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비디오 게임이 대중화된 지 짧게는 20년, 길게는 40~50년 정도가 지났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수많은 종류의 다양한 게임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그 와중에 하나의 IP, 세계관을 공유하며 비슷한 시스템으로 개발되는 시리즈들이 있다. 대체 게임이 시리즈화되어 서비스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유명한 게임 시리즈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에 본지에서는 역사를 자랑하는 게임계의 다양한 게임 시리즈들을 고찰해보는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그 첫 주자는 JRPG의 아버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다.
게임계의 판도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임 시리즈
파이널판타지는 일본 굴지의 게임개발 회사, 스퀘어 에닉스에서 제작한 게임을 총칭하는 용어다.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어마어마한 게임으로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1이 1987년에 출시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게임이기도 하다.
파이널판타지는 지금까지도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게임으로 외전까지 합하면 거의 30개 가까이 되는 게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시리즈다. 2020년 기준으로 시리즈 누계 판매량이 1억 6,000만 장에 달할 정도. 이는 포켓몬스터 시리즈를 이어 전 세계의 RPG 게임 시리즈 중 2번째로 많은 판매량이다.
절대적인 판매량도 어마무시하지만, 파이널판타지라는 이름은 게이머들에게 조금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 이유는 한때 전 세계를 강타한 JRPG라는 독특한 장르를 처음으로 탄생시킨 게임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JRPG는 말 그대로 일본식 RPG라는 말로 무조건 일본에서 만든 RPG라는 뜻이 아니라 파이널판타지와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등이 정립시킨 특유의 일본식 RPG를 말한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장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단순히 일본에서 만든 게임에서 이 장르가 탄생했기에 JRPG라고 부르는 것이다.
8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기까지. JRPG는 게임업계에 큰 족적을 남기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애초에 파이널판타지,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와 유사한 게임들을 JRPG라고 말하기 때문에 JRPG의 특징을 딱 잘라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간략하게 그 특징을 살펴보면 전투가 턴제로 이뤄지고, 멀티 요소가 없으며, 자유도가 거의 없이 선형적인 진행이 이어진다. 여기에 레벨 디자인이 직관적이라 노가다 요소가 반드시 포함된다는 특징이 있다.
게임 개발 기술의 한계로 생겨난 요소들이지만, JRPG는 이를 아주 수려하게 게임에 녹여내어 많은 찬사를 받았고, 지금은 하나의 장르로 굳어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JRPG의 탄생에 기여한 파이널판타지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순탄치 않은 시작
한때 게이머들에게 파이널판타지라는 이름은 스퀘어 에닉스가 회사 사정이 너무 좋지 않아 이 게임만 내고 접겠다라는 의미로 지은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었다. 파이널판타지가 개발되던 1980년대 중반에 스퀘어 에닉스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고, 이 게임의 흥행에 따라 게임사업의 철수를 고민하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회사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개발을 진행했던 게임은 아니었다. 지금은 파이널판타지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카구치라는 프로듀서가 개발을 도맡았는데, 그는 이 게임이 상업적인 흥행을 기록하지 못하면 퇴사하고 대학교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개발 과정이 매끄러웠던 것도 아니다. 당시 일본의 게임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구가하고 있던 장르는 단연 슈팅과 액션이었고, RPG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사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파이널판타지 개발이 계획되던 시기에 드래곤 퀘스트라는 RPG가 초대박을 쳤고, 그 탓에 파이널판타지라는 RPG 장르 개발에도 어느 정도 힘이 실리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파이널판타지는 RPG이긴 하지만 드래곤 퀘스트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시리즈를 이어나갔고, 파이널판타지 7에 이르러 전 세계적인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파이널판타지 7은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새로운 기종에서 출시되었는데, 이 게임을 하기 위해 기기를 구매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플레이스테이션과 일본 게임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작품이었다. 그럼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파이널판타지만의 특징은?
통상 시리즈라고 하면 세계관이나 게임 시스템, 혹은 주인공 등이 연결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야 이전 시리즈를 즐겁게 플레이한 게이머들을 그대로 새로운 시리즈에 유입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파이널판타지는 시리즈를 거듭할 때마다 주인공과 세계관, 게임시스템을 매번 달리한다는 특징이 있다.
주인공을 똑같이 하면 차라리 외전이라는 형식을 빌어 출시하고, 이전 시리즈에서 전형적인 턴제 전투를 차용했다면 다음 시리즈에서는 여기에 액션성을 조금 가미하는 식이다. 세계관 역시 초코보와 크리스탈, 화폐단위 등 고정적으로 등장하는 일부 요소 외에는 시리즈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양상을 보인다.
그럼에도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라고 하면 게이머들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일단 그래픽. 파이널판타지가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파이널판타지는 철저하게 사실적이고 환상적인 그래픽을 지향한다.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수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으며 세계관의 배경이 되는 장소 역시 ‘판타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항상 보는 이를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된다.
게다가 구체적인 요소요소는 시리즈마다 변하지만, 비공정이라 불리는 기계문명이 항상 등장하고, 마법과 소환수가 등장하는 것 역시 시리즈 전통이다.
주제 역시 세계의 멸망이나 주어진 운명을 극복하는 류의 스토리가 가장 많지만, 이 역시 시리즈마다 조금씩 달라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주제란 무엇이라고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이미지 출처 :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파이널판타지15
파이널판타지는 전 세계 게임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시리즈마다 변화를 모색하며 새로운 게임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에는 그 행보가 조금 아쉽게 다가온다. 가장 최근 시리즈인 15에서 그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스토리는 점점 산으로 가고, 새롭게 시도한 오픈월드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시리즈에 대한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7을 리메이크해 출시했지만, 이 마저도 유래없는 분할 판매로 반응이 호의적이지 못하다.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시리즈 넘버링 16이 과연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부활을 견인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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