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업 시리즈> 대한민국 게임계 절대강자, 엔씨소프트가 흔들린다

김민진 기자 승인 2021.11.02 07:12 의견 0
※이미지 출처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한 때 대한민국 3대 게임사라고 불리는 기업들이 있었다. 넷마블, 넥슨, 엔씨 소프트. 세 기업 모두 알파벳 N으로 시작하기에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3N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곤 했다.

이 중에서 엔씨 소프트, 약칭 엔씨는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온라인 MMORPG 게임을 히트시키며 고공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 온라인 RPG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해 온 엔씨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엔씨의 역사와 함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굴지의 게임사로 거듭나기까지


엔씨 소프트(이하 엔씨)는 1997년, 인터넷에 기반한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하여 그룹웨어를 만들었을 정도로 인터넷 기술 하나만큼은 뛰어난 회사였다.

대박은 치지 못해도 나름 소소한 성공을 거두며 성장을 이어가던 엔씨는 김택진 대표의 후배이자 넥슨에서 바람의 나라를 개발했던 송재경 팀을 인수하면서 게임사로 첫 발을 내딛는다.

엔씨는 송재경 팀이 개발하던 게임을 다듬어 그대로 출시하는데, 이 게임이 바로 리니지였다. 30대 중, 후반. 혹은 그 이상 나이의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겠지만, 당시 리니지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PC방이 활성화되기 시작할 즈음에 개발이 완료되고 서비스되었기에 PC방에서는 리니지 아니면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온라인 MMORPG라는 장르 자체가 해외에서도 드물었던 시절에 최초로 출시된 온라인 MMORPG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리니지의 흥행을 기점으로 엔씨는 본격적인 게임 개발사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물론 초창기에는 본래 서비스하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함께 홍보하기도 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엔씨를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보는 이들은 전무하다. 리니지의 흥행 이후 엔씨는 해외에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한때 캐주얼 게임을 서비스하려는 시도도 했으나, 크게 성공하지 못했고 현재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MMORPG 장르에만 집중하고 있다.

현재 엔씨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무수한 게임들
※이미지 출처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엔씨의 성장과 추락


리니지 이후에도 엔씨는 다양한 MMORPG를 개발해 성공을 맛봤다. 아이온은 제2의 리니지라는 평을 받으며 한때 국내외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고, 최초의 무협 RPG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블레이드 앤 소울 역시 중화권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탄탄하고 몰입감 있는 스토리에 아름답고 예쁜 캐릭터들은 이제 엔씨의 트레이드가 된 지 오래다. 북미 시장에서는 성장세가 다소 주춤했지만, 길드워 시리즈를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기록한 바 있다. 소규모 게임회사들이 개발하는 게임 중 경쟁력 있는 것들을 가져와 판매하는 넥슨과 달리 엔씨는 자사의 거의 모든 게임을 직접 개발하며 자신들 특유의 감수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이라 불리는 리니지를 모바일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때 대한민국 게임계를 뒤흔들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문제, 확률형 아이템을 통한 과금유도다.

모바일로 이식된 리니지에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한 과도한 과금유도는 한국 게임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엔씨는 그 선두에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떠안아야 했다. 결국, 2018년에는 김택진 대표가 직접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2021년 8월에는 리니지2M의 확률형 아이템이 또다시 논란이 되어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과거 한국 온라인 게임계를 짊어질 미래라 불리던 기업이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그 중심에는 엔씨의 정체성이자 모든 것인 리니지가 있다.

엔씨의 성장을 진두지휘한 김택진 대표 ※이미지 출처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리니지의 상징이 된 수려한 일러스트
※이미지 출처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지나친 과금유도와 확률형 아이템이 야기한 몰락


엔씨의 게임들은 모두 리니지에서 출발한다. 좋든 싫든 리니지는 대한민국 게임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고 그 특징이 명확하다. 기본적으로 핵앤슬래쉬 방식의 액션 게임인데, 가장 큰 특징은 유저와 유저 간의 갈등과 다툼을 권장한다는 것이다.

공성전이라 불리는 최초의 유저간 대규모 전투를 구현해 냈고, 그 과정에서 유저들은 각기 자기가 속한 길드에 소속감을 가지게 되며 상대 길드를 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단순히 몬스터를 잡고 스토리를 감상하는 게임이 아니라 몬스터를 잡고 좋은 아이템을 얻어서 강해진 다음, 적 길드에게서 이권이 되는 사냥터나 성을 빼앗아오는 게 목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리니지는 게임을 오래 하면 할수록 강해져야만 더욱 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게임을 하는 중, 상위권의 유저들은 돈을 들여서라도 더 강한 장비를 맞추고 싶어하고, 내 캐릭터가 강해지길 원한다. 문제는 엔씨의 게임들이 이 부분에‘만’ 집중을 했다는 것이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다양하다.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이들이 있고, 시간은 없지만 캐릭터를 강하게 키우고 싶은 이들이 있고, 반대로 느긋한 마음으로 게임 속 세계를 여행하고 나만의 여정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엔씨의 게임에서는 강해지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아이템 하나에 수백,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것도 부지기수고, 강화하는 데도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모바일로 이식되고 나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캐릭터 강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확률형 아이템을 필수로 구매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말 그대로 운빨이다.

100만 원을 써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할 수 있고, 만 원을 써서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다. 과거에는 그래도 이런 확률 시스템을 특정 부분에만 도입하고, 확률 자체도 게이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했지만, 최근 리니지류 게임에서는 확률 아이템이 지나치게 많아졌고, 확률도 지나치게 낮아졌다.

주기적으로 리니지 게임에 많은 돈을 쏟아부은 헤비 과금러도 이건 너무하다며 게임을 접을 정도로 과한 과금유도로 리니지류 게임들은 게이머들의 어마어마한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실 이같은 문제는 리니지1 때부터 끊임없이 계속 제기되어 왔지만, 엔씨는 개선의 의지없이 반복적으로 비슷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과금을 유도하는 유료 아이템
엔씨에서 공개한 리니지M의 뽑기 확률. 극악인 걸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리니지M,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엔씨는 트릭스터M에서 시작해 블래인드앤소울 2, 리니지2M 문양 사태 등 올 한해 최악의 1년을 보내고 있다. 그간 엔씨를 키운 것이 리니지류의 과금유도 방식임을 부정할 순 없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는 것이 게이머들의 중론이다.

엔씨는 과연 리니지류의 과금유도를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판을 뒤엎는 식의 거대한 변화가 아니라면 이제 리니지류 게임으로는 한국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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