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막을 수 없다…경기 불황 속 명품 브랜드 홀로 '코로나 무풍지대'

2030 주력 소비층, 마스크 쓰고 백화점 앞 밤새우며 구매행렬

포스트21뉴스 승인 2021.05.13 14:31 의견 0

[포스트21 뉴스=김민정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세계 경제가 시름하는 가운데 명품 브랜드는 불황을 모르는 듯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2030세대는 명품 한정판을 구입하려고 백화점 앞에서 밤을 새우며 줄 서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유독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명품 사랑이 유별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값비싼 명품을 손에 넣으려고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한국 매출 15조원…글로벌 명품 시장 7위

국내 유통업계는 코로나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에 오프라인 매장 방문 고객이 급감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반면 명품 브랜드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구매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매출이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에 명품 시장을 두고 ‘코로나19 무풍지대’라는 비유까지 등장했다. 올해 4월에는 프랑스 패션브랜드인 샤넬이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할 것이란 소식이 국내에 알려지자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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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장은 오전 10시 30분에 문을 여는데, 이른 아침 8시부터 백화점 앞에 100여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린 것이다. 샤넬 제품의 가격이 인상되기 전에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만든 대기줄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방, 지갑, 시계 등 명품 브랜드 매출은 125억420만달러(약 15조원)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125억1천73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의 위치는 한 단계 더 올랐다.

각 나라의 명품 매출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2019년 8위에서 지난해 7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에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은 지난해 명품 매출액 약 652억3천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도와 비교하면 22%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밖에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모두 명품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한국은 독일을 제치고 한 단계 상승해 명품 시장에서 ‘큰손’이 됐다.

한국인들이 유난히 명품을 좋아한다는 얘기가 괜한 말이 아니다. 특히 샤넬, 루이비통, 구찌, 에르메스, 프라다 등 10대 명품 브랜드의 국내 매출 비중이 4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지난해 주로 가방이나 지갑 등 가죽제품이나 보석류 명품을 구매했는데, 같은 기간 명품 의류나 시계를 사들인 경우는 전년도와 비교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구입에 지갑 여는 젊은층, ‘영끌’ 투자해 되팔기도

예년과는 달리 최근 국내 명품 시장에서 확인된 특이점은 2030 젊은층이 매출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명품 매출 부문에서 전체 고객 중에 2·30대 소비자가 5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은 이제 성공한 중장년 자산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명품 주력 소비자층이 한층 더 젊어지면서 ‘리셀’(resell)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가 유행하고 있다. 리셀은 한정판처럼 구하기 어려운 상품을 구입한 뒤 본래 가격보다 웃돈을 얹어 사거나 되파는 것을 말한다.

2·30대 사이에서는 리셀 거래가 이미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특정 명품 브랜드를 두고 ‘오늘이 제일 싸다’며 구매를 부추기기도 한다.

특히 샤넬 제품은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층 사이에서 똘똘한 재테크 수단으로 통한다. SNS 커뮤니티에는 심지어 평일에 연차를 내고 샤넬 오픈런에 도전하는 직장인들의 후일담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실제 샤넬 한정판 제품은 구입 후 몇 년이 지나서 중고시장에 내놓아도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며, 희소성이 높은 가방 등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 수 있어 유용한 투자상품으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2030 세대가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생활은 물론 여행, 모임 등이 제한되면서 자연스레 억눌린 소비 욕구를 명품 구입과 같은 ‘보복소비’로 분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불안한 사회 분위기 속에 명품 소비로 위안을 얻으려는 심리로 보는 해석도 있다. 명품을 사들여 부를 과시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요즘 젊은층의 ‘플렉스’ 문화도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명품은 기존의 사치품이란 이미지보다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며 재평가되고 있다.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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