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구조의 변화, 긱(Gig) 이코노미 시대

이근영 기자 승인 2023.05.21 20:33 의견 0

[포스트21 뉴스=이근영 기자] 우리 부모님 세대까지만 하더라도 한 직장에 오랜 기간 다니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시기가 있었다. 근속연수가 오래된 직원들에게 포상을 하면서 애사심을 높게 평가한다.

한 직장에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다 보니 업무 전문성은 물론 기업이 걸어온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는 이들은 반평생을 회사를 위해 땀흘리며 일했고, 회사 역시 그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런 노동 구조에 대해서 누군가는 선호할 것이고, 누군가는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한 직장에 취업하여 그곳에서 남아있기만 하니 노동자 스스로의 발전이 없고, 기업 역시 새로운 인재들이 유입되기 보다 기존 직원들이 남아 있게 되어 흔히 말하는 ‘고인물’들만 존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노동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자신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인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노동 유연성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지만, 성과에 따라 언제든지 쉽게 해고 당할 수 있는 노동 구조를 지니고 있다. 물론 능력만 있다면 다시 새로운 직장을 구해서 이직하는 것 역시 우리나라에 비해 유리한 노동구조인 것은 사실이지만 해고라는 리스크가 노동자에게 주는 불안감은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 국가들에 비해서는 다소 경직된 노동구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전통적인 노동구조가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긱(Gig) 이코노미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긱 이코노미’란 기업들이 정규직을 채용하기 보다는 필요에 따라 계약직 혹은 임시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경향이 커지는 경제를 뜻한다. 한마디로 정규직으로 채용해서 한 사람의 직원이 퇴사를 할 때까지 그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프로젝트 단위로, 혹은 일정 기간 동안에만 필요한 인력을 임시로 고용하고 그 업무가 마무리되면 고용 관계가 마무리되는 형태이다.

노동시장, 앞으로 점점 더 유연해질 것으로 전망

‘긱 이코노미’에 대해서 흔히 프리랜서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히는 프리랜서와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 프리랜서는 회사에 고용되어 근무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정 보수만을 받고 자유롭게 근무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긱 이코노미는 일정 기간에 대해서 별도 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한다는 점에서 프리랜서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개발자들이 긱 이코노미 형태로 근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평소 많은 개발자들을 보유하고 있기에는 비용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필요한 개발자 인력들을 모집하고 계약직, 혹은 일정 기간 동안만 임시직으로 고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태를 선호하고 있다. 정규직의 경우 한 번 채용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직원에게 투자해야 하는 교육 비용부터 다양한 비용들이 발생하고, 만약 회사와 잘 맞지 않는 인재라고 하더라도 노동법을 준수하기 위해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임시 계약직의 경우 필요에 따라서 인재를 구하고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을 지니고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욱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임시계약직의 경우 회사에 대한 애사심을 갖기 어렵고, 회사나 내부 프로세스에 대한 숙련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정규직원에 비해서 단점 역시 다수 존재한다.

그렇기에 기업들에게 있어 어떤 형태의 고용이 더욱 유리하다고 한 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노동시장은 앞으로 점점 더 유연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임시계약직 형태로 근무하게 되는 근로환경 역시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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