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식빵 언니, 배구 여제 김연경

구원진 기자 승인 2021.08.12 14:45 의견 0
사진 김연경 선수 인스타그램

[포스트21 뉴스=구원진 기자]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이 도쿄올림픽에서 아쉬운 4위를 기록했지만, 메달보다 더 진한 감동에 국민이 환호하고 있다. 지난 8월 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환영식이 있었다.

입국장을 빠져나오던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 선수는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져 국민적 관심을 느낄 수 없었는데, 공항에 나와주신 환영 인파에 굉장히 놀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식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도쿄올림픽 점수가 몇 점일까?’라고 묻자 환영인파 속에서 “점수로 특정 못 해요”, “무한대”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김연경 선수는 미소를 보이며 “100점 만점에 99점을 주고 싶다”며 100점 만점이 아닌 이유에는 “뭐 하나라도 목에 걸고 와야 하는데 못 걸고 왔잖아요”라고 소탈하게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빨리 가서 샤워하고 치킨을 시켜 먹을 것”이라고 소박한 바람을 말해 주변의 미소를 불러일으켰다.

은퇴 ‘의논해야 할 부분’ 여지 남겨

김연경은 현재 중국 상하이 광밍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으로 복귀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 리그 가기 전까지 한 두 달 정도 시간이 있다”며 “그동안 몸을 다시 만들어 리그를 준비하고, 중간중간 방송이나 다른 활동들을 하며 팬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연경 선수 인스타그램


김연경은 도교 올림픽 인터뷰에서 은퇴 이야기를 잠시 꺼내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리기는 좀 그런 것 같다. 이건 의논을 해야 하는 부분이고 얘기를 더 해봐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 단정 지어서 말씀을 못 드릴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스포츠정신을 보여준 명장면에 국민도 감동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배구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제압하고 올라가 세계 랭킹 4위인 터키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김연경은 당시 인터뷰에 “오늘이 마지막 경기다. 결승전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쉽게도 세계 랭킹 2위인 브라질을 꺾지 못했다. 3, 4위전에서 세르비아와 경기를 펼쳤는데, 이 경기는 ‘스포츠정신이 살아있는 명장면’으로 꼽혔다.

경기 도중 상대 팀 보스코비치 선수와 1대1 대치에서, 보스코비치 선수가 김연경의 작전을 눈치채 민첩하게 손을 빼버려 공이 아웃되도록 한 것이다. 김연경은 자신의 실수를 탓하며 식빵(욕을 순화한 말)을 외쳤고 이 소리를 들은 보스코비치 선수가 미안한 듯 웃으며 김연경에게 다가와 악수를 권했다.

사진 김연경 선수 인스타그램

보스코비치는 터키 ‘엑자시바시’ 팀에서 김연경과 공격을 함께 했던 선수로 김연경이 언제 식빵을 외치는지 잘 알았다.

김연경은 그런 보스코비치의 제스쳐에 활짝 웃으며 다가가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 두 사람은 진한 포옹을 했다. 이 장면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상징적인 장면으로 뽑혔고 국민도 함께 감동했다.

보스코비치 선수는 “김연경과 한 팀으로 활동할 때 9살 어린 자신을 너무 잘 챙겨줬다”며 “식빵의 의미를 이미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보스코비치는 엑자시바시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김연경 선수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엑자시바시에서 주장을 맡았다.

식빵 언니의 전말

‘식빵’은 ‘18’과 관련된 욕을 순화한 말이다. 2016년 리우 세계 대회 여자배구 한일전에서 김연경이 공격 도중 실수해 ‘ㅅㅂ’이라고 욕을 했는데, 당시 관객이 많지 않아 이 소리가 방송에 고스란히 담겼다.

김연경의 팬들이 ‘ㅅㅂ’을 순화해 식빵으로 에둘러 표현했고 이후 김연경은 식빵 언니로 통했다. 김연경의 욕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중국 배드민턴 선수가 시합 도중 내뱉은 욕과 비교가 됐다.

김연경의 욕은 자신의 실책을 탓하며 자신에게 지르는 욕인 데 반해, 중국 선수는 득점할 때마다 상대를 비하하듯 큰 소리로 내뱉어 물의를 일으켰다. 중국 선수의 욕과 제스처는 당시 시청자들 또한 궁금해할 정도로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이후 홍콩과 대만에서 그 욕을 알아듣고 SNS상에 올리며 선수의 자질 논란이 일었다.

경기 내내 눈에 띈 김연경 목걸이

이번 대회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또 하나 있다. 경기 내내 김연경의 목에서 빛을 발한 목걸이다. 김연경 팬카페 ‘김연경 갤러리’가 지난 2월 26일 김연경 생일을 기념해 준 선물이다.

사진 김연경 선수 인스타그램

선물을 받은 김연경은 ‘감사하다’는 영상을 보냈고, 목걸이를 경기 내내 목에 걸고 뛰며 팬들의 사랑에 화답했다. 이 목걸이는 까르띠에(cartier)의 ‘러브 2 다이아몬드’ 목걸이로 가격은 308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옐로우골드, 로즈골드, 화이트 총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됐고 총 0.03캐럿의 다이아몬드가 2개 세팅돼 있다.

예능에서 선보인 김연경의 모습

경기장에서 시종일관 진지했던 선수 김연경은 지난해 MBC 방송 예능 ‘나 혼자 산다.’, SBS‘ 집사부일체’를 통해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성격에 위트와 센스까지 보여주며 많은 팬덤을 형성했다.

'나 혼자 산다'에서는 모든 것이 정리되어야 운동이 된다고 말할 정도로 깔끔한 성격임을 보여줬고, ‘집사부일체’에서는 주장의 덕목에 대해 ‘솔선수범’, ‘약간의 오지랖’이라고 말해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줬다.

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주장을 맡아온 김연경은 선수들과의 의사소통과 교감을 위해 현지어도 열심히 배우고 익혔다. 현재 그녀는 터키어, 중국어, 영어까지 일상 소통이 가능할 정도다. 더 나은 방향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동하고 자발적으로 팬이 되고 있다. 언제나 솔직 당당한 배구 여제 김연경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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