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사&보현사 주지 묘담 스님, “지혜로운 자비로 이웃과 함께 하겠습니다”

구원진 기자 승인 2022.01.02 08:33 | 최종 수정 2022.01.02 10:32 의견 0
수안사 묘담 스님

[포스트21 뉴스=구원진 기자] 달콤한 재료들, 부드럽고 구수한 아몬드 가루와 고소한 버터의 향이 사찰 입구까지 흘러나왔다. 빵 굽는 냄새다. 절에서 나는 냄새는 향 냄새가 전부인데, 수안사에서는 군침을 돌게 하는 통호밀 가루의 옛 향기가 가득하다.

“팥앙금도 넣어야 하고, 포장까지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자 속도를 더 냅시다! 화이팅! 화이팅!” 주지 묘담 스님의 응원에 스님들의 손이 더 바빠졌다. 오늘 하루 만들어야 하는 빵이 200개다. 빵을 받아들고 기뻐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돋는다는 스님들은 얼굴에 밀가루가 묻는 것도 모른 채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빵 굽는 사찰 ‘수안사’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수안사는 빵 굽는 절(사찰)로 유명하다. 한 달에 네 번 혜명복지원과 장애인종합복지센터 그리고 효림복지센터를 돌아가며 200인분의 빵을 전달한다. 공양간에 200인분을 구울 수 있는 커다란 오븐이 설치돼 있다.

“최소 500인분은 구워야 하는데, 지금 있는 오븐은 200인분밖에 안 돼서 좀 아쉬워요, 그래도 하는 데까지 굽고 있습니다.” 오븐은 묘담 스님이 티끌 모아 구입 한 것이었다. 묘담 스님이 빵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년 전 서울역 노숙자들을 만나면서부터다.

추운 길바닥에서 배를 곯리며 누워있는 노숙자들에게 대기업에서 팔다 남은 빵을 수거해 베풀었는데, 갈수록 수거할 수 있는 빵이 줄어들자 “이참에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제과제빵 기술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식빵은 물론이고 소보로, 단팥빵 등 다양한 빵을 만들어 마음껏 보시를 실천하고 있다.

빵 포장지에는 ‘대행보현회 자비애빵’이라고 스티커가 붙어있다. 자비와 사랑이 가득한 빵이라는 의미다. 묘담스님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사랑과 나눔을 전달하며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겠다는 마음을 담았다며 빵은 무한한 애정이자 사랑이고, 생명이라고 말했다.

“빵이라는 작은 먹거리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랑을 나누니 이만큼 훌륭한 매개체가 또 어딨겠어요. 여기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제빵 체험의 기회를 주고 있는데, 빵을 통해 소통할 수 있으니 아이들의 마음을 알 수 있고, 또 아이들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어 저 스스로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자비와 보시를 실천하는데 빵을 선택한 묘담스님은 함께 빵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도희, 혜안, 도호, 지유, 법정, 무진 스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승려복지 활성화 사례로 선정, 표창패 수상

지난해 9월 수안사는 조계종 승려복지회로부터 ‘승려복지 활성화 우수사례’로 선정되어 표창패를 받았다. 어려운 시절 승려복지회에서 병원비를 지원받았던 묘담 스님이 이후 승려복지회에 2천만 원을 재기부해 좋은 사례를 남겨서다.

“우리 절은 4대가 살고 있습니다. 가난한 절이니 작은 나눔입니다. 열반하신 창건주 근성 스님이 영원한 삶을 살아가도록 일깨워주셨습니다. 고이 간직하였던 장례비를 나눕니다.”

묘담 스님은 이 메시지와 함께 지난 3월에 천만 원을 그리고 한 달 뒤인 4월에 또 천만 원을 기부했다. 창건주 근성 스님은 수덕사 견성암에서 출가해 2020년 7월 입적하셨다. 1957년 보현사와 수안사를 창건하고 자비와 사랑을 실천하는 포교 활동에 앞장서 왔다.

묘담 스님은 1981년에 출가해 근성 스님을 모시고 그 뜻을 함께 펼쳤다. 그런데 지난 2013년부터 병환으로 근성 스님이 쓰러져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묘담 스님까지 병원에 함께 입원한 것.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했을 때 승려복지회에서 1천700만 원을 지원해줬다. 묘담 스님은 정말 절실할 때 도움을 받았고, 더 필요한 스님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후원금을 다시 기부했다고 말했다. 승려복지회는 종단 스님들이 노후와 병고에 걱정 없이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료비, 요양비, 건강검진비 그리고 예방접종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사찰 ‘보현사’

대한불교 조계종 수덕사의 말사로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보현사는 수안사와 함께 1957년 창건되어 지켜온 청정도량이다. 사찰 주변은 수풀이 우거져 있다. 묘담 스님은 토종 풀을 지키고 가꾸며 지구 생태계 자연 환경을 보전하고 자연과 하나되는 사찰, 보현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들은 자신만의 법칙 아래서 자연의 질서를 지키며 살고 있어요. 최상위 포식자부터 최하위 피식자까지 규칙을 지키며 먹이사슬을 만들어 가고 있죠. 그래서 보현사는 인간의 이기심이 없는 청정지대,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사찰로 남기고 싶어요.”

묘담 스님은 보현사에서 동물들을 위해 1만 번의 불공과 1만 번의 제사를 지내고, 동물 천도재도 1년에 한 번씩 지내주고 있다고 밝혔다. 자비와 보시, 자연과 생태계의 보전을 실천하고 있는 묘담 스님은 불교를 만난 인연에 항상 감사하며 진실한 마음으로 소통할 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연의 이치와 섭리에 따라 행함과 도리를 다하고 항상 법을 실천해 모든 불자님이 성불하기를 바란다며 합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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