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구원진 기자] 작품 한 편이 눈에 들어왔다. 대종상영화제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불륜>. 14분짜리 단편 영화로 원로 배우인 신구와 故 김지영 주연의 영화다. 제목과 출연진만 보고 노년의 불륜을 주제로 한 19금 영화인가 했는데 상영등급이 전체관람가! ‘어라? 이게 뭐야?’
네이버 시리즈 온으로 300캐시(원)를 결제하고 영화를 감상했다. 14분이라는 상영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여운이 깊게 남았다. 독거노인과 고독사가 문제시되는 요즘, 공직자들이 이 영화를 보고 더 사려 깊고 깊이 있는 정책을 시행해 주길 바라는 울림이 있는 영화였다.
며칠 후 영화 <불륜>을 제작한 김준성 감독을 만났다. 키 181cm에 훤칠한 외모를 가진 그는 어려서부터 극장에서 영화 보기를 좋아했고, TV 프로그램도 영화채널만 고집하는 영화광으로 연극 영화과에 진학했는데, 학과에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게 되면서 진짜 영화인으로서의 꿈을 품게 되었다고 했다.
“영화라는 매체가 스크린을 통해 감독과 관객을 소통시킨다는 것. 나만의 생각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때부터 진짜 영화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거죠.”
그는 자신의 세계관과 사회의 문제점들을 투영하는 영화를 선호했다. 첫 작품은 연쇄 살인마가 이웃으로 살 수 있다는 내용의 범죄스릴러 ‘김장하는 날’이다. 두 번째 작품은 부모의 잘못된 선택으로 아무런 죄가 없는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가족 동반 자살’. 세 번째 작품은 대종상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전체관람가 ‘불륜’이다.
네 번째 작품은 울주산악영화제에서 제작 지원을 받아 찍은 산악 영화 ‘동행’이고, 다섯 번째 작품은 광고 기획자의 꿈을 가진 임산부의 이야기를 다룬 ‘허브’, 마지막 작품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빚을 진 30대 여성 자영업자의 이야기 ‘빚’이다.
해결책은 관객에게 넘기다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이 대부분 사회문제를 다루는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생각하고 화두를 던지려는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데, 그 문제의 해결책을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관객들에게 물어보는 식으로 던지는 거죠. 관객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해야 할까요? 다 본 뒤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계속 생각하게 하는 영화, 여운이 남는 영화, 저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성공하셨어요. 영화 <불륜>을 봤는데, 다 본 후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고요.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본 제목과 영화를 다 본 후의 제목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어요. ‘우와, 제목 한 번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됐고, 사회복지 관련 정책 담당자들이 이 영화를 꼭 봐주기를, 여러모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상도 많이 받으셨죠?”
“네, 대종상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장애인 영화제에서 우수상, 노인영화제에서 장려상 그리고 서울시장 표창을 받았어요.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서 주최하는 ‘골든나이츠’라는 행사에 초청받아 한국 대표로 상영을 했고요”
“골든나이츠는 전 세계적으로 큰 상을 받은 각 나라의 대표 감독들이 해당 연도에만 참석할 수 있는 행사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래서 정말 영광이었고, 제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어요.”
“운이라뇨. 그만한 자격이 있으니 초대 받으신 거죠.”
<동행> 작품은 안산단원영상제, KBS 독립영화관에 상영됐다. 영화 <불륜>은 부산국제영화제, 일본쇼트쇼츠영화제, 가치봄영화제, 서울노인영화제, 대단한 영화제, 서울사랑영화제 등에 초대됐다. 영화진흥회에서 진행한 코로나19 극복 특별기획전 ‘옴니버스 단편 프로젝트: 클리어 코로나19’에서도 극장 개봉으로 상영됐고, 현재 온라인 플랫폼 왓챠와 네이버 시리즈 온, 티빙에서 만날 수 있다.
“새로 구상 중인 작품이 있으신가요?”
“침몰한 보물선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장편 상업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보물선이요?”
“네, 해양학적 지식과 코인이라는 특수성이 얽힌 문제들을 재미있게 풀어나가는데, 연말에 시나리오 초고가 완성되면 좋은 제작사를 만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새로운 장르, 새로운 시작··· 김준성 감독의 유튜브 스토리
“유튜브 채널도 준비하신다고 들었어요.”
“감독은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유튜브는 그런 연출적인 능력을 꾸준히 갈고닦을 수 있는 판이라고 해야 할까요?”
“유튜브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실지 궁금하네요.”
“봄(보다의 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사랑, 일상의 소소함을 담아낸 재미난 이야기를 페이크 다큐로 만들고 있어요. 지금 한창 대본 작업 중인데, 8월 말에 촬영 들어가서 10월에 오픈 예정입니다.”
“페이크 다큐라…. 무척 기대됩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독은 항상 이야기꾼이 되어 그 이야기를 어떻게 재미있고 깊이 있게 만들지 고민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젊은 감각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투영이 관객과 이 사회를 또 이렇게 흔들어 놓을지 김준성 감독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저작권자 ⓒ 포스트21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