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김지연 기자]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할 수 없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만들었고,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도 마찬가지였다. 임신한 순간부터 태아에 대한 다양한 검사들을 진행하여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문제가 생긴다면 빠르게 확인하고 대응함으로써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수도록 도와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항상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엄마들은, 과거에는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느라 노심초사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과거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너무 많이 알게 되었다.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어떤 유전적인 결함이 있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 미리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확실한 것이 아닌, 확률적인 부분이라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염색체 미세결실이 확인된다거나, 유전적으로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등의 문제가 확인되었을 때 그것이 정확한 사실이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럴 확률이 높다’, ‘추가적인 검사를 해봐야 한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 확인이 필요하다’ 등의 추측일 경우에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대안 없이 계속해서 고민하고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태아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이 생겨났지만, 그 역시 100%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확률이 높을 경우 추가적인 검사들을 계속해서 진행해야 하고, 그 검사 과정에 대한 결과를 듣기 전까지 예비 부모는 하루하루를 피가 말라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지내야만 한다. 그 결과 확실하게 태아가 건강하다라는 결과를 들을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문제는 건강하고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확신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100% 확신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 아니다 보니 예비부모들은 아무런 대책 없이 그저, 그럴 가능성이 높다라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 괜한 걱정을 계속해서 해야만 한다.

정보의 양면성, 아이의 성장과 부모의 불안

과거에는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원래 아이들마다 성장속도가 다르다며 별다른 생각 없이 넘어갈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필요 이상의 정보를 듣게 됨으로써 ‘혹시 내 아이가 무슨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을 하면서 병원을 다니게 되고, 매일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한다면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이 항상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차피 알게 되더라도 어떻게 대응할 수 없는 그런 문제라면 차라리 모르는 것이 약인 경우도 있는지도 모른다.

아는 것이 힘이 되려면, 알게 되는 정보를 기반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여야만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예비부모들은 애매한 수준의 기술 발전으로 인해 괜히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게 되고 아이들을 걱정하느라 그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아이들은 원래 모두가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다. 신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어떤 아이는 심장의 발달이 조금 더딜 수도 있고, 어떤 아이들은 말을 늦게 시작하거나, 걸음마를 늦게 떼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아이들마다 보이는 당연한 차이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최첨단 의료 기술들을 활용해서 그 모든 차이에 대해서 원인을 찾아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원인에 따라서 ‘장애’, 혹은 ‘기형’이라는 이름의 낙인을 찍어주고 있다. 하지만 간혹 그런 생각이 들고는 한다. 과거에 그런 문제에 대해서 원인을 알지 못했을 당시에는 멀쩡하게, 평범하게 살아갔던 이들에게 억지로 원인을 찾아내고 낙인을 찍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미리 확인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데, 굳이 미리 알아내고 괜한 걱정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 물론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있듯이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대비할 수 없는 일이라면,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문제라면 그런 것들은 모르고 사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도 있을지도 모른다. 기술의 발전이 무조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