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상호 작가의 ‘사각형’ 예술···. 내면과 외면의 만남

카페 8번가, 예술가와 대중의 자연스러운 만남과 교류의 장

박세정 기자 승인 2023.11.05 21:24 의견 0
원상호 작가

[포스트21 뉴스=박세정 기자] 원상호 작가는 예술가와 대중의 공존 및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8번가(8STREET COFFEE)’ 카페를 오픈했다. 10여 년간 운영된 카페 8번가는 다양한 작가의 작품 전시와 아티스트의 공연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1세기 문화예술을, 예술가와 마니아층만의 향유물로 여기는 것이 아닌 ‘카페’라는 열린 공간을 통해 대중의 품속으로 뛰어들게 한 것이다. 카페 8번가는 커피 문화가 발달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고, 훌륭한 예술가를 배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상 속 경험을 전하는 작가만의 특별한 시선

원상호 작가는 서울 코엑스, 미국 마이애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국내외 무수한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또한 38회 국제 HMA예술제 우수상을 수상한 만큼 조형 예술계에 굵직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이 고향인 그는 아티스트로 성장하며, 작가와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카페8번가

원상호 작가는 자신이 친숙하게 지낸 동네 회기동에 ‘8번가’ 카페를 오픈하여, 예술가와 대중들의 소통의 장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경희대학교 대학생들도 자주 찾는 곳으로 일상 속에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우연히 커피 한 잔을 즐기려고 방문했다가 원상호 작가가 교류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접하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그가 그려온 카페 8번가의 청사진이다. 카페 8번가에는 원상호 작가의 작품도 다수 전시되어 있다. 그의 작품은 특히 ‘사각형’ 도형이 눈에 띈다. 원 작가는 “인간이 사용하는 물건 중에는 사각형이 많다. 사각형은 자연물에는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 인간이 만들어낸 순수한 도형이라고 생각한다”며 “인간의 작업물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사각형을 이용해서 내가 살아가며 느낀 것들을 형상화 한다”고 작품 속 사각형이 표현되는 의미를 설명했다.

원 작가에게 사각형은 인간이 만든 순수한 형태이며 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볼 수 있는 도형이다. 삶에서의 감정과 느낌, 경험을 투영하고 상징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인 것이다.

감정의 고요한 전달과 내면의 심경을 담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는 말했다. “예술은 손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예술가가 경험한 감정의 전달이다(Art is not a handicraft, it is the transmission of feeling the artist has experienced.).” 원상호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 작가의 가장 내면적인 부분인 순간적이고 감성적 부분 그리고 이성적인 부분이다.

원상호 작가 작품 사진

그의 작품은 대개 이 두 가지를 한 폭에 표현해 담아낸다. 작품의 밑바탕이 되는 캔버스 작업은 붓으로 층을 쌓듯 덧칠하여 즉흥적이며 감성적인 부분을 표현한다. 그 작업물 위에 사각형의 도형을 얹어 작업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내면을 표현한 작업물이 입체적인 사각 덩어리의 오브제에 가려져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원 작가는 이 모습이 사회 속에 살아가며 가려져 있는 인간의 내면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캔버스의 작업이 잘 보이지 않게 완성되는 작품은 실제 인간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사회에서 교류하며 겉으로 표현되는 도형과 오브제, 즉 서로의 외면을 보고 살아간다. 캔버스 작업으로 형상화되는 내면은 실제로도 알 수 없는 본연의 모습인 것이다.”며 말을 이었다.

“현대사회는 풍요롭다. 경제적으로도 여유롭고 인터넷의 발달로 국내외를 막론하여 무수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러한 현대사회는 개방되어 보이지만 개인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단절되었다. 막대한 정보들은 넘쳐나지만 개인적인 공간에서 단편적인 모습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단절된 공간에서 만들어가는 새로운 창조 공간과 세계가 있다.”며 현대사회에서 단절의 의미와 단절된 상황 속에서 창조되는 자신만의 세계를 설명했다.

카페8번가

원상호 작가는 작품 도형의 재료를 주로 목재를 사용한다. 원 작가는 “자연이라는 형상을 떠올리면 보통 나무가 떠오른다. 나무는 인간의 통제 하에 자란다기보다 자연적으로 자란다. 자연을 상징하는 나무를 인위적으로 재단하고 사각 도형을 블록화하여 사용하는 행위는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인간은 자연을 좋아하지만 자연스럽게 자란 나무를 잘라서 건축하고, 가구를 만들며 살아간다. 자연을 원하긴 하지만 편의성을 많이 좇는 인간의 모습을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카페 8번가의 고래 카페, 인테리어와 라떼 반려견의 스토리

원상호 작가는 예술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갈망을 느꼈다. 문화를 주도하면서도 일상 속에서 친숙하게 예술을 접하고, 공유하기 좋은 공간은 카페라는 생각을 했다. 원 작가가 태어난 곳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이다. 자신이 자라온 친숙한 동네에 문화적인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된 카페가 동대문구 회기동의 ‘카페 8번가’다.

라떼 반려견

이곳은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미술품 전시, 음악 공연을 즐기고 휴식할 수 있는 복합문화중심지로 부상했다. 8번가의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하얀 선으로 그려진 커다란 고래 조형물이다. 카페를 디자인 할 때 원상호 작가의 모토는 ‘즐거운 상상’이었다. 8번가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즐거운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그의 바람으로, 실제 존재하면서 상상의 이미지를 지닌 동물을 떠올려보니 바로 ‘고래’였다.

그는 카페의 간판 글씨 사이즈보다 몇 배는 큰 고래의 형상을 설치했다. 헤엄치는 모습의 고래 조형물이 카페 입구에 설치되어 마치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듯 보인다. 입구의 고래 모양은 카페의 상징이 되어 이른바 ‘고래카페’라고 부르는 이들도 많다. 카페 8번가의 또 다른 마스코트는 작가의 반려견 ‘라떼’다. 카페가 운영된 기간 동안 8번가를 지키는 터줏대감으로, 몸은 유색의 털에 얼굴의 하얀 털이 카페 라떼(caffe latte)와 닮아 ‘라떼’로 작명됐다.

카페 8번가는 지하부터 2층까지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복층형으로 설계되어 1층 층고가 상당히 높고 2층은 아늑한 다락방의 느낌이다. 각 층마다 음악 선곡도 다르게 하여 지하, 1층, 2층 공간의 분위기가 색다르다. 원상호 작가는 카페의 기본은 커피 맛이 좋아야한다는 철칙으로 1층은 최상의 음료 제조를 위해 설계되었다.

카페 8번가의 1층 로스팅 공간에서는 직접 원두를 볶아, 훌륭한 커피 맛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곳에서만 접할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로 ‘8번가 고래커피’와 ‘8번가 고래 콜드브루’가 있다. 풍성하고 하얀 크림 위에 초코시럽으로 그린 물결 그림, 고래모양의 쿠키가 올라가 바다 위에 떠 있는 고래처럼 보인다. 이 밖에도 좋은 원료로 만든 케이크와 디저트, 각종 음료도 사랑받고 있다.

예술가의 배출과 예술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명가

카페 8번가의 지하 1층은 전시, 공연이 가능한 넓은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는 미술품을 상시 전시하고 있어 무료로 작품을 접할 수 있다. 무대도 갖춰져 있어 일주일에 1회 가량 밴드 공연을 진행했고, 앞으로도 다양한 공연과 지상 1층에서의 버스킹을 기획중이다.

“일반적으로 작가들이나 음악가들이 타인에게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 공간이 적다. 전시장이 많은 인사동에 공간을 대여해 작품을 전시해도 찾아오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반면 카페는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공간이다. 그림을 보려는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익숙한 커피를 마시다가 작가의 작품과 음악가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8번가를 찾는 손님 분들과 작가 분들, 음악가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카페8번가

카페 8번가에는 전시 중인 작품을 창작한 작가가 카페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있다. 타이밍이 좋으면 작가에게 직접 상세한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작가들도 일상에서 만난 불특정 대중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원상호 작가는 예술가들의 꾸준한 작품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무료로 전시장 대관을 지원하기도 한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단절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자신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은 꾸준한 창작활동을 한다는 것을 느꼈다. 카페 8번가는 창작활동에 심혈을 기울이는 작가들에게 마음껏 작품을 전시하고 관객을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된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에게는 미술품 전시, 공연, 책, 커피와 음식 등 다양한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회기동의 예술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카페 8번가는 예술가와 대중의 소통으로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인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문화 선진화로 이끄는 선두주자로서 카페 8번가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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