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최현종 기자]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정보는 홍수처럼 밀려들어 오며,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요구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깊이 사유할 기회를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성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에서, 프랑스의 위대한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걸작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은 우리에게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고뇌하는 인류의 보편적 상징 '생각하는 사람' 탄생과 본질

'생각하는 사람'은 원래 로댕의 또 다른 대작인 '지옥의 문'(The Gates of Hell)의 일부로 구상되었다. '지옥의 문'은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의 서사시 '신곡'의 지옥 편을 주제로 하며, 로댕은 이 문 위에 앉아 고통받는 영혼들을 관조하고 인류의 죄악을 깊이 생각하는 시인 단테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 그의 원래 명칭은 '시인(Le Poete)'이었다.

하지만 이 조각상은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대변하게 되었다. 상체를 숙이고 턱을 괸 채 깊은 고뇌에 잠긴 남성의 모습은, 근육질의 몸을 통해 육체적인 힘을 보여주는 동시에, 내면의 정신적인 갈등과 깊은 사색을 표현한다. 이는 로댕이 인간의 내면적 심리를 조각으로 구현하려 했던 혁신적인 시도였다. '생각하는 사람'은 고통과 번뇌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인류의 의지를 담고 있으며, 때로는 실존적 고뇌에 대한 상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 던지는 '깊은 사색'의 이유

급변하는 현대사회는 '생각하는 사람'의 깊은 사색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임을 말해준다. 정보의 과잉과 디지털 미디어의 범람 속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화두들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정보 과부하 시대의 '숙고의 힘'-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는 실시간으로 무수히 많은 정보를 쏟아낸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소식과 콘텐츠에 노출되지만, 정작 중요한 의미를 탐색하고 본질을 이해하는 '깊이 생각하는 시간'은 현저히 부족해졌다.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가 잠시 멈춰 서서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벗어나,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숙고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지혜와 통찰을 얻는 데 필수적이다.

인간 본연의 가치 재조명-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발달하며 인간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는 시대를 맞았다. AI가 인간의 지적 노동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 고유의 영역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더 '인간답게'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졌다. '생각하는 사람'은 고뇌와 사색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창조적인 통찰력이 바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독보적인 능력임을 상기시킨다. 기계가 학습하고 모방할 수 없는 '깊은 의미를 추구하는 행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 지성'의 원천- 사회 불평등, 양극화 등 복잡하고 다층적인 사회 문제들은 단순한 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깊이 논의하고, 과거의 지혜를 참고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총체적인 사유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내면의 고뇌는 공동체가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집단적 성찰'의 중요성을 암시한다. 이는 비판적 사고와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디지털 윤리와 공감 능력의 함양- 온라인 상에서의 무분별한 발언과 가짜 뉴스의 확산은 현대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다.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댓글 문화'는 공동체의 건강성을 해치기도 한다.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는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고, 말과 행동의 파급력을 숙고하며, 윤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시간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이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책임감 있는 시민 의식을 함양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생각하는 시간' 확보- 개인적으로 하루 중 짧게라도 디지털 기기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 명상, 산책 등을 통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복잡한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교육에서의 '질문하는 능력' 함양- 미래 세대에게는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사유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교육 현장에서 토론, 글쓰기, 비판적 사고 훈련을 통해 깊이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어야 한다.

직장 및 조직 문화의 변화- 생산성만을 강조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교환하고 심층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처럼 몰입하여 고뇌할 수 있는 환경은 혁신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인류에게 시대를 초월한 사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거울과 같다. 이 깊은 성찰의 시간은 분명 우리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여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