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정 석채화가, ‘새우’-‘부(富) 명예 상징’ 국제현대미술대전 특선 수상

“석채화를 그릴 때면, 무아지경(無我之境)에 이르는 수행자가 됩니다”

김민진 기자 승인 2022.05.02 16:49 의견 0
조민정 석채화가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몰아(沒我)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잊고 있는 상태’라는 말로 불교에서는 최고의 경지 중 하나라고 말한다. 석채화를 그릴 때면 이러한 몰아의 경지에 이르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 예술가가가 있다. 주인공은 얼마 전 개최된 국제현대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한 조민정 석채화가다.

민화부터 석채화까지, 다양한 예술 스펙트럼 자랑하는 석채화가

물취이모(勿取以貌)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외모나 첫인상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담은 말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과 다른 자신만의 일면이 있기 마련이다. 간혹, 이 사실을 망각한 채 첫 인상이나 선입견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쉽다.

조민정 석채화가의 경우가 이 사자성어에 딱 어울린다. 여성으로서 개별난방 개·보수 철거 사업을 6~7년 동안 하고 있는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예술과 큰 인연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섬세하고 정적인 취미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이지만 예술에 관해서만큼은 예외였다.

“젊은 시절부터 민화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민화에서 바림이라는 작업이 있어요. 색을 칠할 때 한쪽을 짙게 하고 다른 쪽으로 갈수록 차츰 엷게 나타나도록 표현하는 기술인데, 석채화를 처음 만났을 때 바림의 느낌이 묻어나서 무척 신기했습니다. 진한 색으로 표현되는 데코레이션이 민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건네주더군요.”

막연히 석채화를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던 조민정 석채화가는 3년 전, 지인의 소개로 김기철 화백을 만났다. 그 때부터 김기철 화백을 스승으로 삼고 석채화를 해보려고 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시작을 하지 못하다가 1년 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생각에 본격적인 석채화 공부를 시작했다.

‘새우’, 민화 느낌 물씬 풍기는 독특한 화풍 간직한 작품

지난 3월 25일, 조민정 석채화가는 제42회 국제현대미술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하며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알렸다. 국제현대미술대전은 사단법인 한국서화협회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주관은 국제현대미술대전운영회가, 후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는 전국적인 규모의 미술대회다. 작지 않은 미술대회에서 수상한 조민정 석채화가는 1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듯해 뿌듯하다는 감상을 전했다.

김기철 화백과 제자들 기념사진

“특별히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라 그냥 석채화가 좋아서, 그림을 그리는 게 행복해서, 김기철 스승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따라간 것뿐인데 좋은 성과를 얻은 것 같아요. 가족들도 무척 좋아해 주고, 저 스스로도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별하고 행복한 경험이에요.(웃음)”

조민정 석채화가가 출품한 석채화의 이름은 ‘새우’.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와 명예를 뜻하는 작품이다. 자본주의 시대, 모든 이들의 꿈이자 소망인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싶다는 마음을 석채화로 표현한 작품으로, 민화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독특한 화풍을 간직했다.

“언젠가는 불교 탱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생애의 전환점이 된 석채화가의 길

조민정 석채화가가 석채화에 매료된 이유는 돌의 색채 때문이다. 빨간색, 파란색, 검정색 등의 원색은 일반 물감에도 있는 색이지만, 석채화가 표현하는 색에는 물감이 담아내기 힘든 강렬한 느낌이 담겨있다. 조민정 석채화가는 그 색을 바라볼 때마다 주변의 모든 것을 잊고 색에만 집중하는 몰아(沒我)의 상태에 빠지곤 한다.

“석채화를 그리다 보면 절에서 열심히 기도를 할 때도 빠지지 않던 몰아(沒我)의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온전히 그림에 심취되는 거죠. 머릿속에서 티클만 한 잡념이나 망상도 떠오르지가 않아요. 무아지경(無我之境)이라고도 하는 데요. 저 스스로도 놀랄 만큼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이 과정이 제게는 너무나 큰 힐링이에요.”

붓을 들 때마다 “스스로를 완전히 잊고 석채화에 집중하는 경험을 한다”는 조민정 석채화가는 “모든 열정을 다 할 것”이라며 미소를 띠었다. 민화를 좋아했고, 불교 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향후에 본인의 능력이 된다면 불전 뒤에 그려지는 탱화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하지만 탱화는 단순히 그림이 뛰어나다고 그릴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불교에 대한 이해도 선행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표현하는 그림이다 보니 눈동자를 그리는 데도 집중해야 한다. 아직은 무리지만 조민정 석채화가는 언젠가는 반드시 탱화를 그릴 꿈을 위해 오늘도 붓을 들고 있다.

석채화를 통해 생애의 전환점을 돌았다는 조민정 석채화가. 사업가로서 평생 걸어온 길과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스승님 덕분에 평생 다시 없을 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누구나 갈망하지만, 아무나 도전하기 힘든 예술의 길. 조민정 석채화가는 그 어렵고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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