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수의 건축여행 이야기’ 박승태 대표, 한국 생활방식에 맞춘 패시브하우스 인기

김민진 기자 승인 2022.01.03 17:15 의견 0
‘박목수의 건축여행 이야기’ 박승태 대표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최근 건축업계에 패시브하우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구체적인 기준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 패시브하우스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지 않고도 일정한 환경을 유지하는 집을 뜻한다.

‘박목수의 건축여행 이야기’를 운영하는 박승태 대표는 독일에서 처음 시작된 패시브하우스를 한국의 기후와 생활방식에 맞춰 재정립한 인물로 패시브하우스 건축에서는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단열, 난방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바로 환기

패시브하우스의 핵심은 단열과 난방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찬 공기는 막고, 실내의 따스한 공기는 최대한 오래 붙잡아둬야 실내 온도가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업체는 보다 뛰어난 난방기술을 개발하고, 외부의 공기를 차단하는 일에 집중한다. 하지만 박목수의 건축여행 이야기를 운영하는 박승태 대표는 단열과 난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환기라고 말한다.

“단열이 잘 되고, 난방효율이 좋은 집 가운데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히고, 구석진 곳에 곰팡이가 생기는 결로현상이 발생하는 곳이 있습니다. 모두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안이 아무리 따뜻하고 쾌적해도 구석에서 곰팡이가 피어나고 있다면, 그 집에서 살고 싶을까요? 은박지를 붙이고, 곰팡이 방지 페인트를 바르면서 결로현상을 해결하려 하지만 모두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 같은 현상이 반복되지 않죠.”

박 대표는 결로현상의 원인이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단언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한옥의 경우에는 환기가 너무 잘 되어서 환기보다 단열을 우선했지만, 서양식 주거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반대로 환기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거기다 음식을 많이 끓이고 삶는 한국인의 요리 문화와 많은 물을 소모하는 습식 화장실 문화는 엄청난 양의 습기를 발생시킨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열보다는 환기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견해이다.

35년의 건축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립한 건축 철학

환기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마찬가지로 박 대표는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주택의 다양한 논쟁거리를 주제로 의견을 피력한다. 그가 이처럼 명확하게 자신의 주택 철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무려 35년 가까이 건축 현장에서 수많은 경험을 해왔기 때문이다.

1987년부터 2010년까지 대기업에서 근무한 박 대표는 전 세계의 공장 건축을 시공 감독하며 내공을 쌓았다. 25년 가까이 세계 건설 현장을 진두지휘한 박 대표는 2010년, 명예퇴직을 하고 평창한옥학교에서 한옥과 건축 인테리어 기술을 배우며 건축 전문가가 되었다.

“많은 공장과 주택을 보면서 한옥이야말로 우리에게 어울리는 최적의 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옥에 남아있는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는 무궁무진하거든요. 그 정수를 활용하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집이란 무엇이고,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박 대표는 이미 <집 짓는 이야기 건축시공백서>, <건축주가 원하는 행복한 집 짓기>, <힐링 절로 되는 자연속의 집>, <박승태 목수의 건축여행 이야기 : 부여 삼산리 휴휴당> 등의 저서를 집필해 나름의 답을 내놓기도 했다.

“집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건축주입니다.”

현재 고객의 의뢰를 받아 집을 짓고 있는 박 대표는 까다롭고 철두철미한 건축가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박 대표는 의뢰를 받으면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공이 완료될 때까지, 건축주와 모든 상황을 공유한다.

건축 진행 상황부터 구조, 마감재 종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재와 디자인은 건축주와의 소통 끝에 결정되고, 건축주의 마지막 결정이 없으면 시공은 이뤄지지 않는다. 특유의 꼼꼼한 시공 덕에 1년에 4채만 시공할 수 있지만, 고객들의 만족도는 언제나 최상급이다.

“저는 집을 만드는 사람이지, 집에서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 입맛에 맞는 집을 지어도 실제로 거주할 건축주가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그 집은 잘못 지어진 거에요. 집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건축주입니다. 저는 건축주가 원하는 집을 구현하는 기술자인 거구요. 사는 사람이 행복하고 쾌적하다고 느낄 수 있는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가 패시브하우스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리 멋들어지고 살기 좋은 집을 지어도 유지비가 비싸면 건축주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쾌적한 환경과 유지비도 저렴한 집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 보니 패시브하우스라는 답에 닿게 된 것이다.

실제로 박 대표가 부여 외산면 삼산리에 지은 저에너지 주택, 휴휴당의 월평균 난방비는 7만원. 115㎡의 2층 구조인 집의 규모를 생각하면 획기적으로 저렴한 비용이다. 휴휴당의 사례처럼 앞으로도 저렴하고 쾌적한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박 대표의 행보는 그가 운영하는 ‘박목수의 건축여행 이야기’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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