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보공예 추송 이병연 선생 “원스톱 제작 가능한 ‘타운’ 조성 목표”

목공예와 자수공예의 결합…시대를 잇다

김민정 기자 승인 2021.09.01 17:06 의견 0
영보공예 추송 이병연 선생

[포스트21 뉴스=김민정 기자]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갖춘 공예는 오늘날 예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와중에 문화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예로부터 공예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소통의 매개체로 사랑받아왔다.

옛것은 너무나도 쉽게 잊히고, 지나간 것은 빠르게 사라지는 현대사회 속에서 영보공예 추송 이병연 선생은 전통공예의 가치를 계승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목공예와 자수공예를 결합한 방식으로 새로운 예술 장르를 개척해 특별한 전통공예 장르를 선보인 그의 남다른 행보를 따라가 봤다.

시대상 반영한 실용적 전통공예 작품으로 대중화 앞장

영보공예 추송 이병연 선생은 1960년대 들어 전통공예 세계에 발을 들였다. 공예 디자인을 배워 영보공예를 운영해온 그는 전통가구에 자수를 놓아 이목을 끌며 문화예술계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전통적인 제작 방식에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접목한 것이 인기 비결이다. 그의 작품들은 예술성은 물론 실용성과 대중성까지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송 이병연 선생 한국예술문화명인 인증패 수상

그는 “투박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목공예, 화려함과 세련미가 돋보이는 자수를 접목해 전통공예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거나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인테리어 기능과 실용성을 겸비한 공예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제작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예술 작품을 소장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난히 추송 선생이 만든 장롱이나 안방 가구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이병연 선생은 재료부터 함부로 고르지 않는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까다롭게 선택한다.

최상급 재질로 분류되는 흑단과 화류목, 느티나무 같은 괴목을 주로 사용하는데, ‘좋은 재료를 써야 그만큼 품질이 뛰어난 작품이 완성된다’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에 이병연 선생이 제작한 작품만을 고집하는 부유층 고객이 많다. 작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제작 기간은 보통 짧으면 한 달, 평균적으로 6개월 이상 걸린다.

작품을 구상하고 도안부터 목공예, 자수공예 등 한땀 한땀 정성을 다해 완성된 결과물이다. 흔히 일상에서 사용하는 화장대, 손거울, 보석함, 반짇고리 등 실생활에 유용한 가구를 만든다. 작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히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실용성이다.

장식용으로만 사용되면 제품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긴다. 실생활에서 제 역할을 다해 활용될 수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한국예술문화명인 인증식

추송 이병연 선생은 “그저 옛것이라고 해서 전통이라는 이름을 붙여선 안 된다”며 “전통을 계승하기 위한 고유의 맥을 잇되,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반영해 실용성을 개선하고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이나 모양, 기능 등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실제로 나전칠기, 장롱, 옻칠소품 등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가구를 살펴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전통공예의 역사와 흐름 또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다”고 강조했다.

명인 제13-1123-22호로 등재된 이병연 선생은 전통공예의 미적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는 데 전념하며, 공예예술 장인이자 명인으로서 전통공예 계승을 위해 앞장서 왔다. 우리나라 고유의 미를 간직한 전통공예가 갈수록 사람들 기억에서 잊히고,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진 가운데 한국 고유문화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명맥을 이어 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2019년에는 ‘영보공예 50주년’을 맞아 기념전시회를 마련해 대중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 그는 이벤트를 준비해 정가보다 20~30% 할인된 가격으로 한정 판매를 진행했다.

“젊은 세대에 공예 체험견학 기회 주고파”

50년 이상 전통공예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온 그는 최근 들어 제작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자수를 전문으로 하는 장인과 장식을 담당하는 기술자 등을 한데 모아 ‘타운’(Town)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추송 이병연 선생 작품

추송 선생은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술이 필요한데, 수작업 과정에 참여하는 인력이 한곳에 모여 있으면 원스톱 제작 방식으로 불필요한 시간이나 비용을 줄이는 대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타운’은 아름다운 전통문화의 예술적 가치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즐기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공예 대중화를 위해 앞서 다양한 방송 매체를 활용하기도 했다. 그동안 여러 매체에 그가 만든 작품이 소개됐는데 TV 드라마 ‘왔다, 장보리’, ‘해를 품은 달’, ‘왕의 여자’, ‘황진이’, ‘장밋빛 연인들’, ‘욕망의 불꽃’, ‘사임당’, ‘홍길동’ 등 외 다양한 드라마에 등장한 소품들은 방송의 인기와 더불어 큰 주목을 받았다.

요즘에는 젊은 세대를 위한 작품 구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통적인 것의 아름다움, 즉 옛것에 익숙한 과거 세대와 달리 젊은 층은 그동안 전통공예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이병연 선생은 공예 예술의 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시대상을 반영한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추송 이병연 선생 작품

그는 “타운이 조성된다면 향후 공예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체험 견학을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구체적인 시기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빠르면 6개월에서 1년 이내 타운을 만들어 상품 제작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동시에 교육 체험의 장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예예술계의 장인인 추송 이병연 선생의 행보는 앞으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해 나갈 수 있도록 국내·외에 우리 전통공예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열정을 바칠 것”이라며 “팬데믹 상황으로 대중과의 소통이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동안 많은 고객과 전시 관람객 등을 통해 뜨거운 사랑을 받은 만큼 이에 보답하고자 다양한 공예 예술품을 만들고 전시회를 기획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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