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청계사, 나부대자(나도부처되자) 템플스테이로 ‘내 마음은 언제나 맑음’

연꽃 속에 피어난 연화부수형의 지리산 청계사
청계사 주지 지산 스님, “여기가 바로 극락이요, 불국토다”

구원진 기자 승인 2024.04.02 08:48 | 최종 수정 2024.04.02 08:49 의견 0
청계사 주지 지산 스님

[포스트21 뉴스=구원진 기자] 열두 개의 봉오리가 마치 연꽃잎 같다. 그 속에 내려앉은 소박하고 소담한 절 청계사. 풍수지리상 연화부수형에 속하는 지리산 청계사는 해발 350고지에 있지만, 해가 온종일 병풍처럼 둘러싸 한겨울에도 포근하고 따스하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풍경이 수줍게 맞이하며 은은한 소리를 낸다. 경내를 끼고 도는 계곡에서는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또 청아하다.

바람 소리와 물소리에 장단을 맞추려는 듯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산새들의 지저귐까지, 육화전 정자에 앉아 있으니,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요, 극락이 아닐 수 없다. 청계사 주지 지산 스님은 “예로부터 이곳은 안식골로 불려 이름처럼 편히 쉬는 곳이라 했다”며 “무거운 마음도 이곳에 오면 다 털어내고 갈 수 있다”고 청계사를 소개했다.

지리산 동남쪽에 위치해 천왕봉이 바라다보이는 청계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2교구 해인사 말사다. 최근 템플스테이를 오픈해 깊은 산 속에서 진행하는 ‘나부대자’ 템플스테이로 주목받고 있다. ‘나부대자’는 ‘너도나도 부처 되자’는 의미다. 시원하고 청정한 도량에 앉아 숲을 바라보며 나무 멍, 물 멍, 하늘 멍을 하고 있으니 ‘나부대자’ 말 그대로 너도나도 부처가 될 것 같다.

지산 스님은 “화엄경에는 부처와 중생은 하나이고, 모두가 마음 짓는 대로 된다고 한다”며 “내 마음이 곧 부처다. 맑고 청정한 화엄 도량인 청계사의 나부대자 템플스테이에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너도나도 부처가 되자”고 말했다.

대방광불화엄경소 외 문화재 5점 보유

화엄경은 모든 것이 마음에서 일어나고, 그 마음을 다스려 해탈에 이른다는 불교 경전으로 본래 명칭은 ‘대방광불화엄경’이다. 신라의 자장대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왔고, 이후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에 의해 널리 퍼졌다. 청계사는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대방광불화엄경소’ 119권 40책을 소장하고 있다.

이 ‘대방광불화엄경소’는 1557년(명종11년) 문정왕후와 보우선사가 국난을 막고자 승과를 부활하며 교재로 사용한 것인데, 임진왜란으로 모두 전소된 줄 알았던 경전이 2015년 해인사 경하 스님이 입적하시며 유책으로 발견됐다.

지산스님의 말에 따르면, 1424년 세종대왕 때 대장경판을 달라는 일본의 요청에 ‘대방광불화엄경소’ 목판을 대신 보내주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은 이천 국사가 송나라에 부탁해 가져온 두 번째 판이고, 고려 때 만든 첫판은 해인사에 보존해 두고 있었다.

일본으로 건너간 목판들은 일본 교토 쇼코쿠사에 소장되었으나, 화재로 전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봉원사 주지 보우 스님이 문정왕후와 함께 승과 급제를 도입하며 대방광불화엄경소를 교재로 사용했다. 임진왜란으로 목판과 경전 대부분이 소실되었고 80년 뒤 순천 송광사 성총 스님(1631~1700, 호는 백암)이 일부 남아 있는 경전들로 대방광불화엄경소 복각본(현재 보물로 지정)을 만들었다.

이후 이 경전들은 해인사 국일암 서가에 내내 꽂혀있었는데, 국일암을 물려받아 절을 지켜온 경하 스님이 입적하며 세상에 공개됐다. 지산 스님은 “이 경전으로 승과에서 장원 급제한 승려가 바로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이고 훗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나라를 위해 앞장섰던 구국 성사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복각본 목판본은 이미 보물로 지정됐다. 지산 스님은 “복각본의 원본이 되는 ‘대방광불화엄경소’ 역시 보물로 승격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청계사에는 <대방광불화염경소> 뿐만 아니라 조선 중기 승려 지눌이 승려들에게 선정과 지혜를 함께 할 것을 강조하기 위해 지은 결사문 <권수정혜결사문>도 보관돼 있다. <권수정혜결사문>은 조선 선조 41년(1608), 송광사에서 간행된 것으로 안으로는 결사적 수행을, 밖으로는 사회적 통합을 이끌고자 한 고려의 승가 정신을 기록한 책이다.

또 중생이 살아생전 지은 업에 따라 가게 되는 ‘천도’, ‘인도’, ‘수라도’,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등 육도 윤회를 설법한 <몽산화상육도보설>, ‘묘법연화경’을 항상 생각하고 소리 내 읽고 필사하고 논함으로써 얻게 되는 갖가지 영험담을 모아 수록한 <법화영험전>, 아미타불을 믿고 따름으로서 업을 닦고 매일 일과로 염불을 하면 정토에 태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정토보서> 그리고 고려 충렬왕 24년 원참이 저술한 수행 의식집 <현행서방경>까지 모두 6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모두 경상남도 지방문화재다.

지산 스님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대장전과 함께 오랜 불사를 완성해 템플스테이를 개관하게 되었다”며 “누구나 이곳에서 마음을 치유하고 유의미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았다”고 소개했다.

차담을 나누며 차와 나를 알아가다

청계사는 경남 하동군 옥종면에 위치해 있다. 지리산 하동은 벚꽃과 차밭으로 유명하다. 그래선지 청계사 앞뒤로도 산 능선마다 벚나무는 물론이고 차밭이 빼곡하다. 지산 스님은 “온종일 해가 병풍처럼 돌아 볕을 쬐니 350고지에서도 차나무가 잘 자란다”며 “차 나무도 동백과라 동백나무를 아홉 그루 심었는데, 모두 안 죽고 꽃을 피웠다”고 말했다.

“경복궁 근정전에 가면 임금을 중심으로 종1품부터 종9품, 정1품부터 정9품까지 직급을 나열하고 있는데, 차에도 이러한 격이 붙여진다”며. “하동에는 아홉 번 덖어서 만든 9품 차를 최고로 친다”고 했다. 더불어 “차를 마시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고, 정서가 편안해져 마음의 도량이 커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자연을 벗 삼는 템플스테이

절 주변에는 피톤치드가 가득한 편백 숲길이 마련돼 있고,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산책할 수 있는 대나무 숲길이 조성돼 있다. 청계사 템플스테이에 오면 자연을 벗 삼아 평온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지산 스님은 “아시다시피 종교라는 개념들이 날로 희박해지는 가운데 그나마 템플스테이를 통해 불교를 조금이나마 가까이에서 보고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며 “누구나 부담 없이 와서 마음을 치료하고 인연이 된다면 불교도 알아가는 그런 공간과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용하고 평온함 속에서 마음을 치유하도록 만든 청계사 템플스테이는 ▲1박 2일 코스, ▲2박 3일 코스 ▲3박 4일 코스로 구분되어 있다. 1박 2일 코스는 차를 마시는 차담 시간과 공양 시간을 제외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제공해 비종교인도 부담없이 참가할 수 있다.

‘나는 조금 더 불교를 경험해 보고 싶다’고 하면 2박 3일 코스를 추천한다. 108배, 명상, 찻잎 따기, 작설차 법제하기, 스님과 산책하기, 지리산 산나물 채취, 족욕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독실한 불자로 명상과 불심을 더 돈독히 하는 시간을 원한다’고 하면 3박 4일 코스가 좋다. 화엄경과 법성게, 약찬게 등을 알아보고 불교의 인생관과 세계관, 우주관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세상의 진리를 알아가는 시간이 진행된다.

지산 스님은 각 사찰의 운영위원회로 활동하는 불자들이 이 3박 4일 코스를 꼭 한 번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곳에서의 경험과 체험이 사찰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에서 오는 15명의 외국인 손님맞이, 한국 불교문화 전파

절에서는 연중 가장 바쁜 달이 바로 5월, 초파일이다. 특히 일주일 전은 초파일을 준비하느라고 더 분주한데, 이날 유럽에서 15명의 외국인 손님이 템플스테이에 예약을 해 둔 상태다. 스님은 초파일 준비 기간에 템플스테이가 겹쳐 더 바쁘겠지만, 기쁜 마음으로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초파일 준비로 한 창일 때 오니, 초파일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한국 불교문화를 세계에 알리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라고 했다. 스님은 새벽 3시에 기상해 기도하는 시간을 빼고는 종일 작업복을 입고 있다. 절에서 일하는 분들보다 더 바삐 움직인다. 세속 나이로는 여든이 넘었는데, 외관은 더 단정하고 정정하다.

“일찍 일어나니 공부할 시간도 많고 아침 공양을 하고 나면 일이 기다리고, 일하고 나면 기분도 좋고, 건강이 좋아지고, 여기 지하수를 팠는데, 티타늄 원광수가 솟아 물맛도 좋지, 공기도 좋지”

스님은 토굴을 가리키며 “처음에는 저 토굴에서 자연과 벗 삼아 살았는데, 너무 좋아서 저 토굴을 극락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후 불사로 사찰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여기가 바로 극락세계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굉장히 행복하고 편안하고 안온하다. 노후에 누구라도 여기 와서 부담없이 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에 노인 주간 보호센터를 만들어 나이 많은 이들을 돌봐줘야겠다는 그런 마음도 든다”고 고백했다.

‘내 마음은 언제나 맑음’

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고 하산하는 기자에게 스님은 “명예, 재물 이런 것을 쫓지 말라”며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를 기억하고 항상 평온한 마음으로 삶에 감사하며 살라”고 법을 전했다.

세상 날씨가 오두방정을 떨더라도 내 마음의 날씨는 항상 평온할 수 있도록 하라는 스님의 법문에 ‘내 마음은 언제나 맑음’이라고 머릿속에 각인해보았다. 흐린 마음을 맑음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청계사 ‘나부대자 템플스테이’. 누구나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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