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량 대표

[포스트21 뉴스=김지연 기자] 경주에서 세대를 이어온 중화요리 전문점 어향원이 최근 매장 인테리어를 새롭게 단장하며 한층 더 편안한 공간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단순히 오래된 가게를 보수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켜 고객들이 머무르는 시간까지 만족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 한 것이다. 매장 안은 따뜻한 조명과 세련된 좌석 배치로 재구성돼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젊은 관광객까지 누구나 편안히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세대를 잇는 손맛, 경주의 자부심이 되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3대째 어향원을 이끌고 있는 정가량 대표가 있다. 정 대표는 본 매체로부터 ‘2025 신한국인 대상, 셰프 부문’ 수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70년 전통을 이어온 장인의 손맛과 끊임없는 혁신을 인정받았다. 그는 “어향원이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고객의 기억 속에 늘 변치 않는 맛을 전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리뉴얼 역시 새로운 세대를 위한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어향원 전경사진

어향원의 역사는 1950년대 초, 부산 국제시장에서 시작된 미화반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 故 정세덕, 故 손지매 대표는 시장 상인과 고객들에게 진한 중화요리의 풍미를 전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경주 노동동으로 옮겨온 뒤 장남 정승례 대표가 가업을 잇고, 2009년 현재의 서부동으로 자리를 옮기며 ‘어향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금은 차남 정가량 대표가 그 전통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중식의 세계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요리와 친숙해졌다. 친가가 1·2대를 이어온 집안이었다면, 외가에는 1970년대 1세대 화교 요리사 왕수인 셰프가 있었다. 중식이 곧 삶의 일부였던 환경 속에서 자란 정 대표는 경희대 조리학과를 졸업한 뒤 본격적으로 가업을 잇기 위해 경주로 내려왔다.

어향원이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공세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낸 배경에는 이런 뿌리 깊은 전통과 가족들의 손맛이 있어 가능했다. 그는 “신선한 재료와 정직한 조리법은 어향원의 원칙”이라며, “70년 전통은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 지켜야 할 자존심”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이 증명하는 어향원의 맛

매장 리뉴얼 후 방문한 고객들은 달라진 분위기와 변치 않는 맛에 높은 만족감을 보였다. 한 고객은 리뷰에서 “삼선 백짬뽕은 해산물과 버섯의 풍미가 깔끔하게 어우러져 담백한 국물 맛이 인상적이었다”며 “삼선 홍짬뽕은 기름지지 않고 시원한 국물 덕분에 부모님과 함께 먹기에 부담이 없었다”고 전했다. 꿔바로우에 대해서는 “갓 튀겨낸 고기의 바삭함과 새콤달콤한 소스에 생강 향이 더해져 흔치 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했다.

어향원 실내사진

또 다른 고객은 “가지 만두는 두터운 만두피가 특징인데, 꿔바로우 소스와 곁들이니 의외로 잘 어울렸다”며 “이곳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표 메뉴인 자장면 역시 오랜 세월 변함없이 지켜온 맛 덕분에 지역민들에게는 ‘어향원의 자장면이 곧 경주의 맛’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고객들의 후기는 어향원이 지켜온 요리 철학을 잘 보여준다. 매일 새벽 들여오는 신선한 재료, 화학조미료 대신 기본에 충실한 조리법 그리고 세대를 이어온 노하우가 한 그릇의 요리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시그니처 주메뉴 오육면과 새우샤오롱바오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과 혁신 아우르며, 지역과 함께 상생 실천

어향원은 이제 단골 고객을 넘어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 메뉴를 기반으로 한 밀키트 개발은 온라인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판로를 넓히는 중이다. 정가량 대표는 “어향원의 맛을 직접 매장에 오지 않아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앞으로도 맛의 기본을 지키되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향원 전경사진

그러나 어향원의 행보는 단지 사업 확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는 가게로서의 책임을 잊지 않고 있다. 매년 지역 노인과 장애인,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자장면 무료 나눔 행사를 진행하며 따뜻한 봉사정신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70여 년간 지역민이 보내준 사랑에 대한 진심 어린 보답이다. 정 대표는 “어향원은 그동안 경주의 역사와 함께 살아왔다”며 “앞으로도 기본에 충실한 맛과 정성 그리고 나눔으로 고객과 함께 100년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레스토랑 가이드 ‘블루리본 서베이’에 5년 연속 선정된 어향원은 아울러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백년가게’에도 이름을 올리며 그 전통성과 실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새롭게 단장한 공간에서, 어향원이 전하는 전통의 맛은 이제 경주를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