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이소진 기자] 한때 도심을 뒤덮었던 '러브버그'가 사라졌다. 6월까지 극성이었던 러브버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김민중 박사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몇 년간 러브버그 개체 수가 계속 늘어나고 활동 지역이 확대된 만큼 내년을 대비한 철저한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
곤충은 대부분을 교미를 하고 토양에 산란을 한 후 죽어버린다. 사람에 눈에 보이던 것은 성충인데, 올해 러브버그의 한 세대가 끝나 사라진 것이다. 러브버그의 한 세대는 1년을 주기로 순환한다. 일반적인 곤충처럼 알, 유충(애벌레), 번데기, 성충으로 이어진다. 성충은 주로 6~7월에 등장해 일주일가량 활동하다 사라진다. 문제는 내년이다. 러브버그 암컷은 한번에 300개에서 500개의 알을 낳는다.
인천 계양구, 러브버그 방제 민원, 전년 대비 7배 급증
올해 러브버그가 이례적으로 많이 발생했던 인천 계양구의 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6월 러브버그 방제 요청 민원은 473건으로 전년(62건)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 인천 계양산을 까맣게 뒤덮은 러브버그의 주요 발생 지역은 수도권이다. 외래종인 러브버그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차나 사람에 달라붙어 주변으로 확산할 것으로 추정된다.
어느 나라에서 들여온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현재는 국립생물자원관에서 관련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사 종은 미국에서 대발생한 기록이 남아있다. 70년대 플로리다에서 재발생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매연 냄새를 맡고 도심으로 몰려들며, 매연 냄새를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요약하자면 러브버그는 산림에서 태어나 도심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산림을 찾아 죽는다.
“러브버그 먹는 참새·사마귀… 개체수 조절 실효성은 의문”
러브버그에 대한 기록은 2020년 이후에 처음으로 보고가 됐다. 그 전까지 우리는 이 벌레에 대해 모르고 살았다. 일부에서는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추정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전까지 없었던 생물이 번성하는 데에는 무역을 통해 유입된 후 러브버그에게 살기 적합한 기후 조건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
온라인에서 참새나 사마귀 등이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이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러브버그의 주요 천적은 없다고 보고 있다. 김 박사는 “러브버그만 집요하게 먹는 특수한 천적이 아닌만큼 참새가 러브버그 개체 수 조절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러브버그 피해 최소화를 위한 세 가지 방법
전문가들은 내년 러브버그가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첫번째는 산란이 많이 발견된 지점의 토양을 한 번 갈아엎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람과 러브버그의 생활을 분리하기 위해 불빛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러브버그 천적을 찾아 사육·번식시키는 천적 개발 방안이 필요하다.
김동건 삼육대 환경생태연구소장은 “러브버그는 녹지 축을 따라 퍼져나가는 경향을 보인다”며 “2022년 서울 은평구, 올해 인천 계양구에 이어 내년에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중국 꽃매미도 수년간 확산세를 보이다 천적인 기생벌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절이 됐다“며 ”연구와 실험을 통해 러브버그의 천적 생물을 개발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살충제를 뿌리거나 농약을 살포하는 방법은 러브버그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유익한 익충들을 함께 죽일 위험이 크다. 생태계 교란의 위협이 큰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러브버그는 미관상 불편할 뿐 인간에게 특별한 해를 끼치는 모습은 발견되지 않아 현재까지 익충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개체수 조절을 위한 개입은 필요하지만 그 방법은 친환경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