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김민정 기자] 끝없는 상상력과 기술로 인간은 이제 슈퍼맨처럼 날개를 펴고 하늘을 자유롭게 날게 되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류는 진화를 거듭했다.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존을 위한 선택에 따라 삶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인공지능(AI)이나 가상현실 세계가 등장하면서 최근에는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변화시키고 우리의 삶마저 주도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 싱귤러레터티대학의 교수이자 미래학자인 호세 코르데이로 교수는 로봇기술로 인해 현 인류가 ‘트랜스휴먼’이라는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미술계에서는 기옥란 작가가 유일하게 2010년부터 21세기 신인류로 불리는 ‘트랜스휴먼’에 주목한다. 그는 기존의 틀과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구상과 추상 등 미술사조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미술사조를 뛰어넘듯,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자신만의 세계관과 회화, 오브제, 추상 사진 등 개성 있는 독특한 작품세계로 진취적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을 하며 수많은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끝없는 새로움을 향한 모험, 사유의 시작…인간 정체성에 대한 고민
기옥란 작가는 전남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전공하고, 대학원 졸업 후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미술협회 및 이형회, 현대미술 에뽀끄, 광주전남여성작가회에서도 활동해온 그는 광주지역에서 현대미술 발전에 앞장서며 서울, 부산, 광주, 프랑스, 뉴욕, 이탈리아, 일본, 독일 등에서 50회 이상 개인전을 열었다.
시대 변화에 따라 현대사회에서 디지털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현대인의 일상에 자리매김하자 기옥란 작가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메타버스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을 활용해 현재 삶 곳곳에 인공지능 기능이 결합된 디지털 문화가 자리 잡았지만, 작가는 이처럼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점차 사라질 경우 인간 존재의 이유 역시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기 작가는 변화와 상상력이 지배하며 다가오는 최첨단 미래 기계문명의 과학기술 사회에서 인간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녹아들 것이 아니라 지금이야말로 인간 본성에 대한 관계, 소통, 교감과 따뜻한 근원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자각과 자성의 메시지를 회화적 조형 요소로 표현하고 있다.
기 작가는 “과거에 비해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와 번영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 내면의 본성이나 정신적인 측면에서 들여다본다면 수많은 네트워크 속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오히려 지금, 가장 분리와 단절, 고독과 소외 속의 결핍의 상태에 있다”라며 “과학 기술과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인류는 스스로 존재 이유와 가치에 대해 되물으며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작가는 ‘끝없는 새로움을 향한 모험을 꿈꾸고 소통하며 사이보그 세상과 트랜스휴먼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랜스휴먼’에 대한 작가의 고뇌는 그의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디지털 감성에 기반을 둔 기 작가의 작품은 기존의 형식과 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창의적 조형성과 작업 등을 통해, 보는 이의 감각마저 확장시킨다.
때론 컴퓨터 부품을 오브제로 사용하기도 하며, 천연섬유나 다양한 전자제품 소재를 활용해 디지털 시대의 물성, 물질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진정한 조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객에게 묻는다.
대립 속 균형과 조화…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 표현”
작가는 추상사진을 통해서도 대중과 소통하며 트랜스휴먼 시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앞서 지난 2018년 남미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모아 ‘남미, 그 미완의 그리움’이라는 주제로 초대전을 열었고, 2019년 ‘시간, 공간, 자연 그리고 인공지능’, 2020년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우주여행’을 주제로 추상사진 전시회를 개최했다.
지난 해 연말, 충북 청주의 남서갤러리에서 ‘트랜스휴먼-빛과 인간’ 주제로 초대전을 열고 총 24점의 추상사진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기 작가의 탁월한 우주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과 미래에 대한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존의 추상사진이 지닌 평면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기옥란 작가의 작품은 회화적 표현력과 입체감이 뛰어나 역동적인 공간감이 매력적이라는 미술계의 찬사도 이어졌다.
작가는 “가령 우주 공간을 표현할 때 다양한 색상을, 흑과 백처럼 대비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시공간을 대립적으로 묘사하고 팽창과 소멸을 반복하는 특징을 전달하고자 했다”며 “색의 성질과 감성을 잘 활용하면 때로는 차갑고 고독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대칭과 대비를 명확히 드러낼 수 있다. 여기다 점과 선, 면으로 여러 가지 변화와 균형을 더하면 다양한 추상 언어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공간감까지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을 통해 미래의 인간과 다양한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하며 트랜스휴먼 시대를 살아갈 인류에게 따뜻한 위안과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술사조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로 주목을 받아온 기옥란 작가는 다가올 미래사회가 추구하는 새로운 인간상에 대한 모색을 강조한다. ‘트랜스휴먼’ 시리즈를 발표하며 화단에서 두각을 드러낸 작가는 제15회 대한민국 통일미술대전 대통령상,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미술세계 대상전 특선, 뉴욕 월드아트페스티벌 대상, 월간 아트저널 올해의 미술상, 교육부장관상, 국회의원상 등 여러 수상경력으로 그의 뛰어난 예술적 탁월함의 면모를 드러냈다.
기 작가는 “앞으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전하고,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대중들에게 깊은 울림과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 인간과 기계 문명이 태양계의 수많은 행성들처럼 어떤 충돌과 화해를 이어갈지 작가는 상상하며 그 답을 찾기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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