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게임의 부흥을 이끈 전통의 장르, RPG

김민진 기자 승인 2021.10.12 11:32 의견 0

MMORPG의 대명사로 불리는 와우 ※사진출처 : 공식 홈페이지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세상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다. 그리고 그 많은 게임은 각각의 특징에 따라 장르가 나뉘어 있다. 그렇다면 게임의 장르는 언제, 어떻게 생겨난 걸까?

사실, 장르의 경계가 무너지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오늘날에는 장르의 구분이 의미 없는 게임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액션과 RPG, 액션과 퍼즐, 전략과 RPG 등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매 게임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게임의 장르로 구분되는 몇 가지 형태는 있다. 융합된 장르가 대세를 이룬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게임의 장르를 모르면 새로운 장르를 인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에 본지에서는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게임 장르를 하나씩 살펴보는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게임 장르 시리즈. 첫 번째 시간에 다룰 장르는 RPG(Role-Playing Game), 롤 플레잉 게임이다.

테이블 보드게임에서 출발한 RPG

롤플레잉 게임은 본래 테이블 보드게임에서 출발한 용어다. 지금처럼 비디오 게임이나 PC게임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은 과거, 사람들의 놀거리는 테이블을 사용한 보드게임에 집중되어 있었다.

초기 보드게임의 모습 ※사진출처 : 픽사베이

카드나 마작 같은 수많은 보드게임 가운데 롤플레잉은 게임 마스터의 진행, 중재 아래 각각의 캐릭터들이 자신이 맡은 바 역할을 연기하면서 즐기는 게임이었다. 쉽게 말해 플레이어1은 전사, 플레이어2는 도둑, 플레이어3은 마법사를 맡아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형태다.

롤 플레이어들의 모든 행동은 주사위 굴림을 통해 결정되며 상세 능력치는 레벨업과 직업에 따라 조금씩 성장한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판타지 RPG 설정의 대부분이 이 보드게임에서 비롯된 것이다.

던전 앤 드래곤, D&D류의 판타지 기반 설정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마스터의 역량과 플레이어들의 합의만 있다면, 굳이 판타지 기반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배경을 바탕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제대로 몰입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재미를 보장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직접 연기를 해야 하고, 마스터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는 게임으로 동양보다는 서양에서 자주 활용되던 게임방식이다.

초기 보드게임의 모습 ※사진출처 : 픽사베이

보드게임에서 출발한 RPG는 비디오 게임이 본격적인 주요 놀거리로 자리 잡으면서 점차 비디오 게임의 영역을 대표하는 장르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RPG, 비디오 게임이 되다

비디오 게임에서 RPG는 북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이를 WRPG라 부르는데, 위에서 말한 보드게임을 그대로 비디오로 옮겨놓은 형식이다. 1970년대, 비디오 게임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시작된 WRPG는 전형적인 D&D 룰을 따르며 자유도가 굉장히 높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울티마 시리즈에서 위저드리 시리즈, 마이트 앤 매직을 거쳐 발더스게이트까지. WRPG는 보드게임의 롤플레잉을 최대한 고스란히 계승한 장르다.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이 굉장히 방대하고 복잡하며 캐릭터의 선택에 따라 게임 진행이 매우 다양해진다.

RPG의 신세계를 열었다고 평가받던 울티마 온라인 ※사진출처 : 공식 홈페이지

물론 게임 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일정한 진행방식이 존재하지만, 캐릭터의 선, 악, 혹은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엔딩이 완전히 달라지며 심한 경우에는 진행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주로 1980년대에 성행한 게임들이 대부분 WRPG였는데, 특유의 무거운 플레이를 버거워하는 게이머들의 니즈를 파악해 등장한 것이 일본식 RPG, 이른바 JRPG였다.

JRPG는 WRPG보다 훨씬 가볍고 빠른 진행을 특징으로 한다. 여러 지역을 탐험하는 재미보다는 스토리와 BGM, 일러스트에 집중한 JRPG는 선형적인 진행으로 게이머들에게 준비된 스토리를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캐릭터의 성격을 규정할 수도 없고, 방대한 세계관을 감상할 수도 없어서 자유도는 거의 없는 수준이지만, 그만큼 짜임새 있는 게임 구성이 가능해 몰입도를 높여준다는 특징이 있다. 두 장르 모두 RPG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지금에 와서는 완전히 다른 장르로 구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 함께 즐기는 역할놀이, MMORPG

한때 RPG는 위에서 설명한 WRPG와 JRPG로 양분되어 있었지만, 2000년대부터 둘 사이의 장르적 구분이 모호해진다. WRPG에 선형적인 진행이 추가되기도 하고, JRPG에 제한적인 자유도가 도입되기도 한다.

한국형 MMORPG의 정석, 리니지W와 JRPG의 정석,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사진출처 : 공식 홈페이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나가던 RPG는 2000년대 들어와 온라인 RPG, MMORPG로 변모를 시작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게임도 혼자 즐기는 데서 그쳤던 RPG가 인터넷을 만나며 수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성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수행하는 MMORPG는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해외에서는 네버윈터 나이츠와 울티마 온라인, 와우 등으로 명맥이 이어졌고, 국내에서는 지금의 NC소프트를 존재하게 한 리니지부터 메이플스토리, 아키에이지, 아이온 등이 흥행했었다.

MMORPG는 기존 WRPG의 레벨링이나 직업, 탐험 등의 역할 요소에 JRPG의 비주얼, 가벼운 권선징악형 스토리 등이 더해져 만들어졌다. 단순한 역할놀이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 자체를 즐기는 수준에 이르게 된 MMORPG는 온라인 기기의 발전으로 이제는 모바일에까지 진출하게 되었고, 계속해서 다양한 형태,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형 MMORPG의 정석, 리니지W와 JRPG의 정석,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사진출처 : 공식 홈페이지

RPG는 비디오 게임 장르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즐기는 대중적인 장르 중 하나다. 과거에는 RPG의 특징이 명확하고 분명해서 장르의 구분이 쉬웠지만, 오늘날에는 다양한 장르에 RPG 요소가 섞인 게임이 엄청나게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게임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고, 인기가 높은 장르는 RPG다. 역할놀이에서 시작해 오늘날 비디오 게임의 근간이 되어버린 장르가 바로 RPG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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