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 김재환 화백, 전통의 가치에 현대적 시선을 덧댄 십장생도(十長生圖) 화제

김민진 기자 승인 2022.01.02 07:00 의견 0
대홍 김재환 화백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전통은 어느 민족에게나 소중하고 귀한 것이다. 하지만 전통이라는 이름에 매몰되어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외면한다면, 전통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한국화의 대가로 이름 높은 대홍 김재환 화백은 전통의 한국화 중 하나인 십장생도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또 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부귀와 장수의 상징, 십장생도(十長生圖)

십장생도는 먼 옛날, 우리의 선조들이 불로장생을 기원하며 이를 상징하는 상징물을 소재로 그린 그림을 뜻한다. 중국의 신선 사상에서 유래된 그림으로 해, 산, 물, 바위, 소나무, 달 또는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 이렇게 10가지 상징물을 하나의 그림 안에 품어낸다.

장수와 부귀를 축원하는 그림은 고구려 벽화에도 그려져 있을 정도로 그 유래가 깊은 예술품이다. 고려 말, 이색의 목은집(牧隱集)에 궁중과 저잣거리 곳곳에 십장생도가 있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궁중과 대중을 가리지 않고 십장생도가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십장생도가 주인의 장수를 보장하고 안전을 기원한다는 인식 덕분에 많은 이들이 작품 소장에 관심이 많다.

십장생도 8폭

관념산수, 화조도, 실경산수, 달마도 등 다양한 한국화를 그려내며 한국화의 대가로 불리는 대홍 김재환 화백은 이처럼 대중들의 인식에 뿌리 깊게 새겨진 십장생도의 이미지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새로운 작품을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십장생도는 한국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사랑하고 즐겨왔던 영원불멸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색으로 표현해내는 십장생도는 이미 우리의 전통이자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에요. 내공이 많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최근에는 십장생도에 저만의 세밀하고 개성 있는 선, 감정을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필일혼(一筆一魂)의 정신으로 그려낸 십장생도

김재환 화백의 십장생도는 십장생의 모습을 충실히 구현하고 있으면서 다채로운 화법을 구사해 오색의 조화가 선명하게 살아있다. 뿐만 아니라 선과 색 하나하나에서 강렬한 감정과 힘이 느껴진다. 김재환 화백은 이를 자신의 영혼과 기운이라고 말한다.

십장생도 8폭

“평생 한국화를 그리면서 제가 유일하게 견지한 신념은 일필일혼(一筆一魂)의 정신입니다. 붓을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거기에 제 혼과 기운을 담아내겠다는 뜻으로 세운 저만의 철학이죠. 그림은 단순한 점과 선의 예술이 아닌, 화가의 감정과 영혼을 담은 예술입니다.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아주 작은 감정이라도 느끼게 하려면 온 정신을 거는 용기와 각오가 있어야죠.”

독특한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김재환 화백은 그림을 그릴 때 마치 구도자와 같은 마음으로 임한다. 십장생도를 그릴 때는 불보살과 천지신명들에게 ‘그림을 잘 보살펴주고 소장하는 분들의 건강과 부귀를 보장해 달라’는 기원을 속으로 끊임없이 되내인다. 그림의 의미와 색채의 조화도 철저하게 계획하고 구상하기에 선 하나를 긋는 데 몇 시간, 혹은 며칠이 걸리는 때도 있다.

구도자의 마음으로 그려내는 십장생도, 한국 예술계에 큰 울림으로 남아

지금은 한국화의 대가이자 십장생도의 구도자로 알려진 김재환 화백, 그의 예술 인생이 시작된 것은 16세 시절, 고향 인근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 덕이었다.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유년기부터 바다를 자주 접하며 살아온 그는 어느 날 새벽, 바다에 나가 해무가 길게 늘어진 바다와 해금강의 환상적인 모습을 보고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장생도 2021년 작 순지에 수목채색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아 그림과 서예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김재환 화백이 한국화에 빠지게 된 것은 1977년. 1981년 약과의 나이로 첫 개인전을 가진 후 방황하다 군대를 다녀와 예술의 깊이에 고민하던 때, 얕은 물에서 큰 물고기가 될 수 없으므로 큰 바다로 나가야 하듯 활동의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당시 서울로 갓 올라온 화가였던 저는 정릉의 한 사찰에서 하숙하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사찰이라 새벽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때 마주한 북한산의 풍경과 매일 산을 오르며 느낀 자연의 환상적인 변화를 잊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때부터 관념과 실경을 겸한 전통산수와 실경산수를 닥치는 대로 그렸습니다. 한국화의 매력에 제대로 빠지게 된 거죠.”

한국화에 골몰하다 보니 종국에는 한국화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십장생 그림에까지 닿았다는 김재환 화백. 일필일혼의 신념 덕일까? 그의 그림에는 무언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운이 담겨 있다. 십장생도는 메마른 감정과 천편일률적으로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삶의 희망과 위로를 준다.

깊이 있는 전통에 자신만의 시선과 영혼을 담아내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는 김재환 화백은 언제나 영혼을 담은 그림을 만들어내려 노력한다. 언제나 온 마음과 정신을 온전히 그림에 쏟아내는 김재환 화백의 모습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구도자의 자세를 닮아 있었다. 예술의 구도자라는 별명이 부끄럽지 않은 그의 그림은 대한민국 예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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