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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21 뉴스=최정인 기자] 2025년의 대한민국은 기후 위기가 더 이상 추상적인 미래의 위협이 아닌, 우리의 일상과 경제, 사회 시스템 깊숙이 침투한 현실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9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에 근접하며,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한반도에서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내 바다의 연평균 표층 수온이 관측 사상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그 단적인 예이다.

이는 제주도 해안의 아열대 어종 출현 빈도 증가나,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 급감과 같은 해양 생태계 교란으로 이어져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수산물 가격 상승을 통해 식탁 물가까지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양식어업계가 기록한 역대 최대 피해액은 기후 위기가 우리의 경제와 식량 안보에 미치는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와 패러다임을 재편하는 강력한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는 물론, 민간 기업들 또한 기후 위험 요소를 경영 전략의 최우선 순위에 두며, 탄소 중립 기술 개발 및 재생 에너지 전환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전방위적인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기후 변화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사회 시스템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2025년 들어 잦아진 폭염, 기록적인 폭설 그리고 예기치 못한 국지성 호우는 재산 피해 뿐만 아니라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지면서, 기후 재난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대응력을 한층 강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농업인, 야외 활동이 잦은 택배·배달 근로자 등을 중심으로 '날씨보장 보험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상 기후로 인한 농작물 피해나 업무 중단 시 소득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는 이러한 보험은 불안정한 기후 시대에 개인의 생계를 보호하는 중요한 안전망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과 사회를 바꾸는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

더 나아가, 극심한 기후 변동으로 인해 장기간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야외 근로자들을 위한 '기후실업급여'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등, 기후 위기가 사회 안전망의 확장을 촉진하는 모습이다. 또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 스마트 그리드 확산 등 도시 인프라 측면에서도 기후 변화 적응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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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프레퍼족'(Prepper)의 등장은 기후 위기 시대 개인의 주체적인 생존 전략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현상으로 보인다. 이들은 다가올 재난 상황에 대비해 생존 물품을 비축하고, 비상식량을 준비하며, 자급자족을 위한 기술을 배우는 등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국가나 지자체의 재난 대응 시스템만으로는 모든 위험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개인 스스로 재난에 대비하고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활동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으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25년은 이처럼 기후 위기가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스며들어, 개인의 의식부터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한 불안감은 역설적으로 공동체 의식과 지역 기반의 자립 시스템 구축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작은 단위의 사회적 연대와 협력이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