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센터 감축의 그늘···. 도심 외곽과 농어촌 치안공백 우려
최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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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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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21 뉴스=최정인 기자] 주변에 치안센터나 경찰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안심하며 일상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치안이 좋은 국가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고 작은 범죄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에 특히 최근에는 묻지마 칼부림 사건 등 흉흉한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 자신이 생활하는 동네라고 할지라도, 익숙한 거리라고 할지라도 인적이 드문 시간에 혼자 걸어다니다 보면 무서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주변에 치안센터가 있다면 그 주변은 더욱 치안이 안전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주변에 있는 치안센터들을 보면 안에 불이 꺼져 있는 경우가 많다. 치안센터 문 앞에는 해당 치안센터가 폐쇄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고, 치안센터는 제대로 관리 되지 않은 채 마을의 흉물로 변해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치안센터의 숫자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상태이다.
경찰청이 경찰의 현장 치안 강화와 효율화 차원에서 전국의 치안센터를 대폭 감축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치안 사각지대인 도심 외곽지역이나 농어촌지역의 치안공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국회행정안전위원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952개의 치안센터 중에서 60.5%에 달하는 576곳이 감축 대상에 올랐다. 특히 도심 외곽지역이나 농어촌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치안센터들이 주요 폐쇄대상으로 오르면서 안그래도 인적이 드문 지역에서 치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효율성 논리 뒤에 감춰진 치안센터 폐지의 현실
고령의 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치안센터의 역할이 단순히 범죄 예방 뿐만 아니라 생활 도중 발생하는 다양한 애로사항들에 대해서 치안센터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치안센터가 페쇄됨으로써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어촌지역 사람들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범죄에 대해서 두려워해야 하며, 고령의 어르신들만 생활하는 곳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해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 역시 사라지게 되고 있다.
치안센터 폐지는 경찰의 조직개편을 통해 더욱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이를 통해 한정된 경찰 인력들을 가지고 더욱 체계적으로 치안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인력들을 운용하는 것보다, 한 곳에 집중시키고 이를 운용하는 것이 조직론적인 관점에서 더욱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치안센터 폐지 문제는 단순히 조직 운용 측면에서만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치안센터의 존재 자체가, 그곳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순찰을 도는 행동 자체가 범죄를 예방하고, 주변에서 발생한 문제 상황들에 대해서 빠른 대처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치안센터는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존재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동네에 경찰이 상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안심하고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는 시민들이 있다는 사실이 경찰의 효율적인 조직운영이라는 대의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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