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순 사진작가,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시작한 제2의 인생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합니다”

포스트21뉴스 승인 2021.08.31 09:20 의견 0
이부순 사진작가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평균수명이 길어진 시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 새롭게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가 있다. 38년에 이르는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예술문화 활동의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부순 사진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2021 코리아아트페어 참가

지난 8월 5일에서 8일까지. 4일간 코엑스 A hall에서 코리아아트페어가 개최되었다. 2021 코리아아트페어는 한국예술가협회(이사장 금보성)가 주관한 전시회로 국내·외 작가 70여 명이 참석하여 1,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 대규모 행사였다.

수많은 유명 작가들의 영혼과 열정이 녹아있는 작품 가운데, 이부순 사진작가의 이름도 보였다. 그녀는 전문 사진작가의 길에 들어선 지 이제 3~4년 된 신인 작가. 첫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무리한 그녀는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부순 사진작가 작품

“저는 작년에 처음으로 그룹전을 통해 전시회를 한 신인 작가입니다. 이제 막 예술의 길에 접어든 제가 이렇게 큰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영광인데요. 수많은 예술가들을 보면서 그들의 노력과 열정을 보았어요. 앞으로 저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화예술계에 첫 발을 내디딘 이부순 사진작가의 사진 인생은 약 4년 전 처음 시작되었다. 38년 동안 몸 담은 은행에서 불철주야 일을 했던 그녀는 퇴직을 맞이하며 자신의 인생과 앞날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스스로를 위한 인생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한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는 후회 속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고, 그 종착지가 사진예술이었다.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의 매력에 취하다

이부순 사진작가가 수많은 예술 가운데 유독 사진에 주목했던 이유는 사진이 가진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는 매력 때문이다. 직접 눈으로 보는 현실과 사진으로 보는 광경은 완전히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사진이, 숨겨진 다른 세계를 엿보는 창구 역할을 한다고 말하는 이부순 사진작가. 이러한 사진의 매력을 포르투갈에서 가장 절절하게 느꼈다고 한다.

이부순 사진작가 작품

“포르투갈은 건물이 낮고 도시가 계획적으로 잘 꾸며져 있어서 햇빛이 구석구석까지 깊이 들어옵니다. 낮이 길고 해가 높아 그림자도 멋지게 드리우죠. 여행을 갔을 때 포르투갈 거리를 사진으로 담고 있었습니다. 해질녘의 아름다운 광경을 찍는데 앞에 있던 노신사께서 힐끗거리면서 제 사진기와 눈이 마주쳤어요. 사진을 얼른 찍고 나중에 확인하는데, 그 순간의 광경이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포르투갈 특유의 거리 느낌과 노신사의 낯선 표정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걸작이었죠.”

포르투갈에서 경험한 것과 같은 형태의 사진을 찍기 위해 매일 새벽과 해질녘, 거리 사진을 찍으러 집을 나선다. 과거에는 단순히 취미로 즐긴 사진이지만, 이제는 작가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작품에 조금 더 의욕이 생긴다며 차기작품 준비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의 작품에 영혼과 마음을 다 바치는 예술가의 삶

이부순 사진작가의 차기작품 주제는 후회와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아버지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에게 효도하지 못했던 한을 사진으로 담아볼 예정이라고 말한다. 이 작업을 위해 현재는 돌아가신 아버지 거처를 매일같이 방문하고 있다.

이부순 사진작가 작품

다음 작품을 준비하며 본격적인 예술가의 길에 들어선 그녀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며 겸손을 표했다. “예술은 하면 할수록 공부해야 할 것이 투성이더라고요. 사진 기술은 물론이고, 포토샵,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입니다. 퇴직을 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요즘은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최근에는 하루하루 생동감 있는 기분을 느끼고 있죠(웃음)”

직장에서 일할 때도 보람은 있었지만, 예술가로서 얻는 자기만족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한다. 대중들이 자신의 사진을 보고 작은 감탄사 하나만 해줘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스스로 아직은 예술가라는 이름을 쓰기 부끄럽다는 이부순 사진작가의 겸손에는 이유가 있다.

코리아아트페어를 비롯, 여러 전시회에 나가며 동료, 선배 예술가들의 열정과 노력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진심을 다해 자신의 영혼과 마음을 작품에 집어넣는 예술가들. 이부순 사진작가는 그들의 노력이 조금이라도 더 보상받았으면 한다는 따뜻한 바램의 말을 전했다.

“제가 직접 곁에서 지켜본 예술가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가치가 충분한 이들이었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건 여러 현실적인 제약들 때문에 이들의 노력이 보상받지 못한다는 점이었는데요. 앞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예술가들의 처우가 조금 더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아직 부족한 실력이지만 예술가의 대열에 합류한 만큼, 예술가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아름답고 행복한 작품을 선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이부순 작가는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제10회 포토 어워드 신인상 수상전시를 했다. 이 작가는 “눈으로 보이는 것을 간직하고자 카메라를 선택하였고 아무런 경험이나 카메라 조작 방법도 몰랐지만 인간에 대한 관심을 둔 것이 심사에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모른다”고 소감을 밝혔다.

금보성 관장은 “모든 예술에 초심이라는 것이 있는 데 결과보다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부순 작가의 작품에 묻어 있는 초심이,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걷다보면 스스로 변화하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을 지겨보고 응원하고 싶다”고 작품 선정 배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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