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산업잠수학원 정준상 원장, 잠수사는 숭고한 직업…. “해양 강국으로 가는 길에 초석이 될 것”

최현종 기자 승인 2022.10.02 13:15 의견 0
서울산업잠수학원 정준상 원장

[칼럼=정준상 원장] 잠수복을 입고 공기통을 매고 짙고 푸른 바다 한가운데로 ‘풍덩’ 하며 빠지는 그 순간부터 신비로운 바닷속을 탐험하는 매 순간마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짜릿한 전율. 이것이 바로 잠수의 매력이 아닐까. 나는 바닷속을 헤엄치며 이곳이 바로 천상이요, 잠수야말로 어떠한 구속도 없이 마음껏 두 팔과 두 다리로 하늘을 나는 듯 활개를 치는, 내 몸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절정이라고 말해왔다.

스킨스쿠버 자격증부터 산업 잠수사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나 역시도 녹록지 않은 과정을 겪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이러한 자격증을 따기가 어려워 해외로 나가야 했다.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더라면 이루지 못할 인고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잠수사가 되려면 먼저 ‘바다를 사랑하고 즐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즐기는 자를 따라갈 수는 없는 법이다.

바다를 사랑하고 바닷속을 유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일터가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즐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임무에 대한 책임감이 고조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공간, 나밖에 할 수 없다는 책임감은 두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침몰사고가 발생하면 열악한 환경일지라도 인양작업에 나서야 하고, 사고를 수습해야 한다. 잠수사란 희열도 있지만 슬픔도 견뎌야 하는 직업이다. 2013년 양수대교와 성수대교 기름 유출 수습 등은 지금까지 겪었던 일 중에 가장 먹먹한 일들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할 때 바닷물이 온통 눈물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렇다 보니 잠수사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희생과 헌신 그리고 사명감을 가져야 하는 숭고한 직업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바다를 활용할 줄 아는 해양 강국이 되어야 한다. 무궁무진한 해양광물자원, 해양생물자원, 해양에너지자원, 해양공간자원 등 이 모든 것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바닷속에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산업잠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수심에 따른 제약과 잠수병이 항상 도사리는 가운데,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발파, 절단, 용접 등 다양한 기술을 펼쳐야 한다. 바다로 향하는 잠수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히지만, 현재 역량 있는 잠수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는 역량 있는 잠수사 양성을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잠수 학원의 문을 연 후, 국립군산대학교 등 다수의 기관과 연계해 다양한 잠수 기능은 물론 수중 용접, 수중 드론 등 실질적인 커리큘럼으로 교육의 깊이와 폭을 확장해 왔다. 미래의 주역이 될 건강한 청년들이 역량 있는 세계 인재로 성장해,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가 해양 강국으로 가는데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저작권자 ⓒ 포스트21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