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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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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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21 뉴스=강현정 기자] 직장을 다니는 이들에게 있어 최고의 보상은 월급 그리고 직책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승진을 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가 축하해주고, 승진 대상자는 감사하다는 의미로 승진턱을 내던 그런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승진이라는 것이 직장인들에게 있어 과거처럼 큰 의미를 가지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승진을 함으로써 월급이 오르게 된다는 사실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승진을 하게 되고, 직책을 갖게 된다면 그만큼 회사 내에서 책임져야 하는 일들도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사원 때에는 실수를 하더라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문제들도, 대리나 과장이 되면 실수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 만약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된다면 팀원들이 실수한 것에 대해서도 팀장이 책임을 져야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직책이 올라갈수록 더욱 많은 부담감을 안고 회사 생활을 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요즘 직장인들은 직책을 갖게 되는 것에 대해서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다. 팀장직을 맡게 됨으로써 늘어나는 직책수당에 비해,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부담감이 더욱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조직문화에서, 직책이라는 것은 주어지는 보상 대비 의무만 크게 늘어나는 부담감 뿐일지도 모른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직책에 따라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들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승진을 하고, 직책을 갖게 되는 것을 꿈꾸는 이들도 많겠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는 팀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으로 주어지는 혜택들이 거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 생활에서 더욱 많은 일을 하게 되고, 스트레스만 크게 늘어나는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
책임보다 보상을 원하는 시대, 승진의 의미 변화
이런 이유들로 인해 실제로 요즘 직장인들은 승진을 하는 것에도, 직책을 갖는 것에도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자신의 일에만 충실하면 되는, 다른 이들의 일까지는 책임질 필요가 없는 역할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젊은 직원들을 보면서 윗사람들은 한심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다. 직장 생활에 대해서 야망도 없고, 책임감도 없는 직원들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정말 요즘 사람들이 책임감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이기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자신 밖에 모르는 것일까? 그것은 관점을 조금 바꿔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승진을 해서 직책을 갖는 것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여겨졌고, 실제로 직책자가 되고 승진을 하게 될수록 더욱 많은 보상들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즉 늘어나는 책임 만큼이나 주어지는 혜택들이 많았기에 직장인들 대부분이 승진을 꿈꿨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회사들이 많아지면서 승진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회사들도 많고, 직책자가 된다고 하더라도 해야하는 일만 많아질 뿐 보상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팀장 역할을 하면서 매일 야근을 하는 것보다, 팀원으로 일하면서 정시에 퇴근한 후 부업을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더욱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이런 상황들로 인해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직책을 얻는 것이 자신을 오히려 옭아매는 굴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 기업들은 팀장이 되고자 하는 직원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 안타까워하고 요즘 직원들의 마인드에 대해서 비판하기에 앞서, 직책자가 됨으로써 늘어나는 부담과 보상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회사에 다니는 것은 의무감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봉사하기 위해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위해 다니는 것이다. 그렇기에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것을 거부할 권리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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