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유우주 기자] 2017년 5월 12일. 취임 후 인천공항을 처음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공항 내 1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이에 호응하듯, 인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왔다.
뿐만 아니라 서울 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도로공사 현장직 정규직 전환 등 공기업에 속해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이 진행될수록 후폭풍과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서, 인천공항 보안‧검색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 발표 후에는 ‘공기업의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을 막아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의 공감을 받기에 이르렀다. 정규직 전환에 관련된 갈등의 이유는 무엇일까?
얽혀있는 이해관계
인천공항 보안검색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에는 기존 인천공항의 정규직 공항 내 타 비정규직 취업 준비생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새로 전환된 1,900여 명의 정규직은 기존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체 인원을 훨씬 뛰어넘는 숫자다.
기존 노조원들은 새로 유입될 1,900여 명의 정규직들로 인해 노조 활동과 회사 운영의 주도권을 내주게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1만여 명의 정규직 전환 예정자들 중, 공기업이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 인원은 소수이고 3개의 자회사를 통해 대부분의 정규직화가 이루어질 예정인데, 공항 내 타 비정규직들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보다 ‘공기업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며, 단체 행동도 불사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불만이 있는 것은 현직자들만이 아니다. 처우가 좋은 공기업에 지원하고자 하는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은 아무런 조건 없는 정규직 전환은 불합리한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규직 전환 정책 대한 FACT 체크
공항의 총체적인 관리를 담당하는 공항공사와 청와대는 국민들의 이런 우려들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청와대 황덕순 일자리 수석은 “먼저, 이번 정규직 전환자들의 경우 기존 공채로 입사한 정규직 직원들과 처우가 완전 똑같아 지는 것이 아닌 ‘고용의 안정화’에 중점을 둔 전환이다. 기존 대졸 공채 정규직들과 연봉도 다르고 관리 체계도 다르다.”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실제로 연봉 5,000만 원이 될 것이라는 유언비어와 달리, 자회사의 수수료를 뗀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 될 것으로 밝혀졌다.
전환 발표 후, 우려가 된 부분이 입사한지 몇 개월 안 된 ‘알바’들의 무분별한 전환이 예정된다는 점이었는데, 1,900명이 일시에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시간 일했던 근로자들은 인성검사 및 적격심사 같은 단계를 거치고 전환된다는 것이다.
반면, 2017년 5월 이후 입사한 근로자들은 2017년 12월에 노사 합의를 이룬 공항 정규직 전환 사실을 알고 들어왔기 때문에 필기시험과 같은 공채시험단계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알바로 입사해서 연봉 5,000만원을 받게 된다는 것은 허위사실로 볼 수 있다.
“또한 취업준비생들이 공항공사에 입사하려고 하는 것은 대부분 ‘대졸 정규직’이고, 보안·검색 요원과 같은 현장직은 선호되지 않는 직종이기 때문에, 취업 준비생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경우와는 다를 것.”이라고 사람들의 우려에 대해 반박했다.
다만,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의 이런 비판들을 충분히 이해하며,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정의와 경계선에서 내리는 판단들
고된 일에 비해 처우가 좋지 않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환영받아 마땅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머리로는 그것이 ‘정의’임을 알아도 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면 가슴에서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또한 정규직 전환 후, 근로환경의 안정성을 무기로 본인 일에 태만하면서 더 나은 권리만을 주장하는 몇몇 후기들을 봤을 때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찰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신규 공채에서 벌어진 채용 의혹이라면 ‘정의’에 관한 문제를 제기 할 순 있겠지만, 이번 채용은 공항에서 수년 간 고생해온 근로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찾아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던, 현장직에서 일을 하던, 그 모든 근로는 일하는 주체들의 고생을 볼모로 한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기회의 평등을 누리게 하는 것이 진정한 정의일까, 아니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던 근로자들의 권리를 찾아준 단계적 전환이 정의일까? 판단은 여러분들의 몫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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