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 사연, “마지막 치료제, 꼭 사용해 보고 싶어요”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 효과 탁월하지만 국내 승인 지연 돼 환자들 호소

김민정 기자 승인 2022.08.23 12:25 | 최종 수정 2022.08.23 13:11 의견 0
사진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

[포스트21 뉴스=김민정 기자] “도와주세요. 엄마가 힘든 항암치료를 열심히 버텨냈지만, 기존 항암제가 암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결국 마지막 희망으로 엔허투가 남아 있어요. 지금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투병 생활을 이어온 엄마를 위해 엔허투 국내 승인을 서둘러 주세요. 엄마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유방암 치료 신약 ‘엔허투’의 국내 허가를 촉구하는 암 환자의 사연이 올라왔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유방암 환자가 직접 게시한 청원글에 이어 이번엔 환자 가족이 올린 두 번째 호소다.

이와 함께 24일 본지에 제보 전화가 왔다. 경기도 양평에서 건설 사업을 하고 있는 한모 씨는 “아내가 유방암 4기”라고 밝혔다.

그는 “아내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생사를 오가며 수많은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이제 남아 있는 치료제가 엔허투 밖에 없다”며 “기존 항암제보다 질병 진행 속도나 사망 위험을 72%까지 낮추는 치료제 ‘엔허투’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많은 암 환자들이 치료제가 있어도 써보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청원글에 등장한 유방암 치료제인 ‘엔허투’(Enhertu)는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신약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9년에 판매 허가를 받았고, HER2 단백질 표적 항암제를 포함해 2가지 이상 약제를 사용했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한 HER2 양성 전이상 유방암 환자에게 엔허투를 처방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엔허투 처방 대상으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HER2 양성 진행성 위암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등 3가지 적응증을 두고 있다.

FDA 허가 근거가 된 DESTINY-Breast01 임상 2상에 따르면 엔허투는 전이상 유방암 환자에서 60.9%의 반응률을 보이며 1차 유효성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종양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지지 않고 환자가 생존한 기간을 뜻하는 무진행생존기간(PFS)은 16.4개월로 확인됐다.

이처럼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미국에 이어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도 엔허투 처방 승인이 이뤄졌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2)에서는 엔허투 투약 효과에 관한 획기적인 임상 결과가 공개돼 현장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Destiny-Breast04 임상 결과에 따르면 엔허투를 투여 받은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은 9.9개월(중앙값)로, 항암화학요법군의 5.1개월보다 2배가량 길었다.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은 50% 감소했고, 전체생존기간(OS)의 경우 엔허투 투여군이 23.4개월(중앙값), 항암화학요법군이 16.8개월로 집계됐다.

이처럼 엔허투가 경쟁약물 대비 치료 효능이 우수하다는 점에 기반해 환자들은 국내 판매 승인과 더불어 보험급여 적용까지 신속한 진행을 촉구하고 있다. 엔허투의 국내 승인이 늘어지자 한씨 역시 기사 제보를 한 것이다.

앞서 지난 6월에도 한씨의 아내처럼 고통 받는 환자가 청원글을 올렸지만, 한 달간 1만4천여 명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30일 이내 5만 명 동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 채 종료된 바 있다.

한 씨는 “엔허투가 기존 항암제보다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추고, 최근 열린 학회에서는 이례적인 기립박수를 받았는데도 국내에서는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지난해 6월 국내 식약처에서 신속허가대상으로 지정했지만, 1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허가가 나지 않았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환자들을 위해 식약처가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의 신속한 승인에 힘써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쓸 수 없는 약물이 없는 암 환자들이 버틸 수 있는 최대 기간은 6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하루 빨리 신약을 사용해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정식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는 엔허투를 유방암 치료 뿐 아니라 폐암 치료에도 확대 승인했다. 하루하루 암 세포와 사투를 벌이는 환자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길지 않다.

국민동의청원 > 동의진행 청원 >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의 신속 승인 요청에 관한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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