶지만 직장이 불안정해서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해야 하는 경우는 근로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위험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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