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8번가’ 원상호 대표(작가), 문화가 꽃피는 공간에서 감성을 마시다

구원진 기자 승인 2022.06.06 08:32 의견 0
‘카페8번가’ 원상호 대표(작가)

[포스트21 뉴스=구원진 기자] 답답한 일상의 탈출을 위해 먼 곳을 두리번거리지만, 사실 지척에서도 얼마든지 생기를 찾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웅장하고 원대한 자연이 아닌 작고 소박한 공간일지라도 그 안에서 ‘얼마나 깊은 충만을 느끼냐’에 따라 공간에 대한 의미는 각기 다르게 다가온다.

경희대 앞,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인싸 카페로 이름난 ‘8 Street Coffee’는 오랜 시간 문화와 예술이 버무려진 곳이다. 상상의 고래가 춤추는 작은 잔 위로 잔잔한 향이 아지랑이를 피우고 사방에는 사유(思惟)의 바다에 다시 첨벙 빠지게 하는 그림이 있다. 오감을 채우는 공간. 함께 공유했던 이가 있다면 그를 추억하게 하는 그런 공간이 아닐까 싶다.

신진작가 후원 등으로 문화예술 발전 기여

서울 회기동 복합문화공간 ‘8번가’로 불리는 ‘8 Street Coffee’의 주인장은 화가이자 조형 예술가인 원상호 작가다. 10년 전 카페를 오픈하며 어려운 신진작가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마음에 전시와 공연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함께 설치했다.

카페8번가 실내 이미지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전시와 공연을 위한 공간, 카공(카페에서 공부하는 것)과 스터디, 세미나를 위한 공간 그리고 작가의 작업실로 구성돼 있다. 원상호 작가는 “장소 대관에 어려움을 겪는 화가들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들에게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며 “카페에서 얻는 수익금으로 전시 홍보용 배너를 제작하고 SNS를 통한 마케팅으로 작가들의 작품을 널리 알리며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상호 작가는 시각을 주제로 작품 활동에 매진해 온 중견 작가다. 작품 <네모 놀다>를 비롯해 열네 번의 개인전과 홍콩, 중국 등 해외에서 열린 그룹전, 아트페어에 참가해 뛰어난 재능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다 아트페어 시장의 다변화, 비주류 문화에 대한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다 10년 전 경희대 입구에 ‘8번가’ 카페를 조성했다. 카페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카페를 통해 얻게 되는 수익금으로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있다.

고래 뱃속에서 작품을 걸고 판매하다

8번가 입구에는 ‘꿈을 품은 고래’라는 커다란 조형물 고래 네온사인이 방문객들을 먼저 맞이한다. 이 때문에 예술가들의 작품이 걸린 지하는 고래 뱃속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고래 뱃속이라고 하니 고래에 삼켜진 피노키오가 문득 떠오른다. 8번가 고래 뱃속에서는 우리 모두가 피노키오가 된다.

카페8번가 전경 이미지

뱃속 한쪽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 음악이 흐르는 공연이 열리면 피노키오가 되어 꺾기 춤이라도 춰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원상호 작가는 “고래 뱃속에 걸린 작품들은 현재 모두 판매 중으로, 8번가는 창작자와 그들의 작품을 누리는 향유자들을 이어주는 오작교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8번가에는 전시 대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대중들에게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많은 작가가 이곳을 사랑방으로 여기고 찾아온다. 그리고 이곳을 시작으로 다양한 아트페어에 참가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코엑스에서 열린 조형아트서울 아트페어에 8번가 갤러리 부스를 설치하고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걸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원상호 작가는 “대관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신진작가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8번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카공과 세미나 장소로 인기

지난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당시 안철수 후보자가 카페 8번가에서 경희대학교 학생들을 만나 ‘경희가 묻고 안철수가 답하다.’는 작은 포럼이 열렸다. 카페 8번가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카공과 스터디 그룹, 세미나 장소로도 환영받고 있다.

작품 이미지

카페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고 화사하다. 높은 층고와 간격을 넓게 배치한 테이블이 시원한 확장감을 준다. 브라운 계열의 가구와 소소하게 진열된 책 및 소품들은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어 북카페 같기도 하고 책과 머그잔 등을 나열한 가판대는 전시장의 기념품 가게를 연상시킨다.

시그니처 음료와 디저트로 달달함을 채우다

카페 8번가의 시그니처 음료는 직접 로스팅해 판매하고 있는 커피다. 그 가운데서도 8번가 고래 커피가 인기가 좋다. 달콤한 크림이 들어간 라떼 위로 귀여운 고래 모양의 쿠키가 꽂혀 있다. 8번가를 대표하는 음료라 할 만하다.

작품 이미지

그 외에도 시원한 청포도 에이드, 쌉사름한 자몽에이드 등 청량음료가 준비돼 있고, 대중화된 아메리카노와도 잘 어울릴 케이크, 타르트 등 디저트류도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 집들이 편에 나와 더 유명해진 바나나 타르트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다.

따뜻한 홍차에는 티라미수 타르트가 어울리고, 강한 초콜릿 맛을 원한다면 가또 쇼콜라 케이크도 추천한다. 눈으로 마시고 향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 맛과 멋이 함께 공존하는 곳, 복합문화공간 카페 8번가에서 일상의 탈출을 시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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