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지난 7월 19일. 여수의 예울마루 소극장에서 의혈지사 윤형숙 열사를 기리는 ‘만남, 행복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김수련 가수, 김시원 작곡가, 최흥호 작사가를 비롯, 수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윤형숙 열사의 업적을 노래한 이 특별한 자리가 성황리에 마쳤다.
이와 함께 윤형숙 열사에 대한 논문으로 화제가 된 서원대학교의 '역사를 노래하는 교수' 최태선 교수도 함께해 주목 받았다. 윤형숙 열사를 비롯, 잊혀진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하며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이 시대의 독립운동가, 최태선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의혈지사 윤형숙 생애를 조명한 최초의 논문 제작으로 화제
정부에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매진한 독립운동가는 총 300만 명에 이른다. 이토록 많은 이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인생을 바쳤지만, 한국에서 이름이 알려진 독립운동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 실제로 대중들이 기억하는 독립운동가는 안창호·유관순·김구 선생 등 몇몇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처럼 자신의 모든 인생과 목숨을 독립에 바쳤음에도 그 생애가 온전히 조명되지 않은 독립운동가가 생각보다 많다는 뜻이다. 의혈지사 윤형숙 열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윤형숙 열사는 유관순 열사와 비슷한 시기에 독립운동을 전개한 인물로 3·1만세운동 당시 일본 헌병에 의해 왼팔 상단부가 잘렸음에도 오른팔로 태극기를 다시 고쳐잡고 대한독립만세를 더욱 크게 외친 인물이다.
3·1만세운동 이후에도 국민계몽운동, 반공청년운동 등 약 31년 동안 독립운동과 조국의 발전을 위해 인생을 바쳐 의혈지사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받기도 했다. ‘역사를 노래하는 교수’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서원대학교 최태선 교수는 이 의혈지사 윤형숙의 생애를 널리 알리기 위한 최초의 논문을 빌표해 화제가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독립운동가의 상징인 위인들이 많지만, 역사를 공부해 보면 실제로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들 못지 않게 열심히 독립운동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윤형숙 열사 역시 그런 사례였어요.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해 많은 일을 하신 분들인데,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는 않은 이들. 그런 분들 역시 제대로 평가받고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최태선 교수의 윤형숙 열사 기념 논문과 음악적 기여
지난 7월 19일, 여수 예울마루 소극장에서 의혈지사 윤형숙 열사를 기리고 독립유공자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만남, 행복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이곳에서 최태선 교수는 윤형숙 열사의 조카이자 윤형숙 열사 알리기 모임 단체의 회장에게 자신이 직접 저술한 논문을 전달했다.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통한 민족정체성 함양교육. 전남 여수지역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논문은 국회 도서관에 들어갈 정도로 학문성이 입증되었다.
여기에 더해 최태선 교수는 역사를 노래하는 교수라는 자신의 이력을 살려 윤형숙 열사의 생애와 업적을 담은 노래를 준비하고 있다. 노래가 만들어 지기까지 최흥호 작사가가 많은 역할을 하였다. 이날 이채운 작곡가가 애국심을 담아 ‘영원한 등불’ 노래를 발표해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여 많은 갈채를 받았다.
“제게는 ‘역사를 노래하는 가수’라는 자랑스러운 별명이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분명히 큰 일을 하셨지만, 그 업적과 생애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을 발굴해 그들의 숭고한 생애를 노래로 대중에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이 잊어서는 안될 이들, 그들의 생애와 의미를 통해 나라사랑의 의식을 일깨우고 선조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활동에 매진할 예정입니다. 돈이나 명예, 이윤을 떠나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저는 묵묵히 그 작업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독립운동가들의 생애와 업적 기록하는 데 주력할 것”
최태선 교수는 윤형숙 열사를 시작으로 지역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생애와 업적을 논문과 노래로 기록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그녀는 13곡의 역사 노래를 준비하고 있다. 최태선 교수는 자신이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결코 이 작업을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그녀가 이처럼 잊혀지는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는 데 진심인 이유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남겨진 가족의 척박한 삶과 슬픔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황희 정승의 후손과 결혼한 조부, 최무길 독립지사는 안중근 의사의 가르침에 공감해 평생을 독립운동에 매진하신 인물입니다. 지금도 조부의 생을 이야기하면 자랑스러운 감정이 샘솟지만, 조부가 일찍 만주로 떠나 힘겨운 어린시절을 보내야 했던 제 아버지, 최방발 선생님의 아픔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저는 독립운동가 선조를 둔 자부심과, 독립운동가로 고통받아야 했던 가족의 아픔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독립운동가가 얼마나 많은 희생과 사명감을 필요로 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들의 업적을 대대손손 알려야 한다는 또 다른 사명감이 제게는 있습니다.”
조부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징용 당하며 평생을 힘들게 살아온 아버지, 최방발 선생이었지만, 그녀는 단 한 순간도 조부를 원망한 적이 없었다. 최방발 선생이 그랬듯, 독립운동가의 자손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그들의 숭고한 정신과 업적을 기리는 최태선 교수. 그녀의 아름다운 행보를 적극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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