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김한설 변호사, “집주인의 이중계약, 위탁관리업체의 전세사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포스트21뉴스 승인 2024.09.28 17:24 의견 0


법률칼럼 사례로 보는 법률상식 ③

“집주인의 이중계약, 위탁관리업체의 전세사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 사례 1 -

김청주는 2024년 8월 1일 집주인 A에게 보증금 1억 원을 주고 원룸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같은 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다. 김청주는 2024년 8월 31일 전입신고를 하고 이사를 마쳤다. 그런데 알고 보니 A가 2024년 8월 31일 은행 B로부터 1억 원을 빌리고 같은 날 원룸에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마쳐놓았다. 원룸의 시가는 1억 2,000만 원이다.

- 사례 2 -

김서울은 위탁관리업체 C를 통해 집주인 D와 원룸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김서울은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으로 계약했으며 계약서에 지정된 C의 계좌로 보증금을 완납하고 월세 35만 원도 3개월 동안 빠짐없이 지급했다. 그런데 갑자기 집주인 D가 찾아와 월세 미납분을 변제하라고 독촉하였다.

알고 보니 D가 가진 임대차계약서에는 보증금이 2,000만 원이고 월세가 65만 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C에게 연락해 보니‘없는 번호’라는 알림이 나온다. 원룸의 시가는 7,000만 원이다.

대항력(전입신고)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집주인의 이중계약 : 사례 1

집주인 A의 소유권은 부동산등기부를 열람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은행 B의 근저당권도 부동산등기부에 나타나 있다. 따라서 A의 소유권과 B의 근저당권은 A, B 둘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주장(대항)할 수 있다.

그런데 임대차계약은 임대인 A와 임차인 김청주 둘만의 계약이고 (임차권등기를 신청하지 않는 한) 등기부에 기재되지 않는다.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A와 김청주 둘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고, 제3자에게는 주장(대항)할 수가 없다.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차인이 집을 인도(점유)받아 주민등록(전입신고)를 하면 제3자에게도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대항력’이 생긴다.

문제는 대항력은 전입신고를 한 다음 날부터 생긴다는 점이다. 확정일자를 2024년 8월 1일 받았더라도, 전입신고 다음 날인 2024년 9월 1일 기준으로 우선변제권이 생긴다.(우선변제권 = 대항력 + 확정일자).

B의 근저당권이 2024년 8월 31일 발생하였으니, 김청주의 보증금반환청구권은 후순위로 밀려 버리는 것이다. 원룸이 경매로 넘어가면, 시가대로 매매되더라도 1억 원은 선순위자인 B은행이 받아 가고, 김청주는 2,000만 원밖에 반환받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임대차계약서에 ‘임대인은 위 부동산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다른 임차인과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위 부동산과 관련된 채무를 설정하지 못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손해배상금은 보증금 전액 및 3,000만 원으로 본다’라는 식으로 손해배상 및 위약금 규정을 기재하여 두는 것이 좋다.

집주인 A에게 보증금 감액을 요구하거나, 다른 담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김청주는 애초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은 상태의 원룸을 담보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A가 상의 없이 채무를 증가시켜 버렸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을 (합의)해제하거나 사기나 착오 등으로 취소하고, 보증금 반환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A를 사기로 고소할 수도 있다. 만기가 되면 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반환하여줄 것처럼 속여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해서 보증금을 받아 놓고, 근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반환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위탁관리업체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를 속인 이중계약 : 사례 2

집주인 D는 아마도 원룸 여러 채를 분양받은 후, 이를 편하게 관리하기 위해 위탁관리업체 C를 고용한 듯 하다. 그런데 C가 자기 고용주인 D 뿐만 아니라, 임차인인 김서울 모두를 기망하고 도주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김서울 입장에서 집주인 D를 상대로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35만 원을 내용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의 유효를 주장할 수 있을까?

만일 D가 C에게 임대권한을 위임하였고 C에게 위임장, 인감도장 등을 맡겨 두어, 위와 같은 내용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믿게 하였다면 가능하다. 이것을 민법에서는‘표현대리’라고 한다. 위임권한을 넘어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서 정상적인 대리는 아니지만, 어쨌든 자신의 대리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여 정상적인 대리라는 ‘외관(外觀)’을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이다. 물론 D는 C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김서울과 D가 각각 또는 함께, C를 상대로 사기죄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C는 김서울로부터는 보증금 5,000만 원을 편취한 것이고, D로부터는 3,000만 원을 편취하였다.(2,000만 원은 D에게 지급하였던 경우). 문제는 C의 소재 파악과 자산 확보에 있다. 경찰에 신고(고소)하여 소재를 찾는 한편, 민사 소송 과정에서 사실조회를 통해 C의 이름, 주소 등을 확보하여야 한다.

C가 법인이라면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합법적으로 자산을 파악하고, 발견되는 자산에 가압류나 가처분을 신청할 수도 있다. 보증금을 지급한 C의 계좌에 있는 예금채권 가압류신청을 할 수도 있다. 위탁관리업체를 통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는 반드시, 임대인 본인과 대면하여 그의 신분, 임대차의사를 확인하고, 임대인의 계좌로 보증금을 송금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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