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처럼 공주처럼 예뻐야 한다 강박관념 훌훌 벗은 ‘놀면 뭐하니’

오현진 기자 승인 2020.09.08 14:55 | 최종 수정 2020.09.08 14:57 의견 0
사진 MBC 놀면뭐하니?
사진 MBC 놀면뭐하니?

[포스트21 뉴스=오현진 기자] 인형처럼 예쁜 외모에 차분한 말투. 투명하고 순수한 느낌의 메이크업에 프릴, 리본 등으로 장식한 옷. 쑥스러워 입을 가리며 웃고 때론 윙크를 하며 인사하는 모습. 우리가 많이 본 전형적인 여자 연예인의 이미지이다. 

허당끼가 있지만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행동. 어떤 말을 해도 화를 내지 않고 대신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순수함. 미디어가 대중에게 입력한 여자 가수의 이미지다. 그래야 인기가 많다. 왜냐하면 대중은 이러한 여자 가수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만든 정형화된 여자 가수의 이미지이다. 이래야 된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해왔다. 

여자는 꼭 핑크색 네일만 발라야 되나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터. 나라마다 여권 신장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여자 가수, 여자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여권 신장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보지 말자. 지금 방송 중인 주말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로 구성된 ‘환불 원정대’ 팀을 꾸렸다. 

말 그대로 나쁜 물건, 잘못된 물건을 샀을 때 당당하게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이미지를 가진 가수다. 나대는 이미지가 아니다. 할 말은 하며, 조신한 척 연기하지 않는 여자 연예인. 얌전한 척 하거나 약한 척 하지 않는다. 질문이 있으면 당당하게 묻는다. 

환불원정대는 치명적인 장점이 있다. 본업을 정말 잘한다. 가수로서 매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사회가 강요하는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없을 뿐이다. 헤어, 메이크업, 의상은 미디어가 전통적으로 추구해왔던 사랑스러운 여성미가 없다. 전혀 질 것 같지 않은 비주얼이다. 

이효리가 유재석, 비 앞에서 강한 캐릭터였지만 엄정화, 제시, 화사 앞에서는 침착한 편이다. 유명한 여성 연예인도 서러움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남성 연예인의 지나친 농담이나 행동 앞에서도 얌전해야 했다.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일부 여자 연예인은 자신의 인기나 실력에 상관없이, 남자 연예인의 예능감을 뽐내기 위한 도구로 쓰였다. 남자 연예인은 때론 폭력적으로 굴었다. 미디어가 은근히 여성은 남성 앞에서 약하다는 것을 주입시킨 꼴이다. 나이가 많은 남자 출연진 앞에서 여성 연예인은 더 약하게 보였다. 

드라마를 봐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존댓말을, 남편은 반말을 쓴다. 남성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에서 여성은 액세서리, 꽃의 역할을 했다. 

시청률 견인차는 여성과 남성의 동등함

그 틀을 깬 것이 ‘놀면 뭐하니’였다. 정상 자리에 있는 비, 유재석은 이효리의 센 캐릭터를 인정했다. 순수하게 방송으로 보면 이효리가 압도했지만 비, 유재석, 이효리는 동등한 출연진이었다. 

이효리를 주축으로 구성된 ‘환불원정대’는 여성 가수는 연약하고 약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엎은 결과,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여성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며,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이미지를 추구했더니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재미있어서 시청률이 높다고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정형화된 여자 가수의 이미지가 시청률 보증수표라고 믿었던, 보이지 않은 유리천장이 깨진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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