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봄선도명상원 박노경 원장

문: 지난 번 가아(假我), 자아(自我), 진아(眞我) 설명에서 몸과 진짜 진아 그리고 그 중간의 가짜 자아 구분이 어렵습니다.

설: 몸과 관련된 것은 동물적 본능을 지닌 '가아'이며, 이 가아의 삶을 반복하며 윤회하는 존재가 '자아'라고 설명합니다. 자아는 혼의식 상태로 머물다 다시 인간으로 살아가려는 의지가 생기면 영과 결합하고, 스스로 태어날 장소와 운명을 결정하여 아기 몸으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갓난아기 때는 동물적 본능으로 커가지만, 내면의 자아의식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문: 아! 몸과 관련된 것은 가아라는 것이지요?

설: 맞습니다. 몸과 관련된 행동은 가아이며, 윤회하는 자아는 끊임없이 가아에게 영혼의식 정보를 파동으로 보냅니다. 가아는 이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동물적 본능이 강한 가아의 의식과 내면 자아의 의지가 뜻을 맞춰 화합하기도, 또는 충돌하여 갈등하기도 하는 것이 보통 인간의 삶입니다.

문: 프로이드의 이드, 에고, 슈퍼에고를 이드=아이의 몸, 슈퍼에고=자아로 볼 수 있을까요?

설: 프로이드나 칼융의 분석이 서양의 일원론적 사고 기반이기에 오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간은 가아, 자아, 진아의 삼위 의식 존재로 명확히 구분하여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드는 가아의 본능, 에고는 탐진치(貪嗔癡)적 욕망으로 가아와 자아 모두에게 나타나고, 슈퍼에고는 내면 양심의 초의식적 작용으로 가아와 자아의 선한 개성의 의식으로 드러난다고 해석합니다. 이들은 태생적 습성과 후천적 경험이 얽혀 인간 삶의 선택을 이루죠.

문: 가아와 진짜 자아가 갈등하거나 화합하는 현상은 무엇인가요?

설: 이는 우리 삶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현실에서 오감 만족을 추구하는 가아와 하늘에서 세운 뜻대로 성장하려는 내면의 자아 무의식이 다를 때, 인간은 고뇌와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자아는 이번 생에 '버킷리스트'에 담아온 경험을 통해 의식을 성장시키려 하지만, 가아는 현실 경험으로 자기 의식을 형성하며 자신이 주인공인 양 고집을 부려 갈등이 생기죠. 가아는 단 한 번의 생을 충동적으로 살아가지만, 수많은 생을 반복해온 실질적인 주인공은 자아이기 때문입니다. 가아가 본능적 선택으로 의식을 저급하게 만들면, 자아는 세운 목표를 실현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문: 그러면 가아가 탐진치(貪嗔癡)로 살아가면서 시간 낭비를 많이 하는 건가요?

설: 그렇습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며 반복합니다. 자아는 그 경험을 통해 목적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해야 하기에, 가아는 무의식적으로 고통과 고난을 반복하게 됩니다. 삶의 가치를 찾는 사람들은 가아의 몸으로 수련과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자아의 존재가 별도로 있음을 느끼고, 그 존재가 하늘에서 뜻을 이루어 이번 세상에 온 자아라는 것을 가아가 알아차려야 합니다. 가아가 "내가 빨리 알아차리고 의식을 성장시켜야겠구나!" 하고 깨달으면 그 일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습니다.

문: 알겠습니다. 제가 요새 그런 경계에 있는 것 같아요. 반복되는 무의미함 속에서 새로운 삶을 추구하려는 경계에요.

설: 맞습니다. 우리는 오감으로 외부를 향해 욕망을 채우려 합니다. 철학자들이 '내면을 보라'고 하지만, 단순히 '높은 의식을 찾으라'는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아가 이번 생을 선택했을 때 하늘에서 이룬 뜻의 목표, 즉 내면의 존재 자아의식이 향상하려는 목표를 찾아야 합니다.

문: 네, 그것 바로 그것을 찾아야 되는 것이죠.

설: 내면을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의식으로 느껴야 하며, 우리는 끊임없이 내면의 자아와 대화해야 합니다.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는 가아를 자아라고 착각하고, 가아인 내가 주인공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내면의 존재가 다른 의식임을 인지하고, 내면의 자아와 나라고 생각하는 가아가 별도로 소통하고 대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문: 아! 그렇군요. 마이클 싱어의 책 '상처받지 않은 영혼'에서 내면의 목소리를 알아차리는 '내가 진짜 나'라고 하던데요.

설: 그런가요. '알아차린 나'라는 표현은 약간 어폐가 있습니다. 알아차려야 하는 것은 몸뚱이를 가진 동물적 존재인 가아인 나입니다. 바로 '내가 나를 알아차려야' 하고, 더하여 내면의 자아는 이미 늘 가아인 나를 알아차리고 있습니다. 자아는 잠들지 않고 24시간 가아를 관찰하고 있죠. 즉, 몸뚱이를 가진 가아인 내가 나의 현재와 내면의 또 다른 존재인 자아가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문: 그렇다면 수련이 필요한 것이군요. 특히 몸으로 하는 수련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설: 몸과 마음의 수련을 바른 방편으로 제대로 해야 합니다. 특히 정충(보정), 기장(지명), 신명(성통)을 수련하는데, 정충은 초심을 잃지 않고 뜻을 끝까지 성취하는 것이고, 기장은 내면의 혼의식과 연결하여 그 신호를 계속 느끼는 것입니다. 신명은 자아의 상위 존재인 진아(천부경의 '일')의 성의식을 느끼는 경지로, 하늘(天)과 통하는 성통의 단계입니다.

내면을 바라보라는 것은 바로 이것을 위함입니다. 수련이 깊어지면 처음에는 내면의 자아가 느껴지고, 더 정진하면 깨어있는 명상 상태에서 '빛'을 보게 됩니다. 이 빛의 신호에서 진아의 의식 정보를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성통했다고 할 수 있으며, 최상의 경지는 눈을 뜬 상태에서도 명상으로 의식을 느낄 수 있는 단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