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게임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해외 게임 시장 데이터 전문 사이트에 따르면 게임 시장은 2016년 이후 10% 전후 성장했고, 2022년까지 연 10% 이상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눈에 띄게 확장되고 있는 게임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게임 기업이다.
과거에 게임 개발사라고 하면 인디 게임 위주의 소규모 개발사를 떠올리기 마련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분야의 글로벌 기업과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는 대형 게임 기업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게임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전 세계의 주목할만한 글로벌 게임 기업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RPG의 혁신을 이뤄냈던 글로벌 게임사, 블리자드다.
전기공학도 출신 3명의 친구가 만든 게임 기업
블리자드는 미국의 게임 개발, 판매사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자회사이다. 통상 블리자드로 불리는 개발사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게임 개발사 중 하나다.
1991년, UCLA의 전기공학도 출신인 마이크 모하임과 앨런 애드햄, 프랭크 피어스가 모여 창립한 실리콘&시냅스라는 회사가 그 시초다. 처음에는 게임 유통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던 이들은 1994년에 데이비슨 & 어소시에이츠라는 회사에 인수되었고, 든든한 뒷배를 바탕으로 게임 개발을 시작한다.
그렇게 처음으로 내놓은 게임이 바로 워크래프트였다. 워크래프트가 호평을 받았고, 이어서 개발한 워크래프트 2가 엄청난 흥행을 가져오면서 블리자드는 순식간에 세계에서 주목받는 게임사가 되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소규모 게임 개발사가 개발 중이던 디아블로의 가능성에 주목하여 적극 지원해주다가 결국 회사를 인수하며 디아블로를 출시, 블리자드는 PC 게임 계의 대부로 거듭난다. 배틀넷이라 불리는 독창적인 인터넷 플랫폼을 구축한 것도 이 시기였다.
1998년부터는 말 그대로 블리자드의 황금기다.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었고,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 등 나오는 게임마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2004년. 오늘날까지도 MMORPG의 정석이라 평가받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출시되면서 블리자드의 성공은 정점을 찍게 된다.
높은 완성도로 성공을 이어온 블리자드
블리자드의 성공이 있기 전까지, 전 세계 게임 시장의 강자는 콘솔이었다. 일본에서는 패미컴으로 대표되는 콘솔 게임기기가 유행하고 있었고, 미국에서는 PC게임이 개발되고 있었으나, 완성도 면에서 콘솔 게임에게 뒤처지는 감이 있어 크게 성행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블리자드가 내놓은 PC게임은 하나같이 대박을 치며 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PC게임들 중에 유독 블리자드 게임만이 대박을 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블리자드는 아예 출시를 하지 않거나, 개발 과정에서 게임을 뒤엎어버리는 경우는 있어도 미완성도의 게임을 출시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는 블리자드가 몰락하기 전까지 고수해왔던 정체성으로 개발 과정에서 완성도 문제로 탈락한 게임은 추후에 다른 게임의 베이스가 되거나, 소스로 활용되는 경우는 있을지언정, 그대로 출시되지는 않는다.
거기다 블리자드의 게임들은 진입장벽이 낮다. 디아블로와 같은 특정 게임을 제외하면 카툰이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그래픽으로 게이머들이 감당해야 할 시각적 부담감을 최소한으로 낮추었고, 게임 조작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낸다.
이미 흥행한 게임, 혹은 새롭게 시도되어 대중의 호평을 받은 다른 게임의 시스템을 차용해 블리자드화시키는 능력 역시 탁월하다. 시스템이나 조작은 접근이 쉽지만, 세계관, 스토리는 굉장히 방대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블리자드 게임의 주요 주제를 관통하는 단어는 타락. 완전무결한 영웅이 타락해 메인 빌런이 되는 스토리는 블리자드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스토리 전개다. 여기에 흡사 영화를 보는 것처럼 퀄리티 높은 시네마틱 트레일러도 블리자드의 성공을 견인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블리자드 몰락의 이유
한때 ‘블빠’ 라고 해서 블리자드에서 만든 게임이라고 하면 고민도 하지 않고 구매하는 게이머들이 많았을 정도로 블리자드의 위상은 높았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201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몰락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메이저급의 인기를 구가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팬덤과 리그가 꾸준히 활동하고 있던 히어로즈 오브 스톰 리그를 유저들과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없애버리는가 하면, 이미 잘 구축되어 있는 게임 설정을 한 방에 뒤엎는 격변식 스토리의 반복으로 유저들의 피로감을 키우기도 했다.
게다가 캐릭터에게 지나치게 정치적인 색을 부여하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설정을 억지로 붙여 일부 유저들의 거부감을 유발해 문제가 된 바 있다. 거기다 블리자드의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완성도 높은 게임성도 점차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신작을 내놓던 블리자드는 연달아 과거 게임의 리마스터 버전만을 내놓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최근에 출시한 디아블로2 : 레저렉션과 스타크래프트는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워크래프트 리마스터는 도저히 플레이하기 힘들 정도의 낮은 품질로 게이머들의 공분을 샀다.
게이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블리자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블리즈컨 당시 디아블로4를 기다리는 게이머들에게 디아블로 모바일 버전을 소개해 비난을 받았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캐릭터의 성 소수자 설정을 굳이 자꾸 언급해 문제를 자초하기도 했다. 블리자드가 지속적으로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블리자드는 몰락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근 블리자드의 행보는 전통적인 블리자드 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과연 게임계 굴지의 대기업, 블리자드는 초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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