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콘텐츠의 유혹···. 창작의 다양성을 잃어가는 사회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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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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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21 뉴스=김지연 기자] 우리는 정말 다양한 컨텐츠들을 즐기고 있다. 원래부터 즐겨오던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은 물론이고 스낵컬쳐와 같은 숏폼 컨텐츠까지. 그 중에서도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 받는 분야는 바로 숏폼컨텐츠처럼 쉽게 즐길 수 있는 컨텐츠들이다. 단 몇십초만 투자하더라도 즐길 수 있는 컨텐츠들을 통해 우리는 출근 시간에, 혹은 잠시 쉬는 시간에 다양한 컨텐츠들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일정 시간 이상을 투자해야만 즐길 수 있는 컨텐츠들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소설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 조금 더 어렵고, 많은 지식을 필요로 하는 정통적인 소설보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웹소설 형태가 더욱 인기를 끌고 있고, 영화도 마찬가지로 너무 철학적이고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것보다는 모든 것을 때려 부수는 호쾌한 액션이 담겨 있는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쉬운 컨텐츠에 주목하기 시작한걸까? 이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평상시에도 이런저런 고민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과정에서까지 머리를 쓰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혹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고민해야만 한다. 진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지,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직장에서 맡은 업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등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편두통을 달고 사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런 상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즐기는 컨텐츠마저 머리를 써야만 하는,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쉬운 컨텐츠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양산형 콘텐츠의 시대, 예술과 문학의 위기
컨텐츠를 즐긴다는 것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 쉬운 컨텐츠가 주목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쉬운 컨텐츠들만 주목 받다 보니 다른 분야가 죽어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이유는 대부분이 수익을 위해서다. 즉, 수요가 없는 컨텐츠는 만들어낼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다 보니 순수문학이나 순수예술 분야처럼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만드는 컨텐츠들은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고 있고 대부분 비슷한 유형의, 가볍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컨텐츠들만 범람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는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영상이든 게임이든, 문학이든 간에 과거에 비해 최근 나오는 작품들 대부분이 소위 말하는 ‘양산형’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아는 맛이 맛있다’는 말처럼 이미 많은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니 비슷한 유형을 따라간다면 어느 정도의 성공은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쉬운 컨텐츠만 집중하다 보면 우리는 더욱 높은 퀄리티의 컨텐츠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컨텐츠를 즐기면서 배울 수 있었던 다양한 경험들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더욱 풍부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거다. 이미 모든 것을 잃어버린 뒤에 후회하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우리는 지금이라도 너무 쉬운 것만, 자극적인 것만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매번 복잡한 내용의 컨텐츠를 즐길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매번 쉬운 것만 찾는 것도 좋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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