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이해 못하는 문화 ‘증오범죄’ STOP, “우리 역시 붉은 피가 흐른다”

최현종 기자 승인 2021.04.03 18:13 | 최종 수정 2021.05.04 16:18 의견 0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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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21 뉴스=최현종 기자] 인간은 본능적으로 나와 다른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생각의 다름, 성별의 다름, 행동의 다름 등. 모든 차이를 극복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문명은 발전했고, 그로 인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역사상 최고로 문명화된 지금도 다름에서 비롯된 문제는 존재한다. 뿌리깊은 차별의 마음은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증오범죄 이야기다.

증오범죄의 방아쇠를 당긴 애틀랜타 총기난사 사건

지난 3월 16일. 미국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에서 한 21세 백인 남성이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9명이 피해를 봤으며 8명이 사망했다.

애틀랜타라는 대도시에서 특정 인종을 상대로 한 명백한 증오범죄가 발생하면서 미국 내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 계속해서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듯한 발언을 일삼았기에 정치권도 이 문제에 참여, 더욱 이슈화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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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사건 다음 날, 경찰 수사관이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을 증오범죄로 보기는 이르다며 용의자의 성중독에 의한 범죄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사건은 더욱 확대되었다. 누가 봐도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겨냥한 범죄였지만, 경찰이 이를 쉽게 인정하지 않으면서 차별을 더욱 방관한다는 비난이 있었던 것이다.

애틀랜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자는 여론이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유명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차별을 멈춰달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뿌리 깊은 인종차별

Stop Asain Hate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캠페인이 전 세계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그간 알게 모르게 덮여졌던 아시아계 인종을 향한 차별, 혐오범죄들이 속속 이슈가 되고 있다. 얼마 전에 흑인에 대한 혐오를 멈춰달라고 주장했던 흑인들이 직접 아시아계 인종을 모욕하며 폭행까지 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는가 하면 유명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겪은 차별 이야기가 공론화되기도 했다.

사실 다인종 국가인 미국은 인종 차별에 가장 민감한 국가 중 하나다. 백인, 아시아계, 남미계, 흑인 등 여러 인종과 종교를 가진 이들이 모여 사는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기에 자유와 공정에 관한 이슈가 대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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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미국 역시 백인을 제외한 모든 인종을 열등하다고 주장하며 대놓고 차별을 일삼았지만, 남북전쟁 이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차별을 없애나갔었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가 국수주의적 성향을 띄면서 미국 역시 변해가고 있다.

중국인들을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한 원흉이라며 욕하고, 무슬림들을 보면 테러의 위험이 있다고 낙인찍고 욕을 한다. 후퇴하는 인종차별 인식을 바탕으로 벌어진 사건이 바로 애틀란타 총기난사 사건이었고, 이로 인해 증오범죄, 인종차별 인식을 다시금 재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미묘한 형태로 이뤄지는 인종차별, 이제는 사라져야 할 때

사실 인종차별은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해도 일상인 개념이었다. 19세기 초반까지 미국에서는 흑인 노예가 합법이었으며 그 외의 나라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식민지를 운영하며 유색인종이 대다수를 이루는 토착민들을 학살하고 핍박했다.

당시의 백인들은 유색인종들이 생물학적으로 열등한 종자라고 규정하여 아예 접촉을 하지 않으려 했다. 이런 사고방식이 극단까지 치달은 것이 바로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였다. 이후 거의 7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수많은 논의를 통해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왔으나, 뿌리까지 박힌 인종차별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인종차별은 금지되었고, 당연히 나쁜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실제로 백인들은 알게 모르게 미묘한 방법으로 유색인종들을 차별하고 있다. 호텔이나 카페에서 유독 유색인종들에게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든지, 학교에서도 괜히 괴롭힘을 당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여태까지는 이러한 인종차별이 암암리에, 미묘한 방식으로 이뤄졌었지만, 이제는 사건으로 터질만큼 수면 위로 불거진 것이다.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구호 중 하나가 ‘우리 역시 붉은 피가 흐른다.’ 는 것이다. 이 구호처럼 피부색이 다르다는 사실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피부가 까맣던, 어느 나라에서 왔건,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다.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인간을 짐승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 아닐까? 우리 모두, 짐승이 되지 말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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