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성 작가 ‘한글아리랑’ 독일, 일본서 전시, 한글의 위상 드높여

하반기 뉴욕, 중국, 프랑스 전시회 예정

조경하 기자 승인 2019.07.22 18:47 | 최종 수정 2019.07.22 19:12 의견 0
금보성아트센터 금보성 작가

[이코노미타임21=조경하 기자] 고연수 평론가 “금보성은 그야말로 순전한 예술가”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된 우리 고유의 언어 한글, 28자의 자음과 모음이 소리와 일치되는 표음문자로 읽기, 쓰기, 말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자랑스러운 문자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금보성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금보성 작가는 ‘무명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관장이자 한글을 주제로 35년간 작품 활동을 해온 한글회화작가로 유명하다.

금보성 작가의 최종 목적지는 ‘사람들의 따듯한 행복’

지난 6, 7월 금보성 작가는 독일과 일본의 초청을 받아 현지에서 ‘한글아리랑’ 전시회를 가졌다. 한글이 담고 있는 의미와 아리랑이 가진 의미를 조화롭게 함축한 작품 전시회였다. 한글은 우리 민족의 자존감이요 역사의 재발견이라고 말하는 금보성 작가는 한글의 고귀한 가치에 마음을 고스란히 빼앗겼다며 한글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글의 ‘한’은 <크다>, <우주>, <하나>의 의미를 지니고, ‘글’은 <나눔>, <소통>, <치유>, <상생>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큰 나눔>, <큰 소통>, <큰 역할>을 뜻하는데, 한국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하는 것은 ‘큰 민족과 큰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한글 회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금보성 작가는 작품에 고귀한 가치와 사상을 담고 있다. 막연히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니라 깊은 의미가 부여된 작품, 그리고 한글이면서 한글이 아닌 회화 작품으로 충분한 가치를 가져야 한글이 더 돋보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윷놀이는 풍년을 기원하는 우리 전통 놀이 문화다. 윷판의 둥근 모양은 하늘, 그 안의 모난 것은 땅, 중앙의 방표는 북극성이고 춘분, 하지, 추분 동지의 좌표가 그려져 있다. 윷 패는 도개걸윳모로 돼지, 개, 양, 소, 말을 의미하는데, 윷놀이는 풍년을 기원하는 의지가 담긴 놀이이자 소통의 마당이었다.

금보성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윷놀이에 비유했다. 윷판에서 벌어지는 소통과 나눔, 용서와 상생을 통해 한국인의 서러운 ‘한’을 지우고 신나는 ‘흥’을 살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작품에 담아놓았다.

금보성 작가의 최종 목적지는 사람들의 행복이다. 캔버스에 한글이 그려지고 채색되는 것은 건강하고 신명나게 살아가도록 윷을 던지는 의식과 같다.

색을 잘 반죽하는 사람

금보성 작가의 작품에서는 배색의 미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지난 3월 여수에서 열린 ‘제50회 한글 개인전’을 비롯해 독일과 일본에서 열린 ‘한글 아리랑’까지 배색으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냈다. 이를 통해 그는 색을 잘 반죽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났다.

한글문자
한글문자

색을 얼마나 잘 반죽해 놓았는지 입체적인 3차원적 요소가 가미되어 보는 내내 재미가 쏠쏠하다. 이것이 한글인가 싶다가도 한글의 자음들이 조각조각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면 한글의 미를 발견하게 된다.

금보성 작가는 “이번 작품들은 묘사가 아니라 색을 펼쳐 보이는 것, 어떻게 배색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점이었다”고 작품들을 소개했다.

지난 작품들을 살펴보면 그는 다양한 소재들을 사용해 왔다. 35년간 쌓아온 그의 내공은 이러한 다양성에서 왔다.

그의 작품을 시리즈 별로 살펴보면 한글 문자, 한글 인물, 한글 도자기, 한글 윷놀이, 한글 부식, 한글 방파제, 한글 아리랑 등인데, 캔버스에 사용된 재료들이 오일물감에서 나무, 돌, 종이, 쇠, 스티로폼, 흙, PVC 등 현재 존재하는 공간에서 채집하고 분류한 소재들이었다. 그는 고정된 사고를 탈피했다. 작품의 깊이, 한글의 가치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재료로 마다하지 않았다.

고연수 평론가, “금보성 작가는 한글 짓는 예술가, 순전한 예술가”

그는 “현대 시각 예술 안에는 더러 현학적인 거대한 담론으로 무장하고 예술가적 사명을 투철하게 안은 채 스스로도 버거운 듯 느껴져 보는 이들도 소화하기 힘든 퍽퍽한 마음으로 봐야하는 작품들이 있다. 이러한 때이기에 절대적 진리를 이루어 줄 것 같은 엄청나게 대단한 예술보다도 작가의 진심과 진실, 특유하고 고유한 창작자의 개성과 감각이 더욱 고파진다. 예술에 있어 창작자의 자유의지를 그 어떤 분야보다 존중하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더욱더 이들의 선한(Fine) 창작 정신을 그려 바라는 마음 또한 어느 때 보다 간절한데, 금보성 작가야 말로 순전한 예술가의 예술, Fine Art를 보여주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고 평했다.

한글 아리랑
한글 아리랑

금보성 작가는 스무 살이 되기 전 시집을 발간, 시인으로 등단 후 문학 활동을 이어온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다. 시각 예술작업에 대한 생각과 마음이 시 안에 녹아 있어 창작자로서 글에 대한 예술적 심상이 끊임없이 이어 온 것으로 보인다.

회화 작가로 금보성에게 새롭게 선택된 한글은 작가의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거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나지막이 읊조려 준 도구였고 부피와 색이 가미되고 조형되면서 예술가의 정신적인 맥을 이어준 것으로 보인다.

한글이 만들어진 곳 여수가 그의 고향이고 한글의 원리는 우리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철학이자 이념이다. 금보성 작가는 작품 안에서 이토록 고귀한 가치를 가지는 한글의 다양성과 무궁한 가능성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금보성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지만 그림을 넘어 사회와 국가에 소명을 받은 즉, 택함을 받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이 사회에 그림만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같은 말(한글)을 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소통시키는 것, 그것이 그가 추구하는 작품 속 세계관이었다.

그는 현재 쉽지 않은 남북의 현실 속에서 남과 북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한글이 회화, 조각, 설치 등으로 서로 교감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 일환으로 그는 언젠가 북에서의 전시를 꿈꾸고 있다.

무명작가 응원하고 발굴 매진,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 인기

대부분의 무명 예술가들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비싼 비용으로 작품을 걸 수 있는 갤러리가 없다.

금보성 작가
금보성 작가

금보성 작가는 이러한 점을 안타깝게 여겨 지하 2층 지상 3층의 넓은 전시실과 10개의 작업실을 갖춘 아트센터를 평창동에 개관했다. 매년 초대전과 공모, 기획전, 대관전 등으로 2천여 명의 작가들이 다녀가 국내 최다 작품을 거는 갤러리가 되었다.

금보성 작가는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이라면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는 곳”이라며 “예술가들에게 희망이 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로로 금보성 작가는 지난해 ‘메세나특별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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