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사·보현사 묘담스님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갈등과 오해, 시기와 질투가 넘쳐나는 시대다. 옛 성현들의 가르침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수안사·보현사의 주지 묘담 스님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도(道)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언제나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내일을 꿈꾸는 묘담 스님의 가르침을 들어보자.
“갈등 해결의 해답은 서로의 의견 존중하는 것뿐”
뉴스를 틀면 온갖 사람 사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사람 사는 이야기에서 정(情)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비난과 지적, 적의와 질투가 채워진다는 것이다. 당장 우리 주변을 살펴봐도 엄청나게 많은 갈등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세대 차이에서 비롯된 MZ 세대와의 갈등, 남자와 여자의 사고방식이 대립하면서 발생하는 남녀 갈등, 이데올로기의 차이로 인한 정치 갈등 등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를 ‘적’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팽배해진 지 오래다. 수안사와 보현사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묘담 스님은 지금의 이러한 현상이 편견과 무지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며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기를 강조했다.
“요즘 거의 모든 일에서 갈등이 생기잖아요. 갈등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갈등이 있어야만 서로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고, 객관적인 시선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거예요.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스스로를 편견 속에 묶어두는 것 같습니다. 보다 자유로울 필요가 있어요.”
묘담 스님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이나 위치, 나이나 성별에 따라 정해진 역할이 있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자라서, 혹은 젊으니까, 또는 부자니까 등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정형화된 편견이 서로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묘담 스님은 본인이 직접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이런 대중들의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다른 스님에 비해 대외활동을 많이 하고, 쉬는 날 없이 학생들과 빵을 굽다 보니까 저보고 스님이 공부 안 하고 도를 안 닦는다며 쓴소리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학생들과 빵을 굽고 함께 봉사하는 행위 자체가 도를 닦는 일입니다. 꼭 목탁을 두드리고 경전을 읊어야만 스님인 것은 아니죠.”
40년 넘게 실천해 온 부처님의 가르침
묘담 스님은 서울 도봉구에서 40여 년 가까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스님이다. 2020년에 입적한 근성 큰스님과 함께 1957년, 경기도 포천에 보현사와 수유리 달동네에 무허가 법당인 수안사를 창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작은 땅 한 평도 없는 100만 원짜리 좁은 법당에서 시작했지만, 묘담 스님은 단 한 번도 불평 불만하지 않고 40년 넘게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주변의 여건이나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신심(信心)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묘담 스님은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며 외부에 보이는 형식에 집착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마음만이 진정한 신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내 삶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녹아 있어야 합니다. 입으로 아무리 자비를 외치고 사랑을 노래한다고 해도 일상에서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부처님의 길을 따른다고 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나의 마음이 융화되어 그것이 고스란히 행동으로 나와야 비로소 불교의 진리를 안다고 할 수 있는 겁니다.”
묘담 스님은 자신의 형편에 따라, 혹은 계산에 따라 신심을 내는 이들이 많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와 더불어 모든 가르침은 실천과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간혹, 스님에게 인생의 해답과 구원을 바라며 자신의 사연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들이 있지만, 스님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저는 남자를 사귀어 본 적도 없고, 결혼을 해 본 적도 없으며, 공부도 많이 안 했습니다. 아마 세속적이고 구체적인 인생의 답은 여러분이 훨씬 많이 알고 있을 거예요. 다만 저는 부처님이 평생에 걸쳐 우리에게 말씀하고자 했던 자비와 자애의 마음을 온몸으로 이해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한 사람입니다. 제게 선생님이라며 가르침을 원하는 이들이 있는데, 제가 줄 수 있는 가르침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를 현실에서 행하라는 것뿐입니다.”
지역의 불우 이웃에게 전하는 부처의 마음, 자비 애(愛)빵
묘담 스님은 대학에서 경전을 공부하고 사찰에서 홀로 기도를 드리는 일반적인 스님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묘담 스님은 처음 불교에 귀의할 때, 근성 큰스님으로부터 진정으로 도를 닦기 위해서는 수천 권의 책과 붓글씨를 버리라는 말을 들었다.
홀로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 묘담 스님은 얼마 후 근성 큰스님에게 ‘자신은 행동으로, 실천으로 도를 행할 테니 도를 공부하라는 말씀은 하지마시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근성 큰스님은 운명하는 그날까지 묘담 스님에게 경전을 공부하거나 화두(話頭)를 가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저는 그 부분이 아직도 감사해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당돌하고 철없는 소리일 수도 있는데, 노스님께서 자애의 마음으로 저를 품어주셨습니다.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저는 노스님의 마지막까지 곁을 지켰습니다. 노스님과 알콩달콩 살아가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이 저는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묘담 스님은 불자로서 여러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행복을 나누기 위해 2020년부터 사찰에서 직접 빵을 굽고 있다. 사랑과 자비가 가득한 빵이라는 뜻에서 ‘자비 애(愛)빵’이라는 이름을 붙인 200개가 넘는 소보루, 단팥빵은 매주 지역의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 서울역 노숙인에게 전달된다.
스님들이 직접 빵을 굽기도 하지만, 전국 지역에서 제빵 체험을 원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방문해 함께하기도 한다. 묘담 스님은 주말에 빵을 만드는 이 시간이 자신만의 법회 시간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빵을 만들면서 이 빵을 받아 행복해할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함께 빵을 굽는 이들과 웃음을 나눕니다. 굳이 경전을 외우거나 불공을 드리지 않아도. 이런 선행의 하나 하나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게는 매주 주말마다 진행하는 이 빵 나눔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행복한 경험입니다. 부처님을 만나는 시간이니까요.(웃음)”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부처의 삶을 살아가는 묘담 스님
경전 속에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만을 외우지 말고, 부처님의 삶에 대한 태도를 본받고 가르침을 실천하라는 묘담 스님. 스님은 부처님의 자애의 마음을 일상 곳곳에서 실천하고 있다. 자연과 동물이 어우러진 청정도량을 조성하기 위해 사찰에서는 흔한 잡초라도 쉽게 제거하지 않고 신중하게 관리한다.
이로 인해 처음 보현사를 방문한 이는 관리가 되지 않았다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이는 산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묘담 스님만의 배려다. 실제로 보현사에는 주기적으로 야생동물들이 찾아와 풀을 뜯어 먹고, 봄이면 온갖 초목이 생동감 있게 피어나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한다.
“자연의 본 모습을 그대로 두었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 탓에 자연이 본래의 모습을 잃고 훼손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제가 마음 쓰는 것은 인간에게 버림받은 유기견들과 로드킬 당한 야생동물들입니다. 그런 사연을 알게 되면 꼭 마음속으로나마 기도를 드리고 있어요.”
실제로 묘담 스님은 길거리에서 참혹하게 목숨을 잃은 동물의 사체를 발견하면 꼭 보현사까지 데리고 와 묻어주고,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인근 산에 묻고 명복을 빌어준다. 여기에 더해 유기견 임시보호처를 운영하고 있으며, 야생동물을 위한 생태 방생에도 전념한다. 매년 500포 정도의 사료로 겨울나기 생태 방생을 하고 해마다 전국을 돌며 무료로 동물 천도제를 시행하고 있다.
부처란 곧 자신의 마음과 일상에 숨어 있다는 묘담 스님. 경전에서 부처를 찾지 말고, 부처의 생애를 그대로 따라 살아가며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할 것을 강조하는 묘담 스님의 얼굴에서 부처의 자비가 엿보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