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민주화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미얀마, 배경은?

김민진 기자 승인 2021.06.27 12:45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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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오늘날 민주주의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지향하는 정치, 사회체제가 되었다. 하지만 모든 나라의 민주주의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해방과 전쟁 이후 무려 40~50년 가까이. 민주화를 부르짖는 피끓는 청춘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동남아시아 미얀마에서 과거 한국과 비슷한, 오히려 더욱 치열한 민주화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의 비극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식으로 마무리될까?

갈등의 씨앗은 해방정국

한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식민지였다가 해방을 맞이한 국가들의 민주화 갈등. 그 시작은 해방정국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한국에서는 친일파와 분단으로 그 문제가 촉발되었지만, 미얀마에서는 소수민족의 독립과 자치에 대한 문제로 이 갈등이 촉발되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얀마의 대다수 소수민족은 영국과 협력해 치열하게 레지스탕스 운동을 전개해 나간다. 당연히 해방 이후 권한과 목소리가 커졌지만, 주요 권력을 차지한 이들은 이들 소수 민족의 목소리와 요구를 묵살했고, 갈등은 커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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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혼란을 정리한다는 목적으로 1962년 군사 쿠데타로 군부가 집권하면서 모든 문제는 무로 돌아가기에 이른다. 소수민족의 대표격인 로힝야 족은 반군을 결성해 내전이 벌어지지만 압도적인 무력의 정부군에게 말 그대로 학살에 가까운 피해를 받으며 패한다. 이 학살은 최근까지도 진행형이었기에 항상 미얀마의 고질적인 문제로 대두되곤 한다.

53년간 이어진 독재. 반복되는 쿠데타

1962년 쿠데타 성공 이후 군부는 2015년까지 무려 53년 간 독재를 이어나갔다. 오랜 기간 독재를 이어나갔기에 헌법도 뜯어고쳤고, 정치와 경제 모든 부분에서 군부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이들에 대항할 민주화 세력은 그 역량을 상당 부분 소실해 힘이 거의 없는 수준.

50여 년에 이르는 기나긴 시간 속에서 당연히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피어올라 시위가 시작된 적도 있지만, 그때마다 군부는 유혈 진압으로 대응했다. 다행히 이들의 희생이 결실을 맺어 1990년에 자유 총선이 치러지지만, 군부를 등에 업은 국민통일당은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다시 독재정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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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학살과 유혈진압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는 계속되었고, 결국 2015년 이뤄진 총선에서 아웅 산 수치가 이끄는 국민민주연맹이 440석 중 255석을 차지하며 본격적인 미얀마의 민주화가 시작된다. 그럼에도 아직 야당의 탈을 쓴 군부세력이 제1야당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독자적인 정부를 구성할 수는 없었다.

지지부진하던 민주화 작업이 이어지던 2020년 11월. 다시 한 번 총선이 개최되었고, 여기서 국민민주연맹은 전체 의석의 62.4%를 차지, 독자적인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에 군부에서는 선거가 조작되었다는 억지스러운 명분을 내세우며 재투표를 강요했고, 이 요구가 묵살되자 쿠데타를 시행. 아웅 산 수치를 체포하기에 이르렀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에 시민들은 이번에야말로 민주화를 이룩하겠다는 열망으로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미얀마 군부는 이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미얀마

미얀마의 현지 상황은 말 그대로 지옥이나 다름이 없다. 군인과 경찰들은 총과 칼로 무장한 채 시위에 나서는 국민들을 처절하게 탄압하고 있다. 이미 SNS와 뉴스로 많이 알려져 있듯, 대낮에, 거리에서도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 군인들이 이처럼 학살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에게는 과거 로힝야 소수민족을 학살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부에 맞설만한 힘을 가진 상대 세력이 없다는 것도 일방적인 학살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민민주연맹은 오로지 국민들의 지지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정당이기에 군부에 대항할 실질적인 힘이 없다. 그렇기에 거리낄 것이 없는 군부는 제 마음대로 시위를 진압하고, 학살을 자행하는 것이다.

당연히 전 세계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UN이나 기타 다른 국가가 이들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어렵다. 섣부른 개입은 또 다른 분쟁을 야기할 뿐이고, 자칫 이념 전쟁이나 이념 주입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상황은 여러모로 우리의 과거와 많이 닮아있다. 실제로 미얀마에서도 한국을 롤 모델로 삼아 ‘민주화에 성공하면 남한, 실패하면 북한이 된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죽을 것이 뻔한 시위에 동참하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은 지금 현재,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이들의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응원의 목소리를 내는 정도의 도움은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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