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미디어아트 창시자’ 박윤배 화백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법

“예술인은 예술의 힘으로 고난 견뎌야”

김민정 기자 승인 2021.06.26 12:20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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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미디어아트 창시자’ 박윤배 화백

[포스트21 뉴스=김민정 기자] 예술가에게 코로나19가 몰고 온 현실은 유난히 가혹했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야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자유롭게 누려온 공연전시와 같은 문화생활은 점차 일상에서 멀어져갔다. 예술인들은 창작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잃었다.

거리두기 여파로 경기 침체 속에 생계 수단을 잃게 된 이들은 고심 끝에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고 업(業)을 등지기도 한다. 이러한 업계 분위기 속에서 ‘딱지미디어아트 창시자’로 불리는 박윤배 화백은 예술의 힘으로 지금의 가혹한 시간을 견디고 있다.

그는 올 연말 국내 코로나19 집단면역 목표 달성을 기대하며 대중과의 만남을 위해 새로운 전시작품을 구상 중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가 삶의 원동력

10여 년 전 한국의 전통 놀이인 딱지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한 박윤백 화백은 이를 재해석해 ‘딱지미디어아트’를 선보였다. 당시 구상회화 부문에서 탄탄한 실력과 인지도를 갖추고 있었던 그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박 화백은 앞서 수채화와 유채를 아우르는 구상회화 창작물을 통해 그가 지닌 예술적 감각을 드러내고 특색을 인정받았다. 제191회 프랑스 르 살롱전에 참가해 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듬해 제192회 대회에서는 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화단에서는 그가 구상회화 전문 예술인의 길을 밟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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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배 화백 작품 / 축일

하지만 박 화백은 돌연 딱지미디어아트 작품을 내놓으며 모두의 예상을 빗겨갔다. 박 화백 역시 그동안 작가 고유의 작품성을 인정받은 가운데 이를 뒤로 하고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을 터.

이러한 이유로 특히 젊은 세대들은 박 화백의 도전정신이 담긴 딱지미디어아트에 열광한다. 박윤백 화백은 “예술가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찾기 위해 주저 없이 낯선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한 결과 숙명처럼 딱지놀이에서 영감을 얻었고, 종전과는 다른 작품을 통해 색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신문 지면에 실린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분야의 주요 기사를 딱지아트 소재로 삼았다. 우리 사회의 현주소나 시대 상을 나타내는 사건사고를 중심으로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 사진과 기사를 선별해 코팅작업을 거쳤다. 이어 딱지로 만들 한지를 오브제로 제작한 뒤, 코팅작업을 마친 기사를 그 위에 드로잉 형태로 담아냈다.

종이를 한 면, 한 면씩 차례대로 접어 딱지를 만드는 것처럼, 신문 기사와 사진을 차곡차곡 쌓는 식이다. 미래 시점에서 보면 한 시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기록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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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배 화백 작품 / 퍼포 타임캡슐

평론가들은 “특정 예술작품이 어느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해석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딱지미디어아트의 경우 사실이 담긴 신문 기사와 사진을 색다른 예술 방식으로 기록한 것으로 신뢰할 만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작품이 단순히 미적 가치로 평가받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 정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으로써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적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예술인 “코로나 겪으며 작품세계관 넓어져”

작품 영역을 가리지 않고 도전정신을 발휘해온 박윤배 화백에게도 코로나 위기는 난생 겪어보지 못한 고난의 시간이었다. 박 화백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공연예술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 불행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아득함에 더욱 갑갑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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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흐름 / 박윤배 화백 작품

이어 “주위 환경이 점차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마음은 더 복잡했지만 결국 이를 해소할 가장 간단하면서도 유일한 방법은 예술 활동에 전념하는 것이란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해외여행을 허용하거나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는 등 일상으로의 복귀 조짐이 보인다.

박윤배 화백은 “코로나19에 빼앗긴 관람객을 전시장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창작 활동에 매달리고 있다”며 “늘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려고 하지만 반드시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예술가로서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박 화백은 나아가 해외 무대에서 자신의 작품을 알릴 기회도 엿보고 있다. 코로나 종식으로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 뉴욕에 진출해 서울을 ‘제2의 파리’로 만들겠단 포부다. 그는 “코로나 위기로 우리 삶의 형태가 많이 달라졌지만, 스스로 주도하는 삶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개척해 나간다면 훗날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미래 세대에 삶의 지혜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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