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윤석란 기자]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상상 이상의 편리함과 새로운 가능성을 선물했지만, 그 이면에는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탄생한 '딥페이크(Deepfake)'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며 사회 전반에 심각한 위협으로 떠올랐다.

더 이상 전문가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일상이 될 수 있는 딥페이크 범죄의 현주소와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예방 및 대응 방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급속도로 정교해지는 딥페이크 기술이 불러온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와 우리 사회를 보호해야 할까.

현실과 뒤섞이는 가짜의 그림자

딥페이크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음성을 다른 영상이나 이미지, 음성에 합성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초기에는 영화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용되며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었지만, 이제는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보편화되면서 그 악용 사례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으로 딥페이크 기술은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있으며, 그 정교함은 일반인이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기술적 고도화는 딥페이크를 이용한 범죄의 문턱을 낮추고, 그 파급력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성범죄부터 사회 혼란까지 야기

딥페이크 기술이 가장 악의적으로 활용되는 분야는 단연 '성범죄'이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은 딥페이크 성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나 공인은 물론, 일반인 여성들도 SNS에 올린 평범한 사진이나 영상이 범죄에 악용되어 불법 성 착취물 제작 및 유포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 중 92%가 10~20대였다는 사실은 청소년들이 얼마나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래 괴롭힘이나 사이버 폭력의 형태로 딥페이크 피해를 입는 청소년들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또래 집단에서의 비난과 따돌림으로 인해 고통이 가중되기도 한다. 딥페이크 영상이 일단 온라인에 유포되면 24시간 안에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피해의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딥페이크는 성범죄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사회를 교란하고 있다. 가족을 납치했다는 거짓 전화를 걸어 부모를 속이는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에도 딥페이크 기술이 활용되는 사례가 확인되었다.

이는 사기의 대상을 확대하고 그 수법을 더욱 지능적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정치인이나 사회적 지도층의 연설이나 인터뷰를 조작하여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업 경영진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등 정치적, 경제적 혼란을 야기하는 데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대중을 혼란에 빠뜨리고 여론을 왜곡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며, 사회 전체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법적, 기술적, 사회적 대응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사회적 대응은 여전히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에서는 관련 법률이 제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행위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익명성을 악용한 범죄자의 추적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이다.

허위영상물 등으로 얻은 범죄 수익을 몰수·추징하는 규정 신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을 통해 명예훼손, 협박, 사기 등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딥페이크 범죄가 국경을 초월해 발생하고 기술적 탐지가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않아 피해자가 범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기술과 윤리가 공존하는 사회를 향해

딥페이크 범죄는 개인의 피해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신뢰를 위협하고 혼란을 야기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의 양면성을 인지하고, 그 이로운 점을 활용하는 동시에 악용을 철저히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과 기술적 대응 그리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경각심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비로소 기술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고 안전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기술과 윤리가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