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영애
[포스트21 뉴스=최정인 기자] 배우 이영애의 오래된 꿈이 무대 위에서 실현된다. 오는 5월 7일부터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 홀에서 개막하는 연극 ‘헤다 가블러’는 그녀의 32년 만의 연극 복귀작이다. 이 작품은 19세기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대표작으로, 억압된 사회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내면을 날카롭게 그려낸 심리극이다. 단순히 ‘고전의 귀환’이라기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간 내면의 서사를 담아냈기에 더욱 특별한 무대다.
이번 무대는 LG아트센터 개관 25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작으로, 배우 이영애를 비롯해 김정호, 백지원, 지현준, 이승주 등 묵직한 무게감을 가진 출연진이 함께한다. 연출은 입센 원작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기로 정평이 난 전인철이 맡아, 고전이 어떻게 지금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지를 세밀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이영애는 “아이를 낳고, 어느덧 그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여성으로서 많은 것들이 더 깊이 공감되는 시점”이라며 “만약 20~30대에 ‘헤다 가블러’를 만났다면 이렇게까지 몰입해 연기할 수 있었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그녀가 연기하는 헤다는 우아한 외면 아래 불안과 욕망, 파괴적인 본성을 품은 입체적인 인물로, ‘여성 햄릿’으로 불릴 만큼 복잡하고 도전적인 역할이다. 이영애는 “헤다는 시대와 성별을 초월해 누구나 자신의 일부를 비춰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며 “관객들이 단지 ‘특이한 여성’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인물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녀는 캐릭터 해석에 대해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헤다의 색을 새롭게 찾아가고 있다. 그만큼 준비 과정도 어렵지만 동시에 몇 배의 즐거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헤다 가블러 포스터
LG아트센터의 이현정 센터장은 “연극계에서 보기 드문 캐스팅이 이루어졌다. 이영애 배우를 비롯해 무대에서 주역을 맡아온 이들이 함께해 이들의 합을 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좋은 배우들이 무대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헤다 가블러’가 바로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극 ‘헤다 가블러’, 이영애와 함께 빚어낸 감정의 심연
그는 “한국 연극도 세계 무대에 나갈 수 있는 수준의 작품성을 갖췄다”며, 앞으로 해외 투어를 통한 K-연극 확장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번 공연은 특히, 로렌스 올리비에상 각색상을 수상한 리처드 이어의 버전을 토대로 현대적인 심리극으로 재구성됐다.
극적인 비주얼보다 캐릭터의 내면과 정서에 집중하는 연출이 특징이다. 연출을 맡은 전인철은 “배우를 통해 이야기의 본질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며 “단순히 무대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호흡 하나하나가 관객의 마음속으로 파고들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영애는 데뷔 초 연극 ‘짜장면’으로 무대에 올랐던 기억을 되새기며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무대다. 대중 앞에서 보여주는 연기와는 또 다른 깊이와 진정성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은수 좋은 날’ 촬영을 마친 직후 제안을 받고, 배우로서의 갈증과 후회의 감정을 안고 작품에 임하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더 잘할 걸’이라는 마음이 남아 있을 때 ‘헤다 가블러’ 제안을 받았다. 이건 공부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영애는 이번 연극을 통해 단순한 복귀 이상의 의미를 부여받는다.
배우 이영애
‘대장금’, ‘친절한 금자씨’ 이후 오랜 시간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내공과 인생 경험이 집약된 이번 연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자 메시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준 이영애와는 또 다른 결을 이번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힘들지만 즐겁게, 그리고 치열하게 헤다라는 인물에 다가가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 ‘헤다 가블러’는 오는 5월 7일부터 6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시그니처 홀에서 한 달간 공연되며, 공연 이후 해외 투어도 검토 중이다. 135년 전 탄생한 고전이, 오늘날의 연극 팬들에게 어떤 새로운 감정의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무엇보다 ‘연극을 사랑하는 배우 이영애’라는 새로운 서사의 시작이 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쓰여질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이영애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